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아픈손가락' 김태훈 은퇴 "아쉬움 없다, KS우승 자랑거리"... 33세 'SSG 원클럽맨' 굿바이! [인천 현장인터뷰]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10.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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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태훈이 17일 두산전을 앞두고 시구자로 나서 환히 웃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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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은 강속구로 마지막 투구를 하는 김태훈. /사진=SSG 랜더스
김광현(35)도, 노경은(39)도, 심지어 고효준(40)도 여전히 현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SSG 랜더스지만 김태훈(33)은 조금은 이른감이 있는 이별을 택했다.

김태훈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은퇴식을 갖는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SSG 전신) 유니폼을 입고 붉은 색 계열 유니폼만 11시즌을 입었다.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고 통산 302경기 18승 22패 9세이브 64홀드 평균자책점(ERA) 5.18을 기록한 김태훈은 그렇게 그라운드를 떠난다.

김광현에 비하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국군체육부대(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그와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인천을 벗어나지 않았던 김태훈이다. 15년, 11시즌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그이기에 떠나보내는 팬들 또한 복잡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달 28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힌 그는 "최고의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1차 지명이라는 과분한 관심을 받으며 입단 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하지만 2018년 팀의 우승과 함께 선수 개인으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드리며 팬 여러분의 사랑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받았던 응원과 함성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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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환한 미소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태훈.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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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밝은 미소로 인터뷰를 하는 김태훈. /사진=안호근 기자
이날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2군에서 한 2년 동안 오래 있다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후배들도 되게 많고 하다 보니까 이제는 경쟁력이 떨어지겠다 생각해서 일찌감치 생각하고 결정을 했다"고 은퇴 배경을 전했다.

이어 "프로야구에서 할 건 다 해본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후련했다. 아쉬운 건 없다"며 "열심히도 해봤고 시즌도 준비도 열심히 해봤는데 이제 벽에 부딪혀서 깔끔하게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의 구상도 이미 마쳤다. 인천 지역에서 야구교실을 차려 후배들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엄정욱 등 옛 동료와 함께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월급쟁이는 안 될 것 같다"며 특유의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김원형 감독에게 김태훈은 아픈손가락이다. 김 감독은 "태훈이는 아쉽다. 이렇게 은퇴할 줄은 몰랐다"며 "같이 선수 생활도 했던 사이다. 사실은 미안하기도 하다. 성격이 너무 좋아도 문제다. 자기 걸 못 챙기니까"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런 것들이 좀 아쉽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닌데 본인이 저번에 은퇴한다고 와서 얘기를 했다"며 "시즌 초반에 당장의 게임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캠프식으로 2,3개월 동안 몸을 만들어서 7,8,9월 승부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전달이 안 됐다고 하더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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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명의 팬들 사이로 등장하는 김태훈(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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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이 마운드로 뛰어 들어오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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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힘을 실어 시구를 하는 김태훈. /사진=SSG 랜더스
"지금은 팔이 아파서 못하겠다더라"는 김 감독은 "본인 스스로 선택을 했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을텐데 또 야구장에 와서 마지막으로 또 웃고 하는 걸 보니... 지금은 감독과 선수지만 그 전엔 선후배 관계로 만났던 후배인데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구단과 팬들 또한 김태훈은 이대로 떠나보내기는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팬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김태훈의 뜻을 담아 사전 선정된 100명을 대상으로 팬 사인회가 마련됐고 메시지 카드 제공 등 각종 이벤트도 열렸다.

경기를 앞두고 시구자로도 나섰다. 그의 등번호인 '51번'에 맞춰 51명의 팬이 두 줄로 늘어섰고 김태훈이 그 사이로 등장했다. 팬들은 뜨거운 격려의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마운드로 향했고 그와 절친한 서진용이 홈플레이트에 앉아 그의 공을 기다렸다.

