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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돔구장의 실내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
서울시는 지난 18일 "잠실 일대에 첨단 돔구장, 세계적 수준의 스포츠·마이스복합단지를 만든다. 현재 돔구장 건립을 구체화 중으로 국제경기 유치가 가능한 3만 석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의 야구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를 방문해 전한 것으로 메이저리그(MLB) 일부 구장처럼 호텔과 연계한 구장을 만든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주변 시설과 교통 등을 고려해 지어지는 돔구장인 만큼 공사 기간도 상당하다. 현재로선 2025년 KBO리그 시즌이 끝난 뒤 삽을 퍼 2031년 말에 종료, 2032년에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공사를 하는 6년 동안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와 두산, 두 팀이 경기를 치를 곳이 없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LG는 93만 명(리그 1위), 두산은 64만 4000명(3위)의 관중을 동원한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들이다. 이들 중 한 팀만 옮겨도 머리가 아픈데 두 팀이나 최소 6년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니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KBO는 LG, 두산과 함께 서울시에 대체구장 확보를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 두 팀 모두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기에 임시 홈구장의 주요 후보로 키움 히어로즈의 홈인 고척 스카이돔의 공동 사용, 그리고 고교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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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야구부가 지난 5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 77회 황금사자기에서 선린인고를 12-3으로 누른 직후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목동야구장은 프로 리그 기준에는 한참 미달이지만, 아마야구 관계자에게는 최소한 야구할 맛이 나는 구장이다. 한 대학야구 감독은 "목동야구장 정도면 감지덕지다. 목동에는 그래도 학부모들과 스카우트들이 앉을 곳이라도 있다"고 한탄한 바 있다. 이런 목동야구장마저 프로에 내준다면 어린 선수들은 관중석도 마땅치 않은 신월야구장, 홍천야구장 등 밖으로 떠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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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가운데) 경북고 감독이 지난 7월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우승한 후 헹가레를 받고 있다. |
또한 2015년 이후 각종 전국대회 결승을 개최하면서 목동야구장은 동대문운동장을 대신할 새로운 아마야구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15년 전에 이어 또 한 번 아마야구의 산실이 위협받고 있다. 프로팀의 목동야구장 사용은 프로야구의 젖줄인 아마야구가 뒷전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LG와 두산의 대체 구장 후보에 목동구장만큼은 절대로 제외해야 한다. 야구계는 서울시와 KBO리그 사무국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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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원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