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도 한국말로 "대박" 감탄, 안세영 클래스! 허빙자오-천위페이? 천적 없는 독보적 '원톱' [항저우 AG]

항저우=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10.0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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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기뻐하는 안세영. /사진=뉴시스
2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천위페이(25·중국)에 발목을 잡혔다. 중요한 길목마다 '천적' 천위페이는 안세영에게 벽과 같이 느껴졌던 존재였다.

그러나 안세영은 달라졌다. 이젠 천적도, 확실한 적수도 없다. 안세영은 독보적 기량을 앞세워 2관왕 도전에 나선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Binjiang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16위 태국의 부사난 옹밤룽판에 2-0(21-12, 21-13) 완승을 거뒀다.

준결승 상대는 세계 5위 허빙자오(26·중국). 이날 오전 10시부터 단식 준결승 일정이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안세영에게 4전 전승을 달렸다. '왕년의 천적'이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올해에만 5연승을 달리며 천적 관계를 털어냈다.

안세영의 기세는 압도적이다. 2019년 프랑스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을 따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던 안세영은 도쿄 올림픽에서 불의의 부상까지 당하며 천위페이에 일격을 당해 8강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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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몸을 날려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사진=뉴스1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안세영은 이후 더욱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안세영은 약점을 모두 지워내며 압도적인 '1황'으로 떠올랐다. 13개 국제대회에서 9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당당히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안세영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다. 32강, 16강에 이어 다시 한 번 무실세트 승리를 따냈다.

안세영은 경기 내내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시종일관 압도하는 면을 보였으나 이따금씩 상대의 공격이 날카롭게 파고 들어도 몸을 날리며 완벽하게 다 받아냈고 유려한 네트 플레이가 빛났다. 빈틈을 찾아내지 못하고 상대가 지쳐갈 때쯤엔 손쉽게 상대 코트 빈곳으로 찔러 넣으며 손쉽게 득점하는 패턴. 올 시즌 안세영의 승리 공식의 되풀이일 뿐이었다.

상대도 감탄했다. 이날 안세영과 격돌한 그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또렷한 한국 발음으로 "안세영 대박"을 외쳤다는 것.

안세영의 4강 상대 허빙자오는 지난해까지 안세영을 괴롭힌 상대였다. 그러나 이젠 안세영을 쳐다볼 수도 없는 정도로 실력 차가 벌어졌다.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18위 김가은(25·삼성생명)에게도 패하며 한국 배드민턴에 큰 코를 다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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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스매시를 꽂아넣는 안세영. /사진=뉴시스
5일 8강에서 김가은을 2-1(21-17, 17-21, 21-15)로 제압한 세계 3위 천위페이는 4강에서 20위 오호리 아야(일본)와 격돌한다. 천위페이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안세영으로선 누가 올라와도 전혀 걱정이 없다.

천위페이는 한 때 안세영의 천적으로 불렸다. 도쿄 올림픽은 물론이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에도 천위페이에 막혀 단식 32강 에서 탈락했었지만 천적 관계를 지워낸지 오래다. 여전히 상대전적에선 6승 10패로 밀리고 있지만 올해에만 6승 2패로 앞섰고 단체전 결승에서도 2-0 완승을 거뒀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허빙자오를 상대로는 지난 6월 태국 오픈과 7월 재팬 오픈 결승에서 짜릿한 승리도 맛봤다.

다만 천위페이에겐 설욕해야 할 일이 남았다. 올 시즌 전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2차례 패배가 하필 5월 BWF 수디르맨컵 결승, 6월 인도네시아 오픈 준결승에서였다. 우승컵 2개를 더 보탤 수 있었던 상황이기에 안세영은 단체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천위페이의 코를 납작하게 꺾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선 우선 허빙자오를 꺾어야 한다. 천위페이도 이날 오후 열릴 4강에서 오호리 아야를 잡아내면 결승에서 빅매치가 성사된다.

단체전에서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수확한 안세영은 이제 단식에서도 정상에 설 준비를 마쳤다. 세계 랭킹 5위까지가 모두 아시아권 선수들이기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세계 정상을 뜻하기도 한다. 안세영이 그동안 아쉬움을 나타냈던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도 드디어 자신의 진가를 유감 없이 증명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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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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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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