김태훈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한 듯이 그 어느 때보다 불 같은 속구를 꽂았다. 시구였지만 투구 후엔 습관적으로 전광판을 쳐다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시구를 마친 그는 선발 투수 김광현과 뜨거운 포옹을 마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2018년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8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친 기억도 팬들에겐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태훈은 은퇴 후 후배들에게 어떤 것을 자랑하고 싶냐는 질문에 "고교 야구에서 기록한 퍼펙트게임과 한국 시리즈 우승"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김태훈의 공로와 마지막을 기념하는 은퇴식은 경기 종료 후 진행된다. 기념 선물과 꽃다발 수여, 선수단 영상 편지 상영, 은퇴 소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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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오른쪽)이 시구 후 절친한 동료 서진용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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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 김광현(오른쪽)과 포옹을 나누는 김태훈.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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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왼쪽)이 서진용과 환히 웃으며 서로를 토닥이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 김태훈 일문일답





- 은퇴 결심 계기는?

2군에서 한 2년 동안 오래 있다 보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좋은 후배들도 되게 많고 하다 보니까 이제는 경쟁력이 떨어지겠다 생각해서 일찌감치 생각하고 결정을 했다.

- 팔 상태가 잘 돌아오지 않나.

팔 상태는 그냥 던지면 되는데 풀타임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팔 상태는 그렇게 나쁘진 않다.

- 제2의 인생을 계획하기 전에 먼저 은퇴를 결정한 건가.

아니다. (은퇴 후 삶에 대해) 어느 정도 구상을 해놓고 있다가 올 시즌에 이제 2군에서 풀타임을 돌면서 (은퇴) 생각을 했다. 인천에서 야구 레슨을 통해 후배들을 양성하면서 대한민국 야구를 위해 기여하겠다. (엄정욱 등 다른 사람과 함께 하나) 아니다. 월급쟁이는 안 될 것 같다.(웃음)

- 은퇴를 결정할 때 미련이 남지는 않았나.

프로야구에서 할 건 다 해본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후련했다. 아쉬운 건 없다. 열심히도 해봤고 시즌도 준비도 열심히 해봤는데 이제 벽에 부딪혀서 깔끔하게 선택을 했다.

- 아빠인데,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영향을 미쳤나.

어느 정도 그런 부분도 있다.

- 노경은과 김광현, 고효준 등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 다시 생각해보라는 얘기는 듣지 않았나.

그런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다. 경은이 형이나 효준이 형이나 광현이 형이나 워낙 아직까지도 구위가 있으니까 존경스럽다. 대단한 선수들인데 내가 좀 자신이 없다.

- 돌아보면 자랑할 만한 기억은 무엇이 있을까.

고교 야구에서 기록한 퍼펙트게임과 한국 시리즈 우승이다. (플레이오프 때 맹활약은?) 그건 1점을 줘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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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를 하는 김태훈. /사진=SSG 랜더스
- 제일 아쉬운 건 무엇인가.

아쉬운 건 딱 하나 있다. 꾸준하지 못했던 것. 경기 내용에서 꾸준하지 못했던 점이 제일 아쉽고 그것 말고는 없다.

- 퓨처스리그 마지막 등판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오늘 진짜 한번 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전력으로 던졌다. 구속이 너무 잘 나오더라. 145㎞까지 나왔다. (은퇴 번복을 생각했나.) 살짝 고민하긴 했는데 후배들이 (은퇴 세리머니) 준비를 다 해놨더라. 맥주도 붓고 그랬다.

- 오늘도 가족들이 오나.

아이가 이제 돌이 지나서 13개월, 14개월 정도가 다 됐다.

- 눈물이 날 것 같지 않나. 준비한 발언은?

이미 다 작성을 해뒀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새벽 1시에 그 감성으로 적었다. (후회할 만한 발언은 없겠나) 이미 두 번 검수를 받아 놨다.

- 선수로는 마지막 인터뷰인데.

이제 이런 기회가 안 올 것이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 감사드린다. 제2의 인생을 잘 살아보겠다.

- (친절하고 유쾌한 인터뷰로 인해) 취재진이 사랑한 선수였다.

감사하다. 정말.

- 돌아보면 어떤 선수로 기억될 것 같나.

많이 들었는데 유쾌하고 밝았던, 에너지 넘치는 선수로 기억될 것 같다.

- 지금부터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데.

지금 긴장해서 (잘 모르겠다)

- 친하게 지낸 박종훈이나 서진용 선수에게 해줄 말은?

종훈이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둘은 끝까지 남아서 야구 오래해서 청라(이전 계획 구장)까지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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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소로 인터뷰하는 김태훈.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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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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