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최고의 변수카드 되고 싶다" 롯데 '점화플러그' 대폭발, 2만 관중 앞 3루타-2루타-1루타 차례로 폭격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0.01 19:28
  • 글자크기조절
image
롯데 황성빈이 1일 사직 삼성전에서 1회 말 3루타를 터트리고 3루로 질주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image
롯데 황성빈이 1일 사직 삼성전 종료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의 '점화플러그'가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황성빈(26)이 2만 관중 앞에서 오랜만에 맹타를 휘둘러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서 8-5로 승리했다. 이로써 4연승을 질주한 롯데는 이날 경기를 패배한 6위 KIA 타이거즈와 1.5경기 차로 따라잡았고, 5위 SSG 랜더스와는 4경기 차를 유지했다.


이날 롯데는 선발 애런 윌커슨이 7이닝 6피안타 9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니코 구드럼도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 등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빛났다. 또한 노진혁이 6회 말 동점 솔로포를 터트리며 무려 136일 만에 시즌 4호 홈런을 때려낸 것도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롯데의 수훈갑은 단연 황성빈이었다. 2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황성빈은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렸다. 특히 안타 3개 중 2개가 득점과 연결된 것이어서 영양가도 있었다.

1회부터 황성빈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첫 타석에서 그는 삼성 선발 이호성의 높은 패스트볼을 공략, 중견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만들었다. 황성빈은 지체 없이 3루까지 향했다. 비록 수비가 다소 앞에 위치하긴 했지만 잘 맞은 타구를 만들며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황성빈은 다음 타자 이정훈의 2루수 땅볼 때 홈을 밟아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image
롯데 황성빈이 1일 사직 삼성전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다음 타석에서 6연속 파울 타구를 만든 끝에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난 황성빈은 5회 다시 안타를 생산했다. 1사 후 이호성의 실투성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은 황성빈은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렸다. 코스가 절묘한 곳으로 향하면서 황성빈은 2루로 돌진해 들어갔다. 우익수 호세 피렐라가 재빨리 던져봤지만 잡을 순 없었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결정적인 적시타까지 나왔다. 8회 말 2점 차(7-5)로 쫓긴 상황에서 유강남의 안타와 2루 도루로 롯데는 2사 2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황성빈은 투수 김태훈의 떨어지는 포크볼을 절묘하게 콘택트,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뽑아냈다. 유강남이 홈으로 돌진하며 롯데는 한 점을 더 올렸다.

이날 황성빈은 3루타와 2루타, 1루타를 차례로 기록하며 3안타를 만들었다. 지난 6월 12일 사직 한화전 이후 무려 110일 만의 3안타 경기였다. 또한 홈런만 기록했다면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를 달성할 수도 있었다.

image
롯데 황성빈(오른쪽 2번째)이 1일 사직 삼성전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구단을 통해 "엄청 오랜만에 수훈선수에 뽑힌 것 같다. 오늘 운이 좋아 잘 맞은 타구들이 많이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3루타 상황에 대해서는 "넘어갈 줄은 몰랐고 열심히 뛰었는데 빠지는 거 보고 3루까지 갔다"고 했고, 마지막 적시타는 "오늘 득점권 두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범타가 돼 타점 하나 올리고 싶었는데, (유)강남이 형의 빠른 발이 도왔다. 너무 감사하고 역시 달리기가 빠른 포수다"며 농담 섞인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사직야구장에는 추석 연휴를 맞이해 2만 159명이라는 많은 관중들이 찾아와 롯데를 응원했다. 황성빈은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아직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있으니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image
롯데 황성빈이 1일 사직 삼성전 승리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황성빈은 롤러코스터 같은 한해를 보내고 있다. 4월 1일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에서 3출루를 기록한 걸 시작으로 4월 초반 맹활약을 펼쳤다. 같은 달 7일 사직 KT전부터 26일 사직 한화전까지는 7경기 연속 안타를 달성했다. 4월 한 달 동안 멀티히트 경기도 4차례 만들어냈다. 래리 서튼 전 감독이 "우리 팀에서 점화플러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KBO 통산 도루 1위(549개)인 전준호(54) 코치도 "올해 황성빈이 주루에서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부상에 이은 부진이 황성빈을 꺾었다. 4월에만 2번이나 부상을 당했고(왼손 검지 골절, 왼 발목 인대 파열), 결국 5월 말에야 1군에 돌아왔다. 이후로는 좀처럼 4월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긴 머리까지 정리하고 나오며 각오를 다졌지만 살아닐 기미가 없었다. 전반기 막판 스타뉴스와 만난 황성빈은 "야구가 어렵다. 팀도 잘 이기지 못하고 나도 잘 안 된다. 내가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7월 28일 1군에서 말소된 뒤 한 달 동안 2군에 있던 황성빈은 이종운 감독대행이 부임한 후 지난 9월 1일 확장엔트리 때 1군에 복귀했다. 이후 이 대행은 "스윙이 괜찮아보인다"며 황성빈에게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3안타를 터트리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image
황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부상 이후로 너무 안 좋았던 건 사실이다"며 "2군에 내려가서 다시 준비하는 시기에 김평호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이야기했다. "타격폼에 많은 변화를 주려던 게 독이었다"는 그는 "타격폼을 좀 간결하게 딱 쓸 수 있는 힘만 쓰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지 않았던 시기 황성빈은 안권수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 6월 말 황성빈은 "권수 형하고 경기 끝나고 자주 연락한다. 권수 형이 (팔꿈치 수술 후) 돌아와서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도 황성빈은 "형이랑 테이블세터를 했으면 좋겠는데 라인업이 그렇게 됐다(안권수 1번-황성빈 2번)"면서 "권수 형이 'MVP 받아서 50만 원 받으면 서로 맛있는 밥 사자'고 했는데, 경기 끝난 후 '잘 먹을 게 성빈아'라고 했다"고 전했다.

롯데는 아직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황성빈은 "단기전을 꼭 해보고 싶다"며 "단기전에는 변수가 만들어져야 이긴다. 난 최고의 변수 카드가 되고 싶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image
황성빈. /사진=롯데 자이언츠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