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KT 팬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순간이 있었다→ '9회말 2아웃에 만루포'... 2차전 반격 희망 될까

KT 배정대(오른쪽)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만루포를 때려내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KT 배정대(오른쪽)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만루포를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그저 무기력하게 패할 수도 있었다. 단기전. 그것도 1차전에서 힘없이 물러나는 것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 또 달랐다. 그런 측면에서 KT가 9회 2사 후 만루 홈런포를 터트린 건 분명 의미가 있었다.

KT 위즈는 3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9로 패했다. 역대 5전 3선승제로 펼쳐진 32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비율은 78.1%. 일단 NC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NC는 지난 2020년 11월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한 뒤 포스트시즌 8연승에 성공했다. 올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스윕에 성공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승리하며 막강한 기세를 뿜어내는 중이다.

반면 KT는 지난 10일 두산과 정규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약 3주가량 휴식과 자체 훈련을 병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3회 황재균이 평범한 내야 뜬공을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이어 4회에는 배정대가 권희동의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비록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평소 배정대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로 보였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장면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남긴 한 방이 있었다. 팀이 1-9로 크게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 NC의 바뀐 투수 김시훈을 상대로 1사 후 박병호가 2루타를 터트렸다. 후속 김준태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2아웃. 그래도 KT는 허무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정준영이 2루수 방면 내야 안타를 만들어낸 뒤 문상철이 9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다음 타자는 배정대. 여기서 NC는 클로저 이용찬을 올렸다. 사실상 거의 다 넘어간 경기에서 상대 팀 클로저까지 소환한 것. 여기서 배정대는 이용찬의 한가운데 초구 속구(144km)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비거리 120m)을 터트렸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KT 팬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 뒤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앞서 4회 자신의 아쉬운 수비를 털어낸 만루포이기도 했다. 비록 경기는 내줬지만, 팀으로서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NC에서 좋은 1선발이 나왔고, 우리도 1선발이 나갔다. 초반에 주도권을 빼앗긴 뒤 분위기를 넘겨주는 바람에 경기를 내줬다"고 총평한 뒤 "그래도 타격이 5회 이후 맞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만루 홈런과 함께 좋은 모습으로 끝나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남은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31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NC는 신민혁, KT는 벤자민을 각각 선발로 내세운다. 올 시즌 '마법 같은 여정'을 보여준 KT가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KT 배정대(오른쪽)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만루포를 친 뒤 이강철 KT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배정대의 만루포에 기뻐하는 KT 동료들. /사진=뉴스1

KT 배정대(오른쪽)가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만루포를 터트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