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게임 잘해서 군면제?' 이상혁-정지훈의 감탄스런 우문현답 [항저우 이슈]

항저우=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9.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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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 최우제, 서진혁, 정지훈, 이상혁, 박재혁, 류민석이 30일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금메달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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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 최우제(왼쪽부터), 서진혁, 정지훈, 이상혁, 박재혁, 류민석이 30일 기자회견장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OSEN
e스포츠가 2022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단연 리그오브레전드였다. '페이커' 이상혁(27·T1)라는 월드스타를 위시한 대표팀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정균 감독이 이끈 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은 결국 일을 냈다. 지난 29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 주경기장에서 대회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승리의 기쁨을 간직한 대표팀 선수들은 30일 중국 항저우 그랜드 뉴 센추리 호텔 대한체육회 스포츠 외교라운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날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빅뉴스에 이들에 대한 질문에 쏟아졌다.

단연 관심은 군 면제였다. 병역법에 따르면 운동 선수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체육요원으로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가 가능하다. 해당 선수는 종목 분야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기초군사훈련만 소화하면 병역을 대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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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앞에서 시상대 최상단에 올라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 ㄹ/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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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메달을 차지하고 시상대에 올라 있는 선수들. /사진=OSEN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스트리터파이터5에서 김관우가 앞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44세로 이미 병역과는 무관한 나이이고 e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이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상혁을 비롯해 탑의 '제우스' 최우제(T1)-정글의 '카나비' 서진혁(23·JD게이밍)-미드의 '쵸비' 정지훈(22·젠지), 원딜의 '룰러' 박재혁(25·JD게이밍)-서포터 '케리아' 류민석(21·T1)으로 이뤄진 대표팀은 예선부터 무실세트 전승을 거뒀다. 자존심을 건 중국과 대결에서도 일방적 홈 관중의 응원 속에서도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 내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뽐냈다.

우승 후 관심은 이들의 병역 여부로 옮겨졌다. 온라인 상에선 이들을 자랑스러워하며 병역 면제에 대해서도 축하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땀도 흘리지 않는 게임을 스포츠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인가', '이들에게 군 면제를 주는 게 합당한 것인가'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자회견장에서도 감지됐다. '군대에 가게 된 청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한다'는 다소 날이 선 질문이 나왔고 질문이 나왔고 선수들의 얼굴에서 당황한 듯한 기색이 엿보였다.

이상혁은 사회복무요원 장기대기(전시근로역)로 인해 병역 혜택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가 뒤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박재혁은 손을 저었고 결국 정지훈이 마이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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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라이너인 정지훈(왼쪽)과 이상혁이 나란히 주먹을 불끈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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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이 병역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OSEN
그는 "저희가 병역 혜택이 있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하다.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며 "가서 잘 생활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말이 다소 오해 섞이게 들릴 수도 있으나 꽤나 진중하게 답했고 국군장병에 대한 존중심을 느낄 수 있는 답변이었다. 난처할 수 있는 질문에 유연하게 잘 대응했다.

또 e스포츠를 과연 스포츠의 범주에 둘 수 있느냐는 비판 의식을 인식한 듯 이상혁은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들께 좋은 영향을 미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많은 분께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대표하는 상징과 같은 인물로서 이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상혁은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부모님 세대 분들은 스타크래프트 정도만 아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분들과 함께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그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영 대표팀 선수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 모두 LoL을 즐긴다고 입을 모으며 결승전을 보며 포효했다고 말했다. 남자 접영 50m 금메달리스트 백인철(부산광역시중구청)은 자신이 주로 정글 포지션으로 플레이한다면서 서진혁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시안게임의 종목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선정한다. 대회의 확장성을 위해 되도록 올림픽 이상으로 많은 종목을 포함시키려 하고 때론 개최국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한다. 중국의 IT기업 텐센트 그룹 산하 라이엇 게임즈가 이 게임을 개발하고 유통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식적인 절차를 통해 대표팀에 선발됐고 벙역법상의 예외를 둘수는 없다. 선수들이 비판 받아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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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이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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