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4.80→2.45' 끝판대장 오승환이 돌아왔다, '18년 인연' 국민유격수도 감탄 "나이 먹으면 근력 떨어지는데..."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0.0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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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왼쪽)과 오승환.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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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 /사진=OSEN
흔들리는 투구 속 선발투수로도 나가보고,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평정심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끝판대장'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은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박진만(47) 삼성 감독은 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를 앞두고 "오승환이 지금까지 계속 던지고 있다는 게 대단하다. 나이를 먹으며 부족한 부분을 다른 걸로 보충하며 꾸준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오승환은 우여곡절 많은 시즌을 보냈다. 3일 기준 그는 시즌 55경기에 등판, 4승 5패 28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ERA) 3.64의 기록을 내고 있다. 41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지만, 오승환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오승환은 전반기의 아픔을 딛고 최근 들어 다시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시즌 초반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오승환은 마무리 자리를 내려놓고 중간계투로 이동했다. 하지만 여기서 투구 기회가 나오지 않자 지난 5월 3일 대구 키움전에서는 프로 데뷔 18년, KBO 리그 621경기 만에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으로 뜻밖의 호투를 펼쳤지만 일회성 등판이었고, 2군에서 휴식 후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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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지난 3일 대구 키움전에서 프로 데뷔 19년 만에 첫 선발로 나와 5회까지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이후 6월 들어 다시 세이브 상황에 올라왔던 오승환은 6월 16일 수원 KT전에서 강판 후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등 '돌부처'라는 별명에 맞지 않게 이례적으로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오승환은 박 감독과 면담 끝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전반기 26경기에 올라온 그는 2승 3패 10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80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8월에는 월간 10세이브를 거뒀고, 9월에는 평균자책점 1.04로 투구 내용이 확연히 좋아졌다. 지난 2일 롯데와 더블헤더에서는 2경기 모두 세이브를 올렸는데, 1차전에서 멀티이닝(1⅓이닝) 세이브를 기록하고도 2차전에서 연투를 불사하는 투혼을 선보였다. 후반기 오승환은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45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전반기 0.298이었던 피안타율이 0.187로 뚝 떨어졌다.

박 감독은 오승환의 더블헤더 세이브에 대해 "1차전보다 2차전 때 옆에서 본 볼이 더 좋아보였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2차전 당시 마운드에 직접 올라가 오승환에게 이를 얘기했다는 박 감독은 "자신있게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니 공격적으로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마지막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루 2경기에 나오고도 오히려 뒷 경기에서 구위가 올라왔다는 건 여전히 오승환이 몸 상태가 괜찮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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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 /사진=OSEN
9월 이후 오승환의 부활에 대해 박 감독은 "최근에는 세이브 상황이 나오고 있지만, 한동안 조금 부족했다"며 "오승환이 그동안 잘 쉬고 충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승환은 지난달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시즌 24세이브째를 달성한 후 다음 세이브를 거두기까지 18일이 걸렸다(9월 27일 대전 한화전). 그 사이 오승환의 등판은 단 2경기에 불과했다. 박 감독은 "최근에는 이기는 경기에서 깔끔하게 세이브를 올려주며 승리를 쌓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오승환의 신인 시절부터 쭉 인연을 쌓았던 인물이다. 2005년 오승환이 프로에 입문했을 때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통해 같은 해 삼성으로 이적했던 박 감독은 유격수 자리에서 오승환의 투구를 지켜봤고, 2011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이적 후에는 상대 타자로 만났다. '국민유격수'라는 별명을 지닌 박 감독은 오승환과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 베이징 올림픽 등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한 바 있다.

입단 후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배가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박 감독은 "대단한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 감각이나 근력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본인이 다른 쪽으로 보충하면서 꾸준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MLB) 시절인 2016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0.5㎞(93.5마일)에 달했던 그는 올 시즌에는 144.1㎞(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까지 떨어졌다. 그렇지만 그는 전성기 시절 거의 던지지 않던 커브의 비중을 높이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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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왼쪽)과 박진만 감독. /사진=OSEN
이제 오승환은 KBO 리그 역사상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리그 통산 400세이브다. 긴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400세이브 투수는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를 포함해 단 8명 뿐이다. 2005년 16세이브로 시작한 그는 이듬해 KBO 리그 세이브 신기록인 47세이브를 거두며 본격적으로 클로저 역할을 수행했다. 3년 연속 세이브 1위(2006~2008년)에 오르는 등 6번의 세이브왕에 오른 그는 3일 기준 통산 398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당분간 오승환의 기록을 깰 선수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통산 세이브 2위 손승락(271세이브)부터 5위 구대성(214세이브)까지 모두 은퇴했고, 현역선수 2위 정우람(한화, 197세이브)과는 2배의 격차가 나고 있다. 그나마 아직 25세인 고우석(LG)이 139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해외 진출 등 변수가 있다.

박 감독은 "아무래도 내가 야수 출신이다 보니 그런 기록에 대해 둔감하긴 하지만, 100세이브도 시상 기록인데 400세이브라는 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이어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세이브를 쌓고 400세이브를 목표에 두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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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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