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단장 "(추가 FA) 열려 있지만...", 한화는 '역대급' 2차 드래프트를 바라본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11.2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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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왼쪽)이 20일 한화 이글스와 FA 계약을 맺고 손혁 단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현재까지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한화 이글스다. 시즌 종료와 함께 코치진 개편에 돌입했고 선수단을 정리했다. 베테랑 투수 정우람(38)과는 플레잉 코치로 계약했고 새 외국인 타자도 데려왔다.

그리고 20일 자유계약시장(FA) 시장이 개장한 지 이틀 만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화 이글스는 20일 FA 내야수 안치홍(34)과 4+2년 총액 72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4년간 보장액 47억 원, 옵션 8억 원 등 최대 55억 원 규모. 여기에 4년 뒤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선택권이 부여되는 상호 계약 연장(뮤추얼) 옵션이 발동될 경우 2년간 보장 13억 원과 옵션 4억 원 등 최대 17억 원 계약이 실행된다. 최대 6년에 72억 원 계약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9명의 FA 승인 명단을 공시하고 시장이 열린 뒤 이틀 만에 나온 계약 소식이다. 이번 FA 계약 1호는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한 전준우지만 더 많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외부 영입 1호 안치홍이었다.

한화는 지난 19일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5)와 계약 소식을 전했는데 손혁 단장은 그날 저녁 곧바로 안치홍과 만났고 첫 만남에서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손 단장은 구단을 통해 "올 시즌 FA 계약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며 "정말 필요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우리는 선수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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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점퍼를 입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치홍. /사진=한화 이글스
안치홍 또한 구단을 통해 "한화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왜 내가 한화 이글스에 꼭 필요한 지를 강조해 주셨다"며 "내가 한화 이글스에 오게 됨으로써 그 동안 구단에 부족했던 점이 어떻게 메워지게 될 수 있는지를 강조해주신 점이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적극적인 자세가 안치홍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화는 2023년에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시즌 도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이별하고 최원호 2군 감독을 승격시켰다. 3년 연속 꼴찌에 머문 한화는 18년 만에 8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결국 탈꼴찌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문동주가 시속 160㎞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고 노시환은 한화 역사상 3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가진 선수가 됐다. 타점왕까지 2관왕에 오른 그는 리그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 꼽힐 만큼 성장했다.

루키 문현빈은 내외야를 오가면서도 주전으로 도약했고 불펜진에서 활약한 선수들도 눈에 띄었지만 팀 타선은 타율 0.241로 최하위였다. 타선 보강이 시급했다.

페라자에 이어 안치홍을 데려오며 타선의 무게감을 더했다. 손 단장은 안치홍에 대해 "2번 타자부터 클린업의 뒤를 받치는 역할까지 모두 해낼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새로 온 외국인 선수와 노시환, 채은성과 함께 시너지를 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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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 /AFPBBNews=뉴스1
데뷔 시즌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우완 파이어볼러 김서현(19)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좌투수 황준서(18) 또한 내년 마운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부풀게 한다.

이제 막을 연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향후 어떻게 움직일까. 더 파격적인 행보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가장 급한 임무를 처리한 만큼 내부 단속에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다. 손혁 단장은 "외국인 타자와 FA 타자 안치홍을 영입했기 때문에 이제 내부 FA 장민재도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 외부 영입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포지션 중복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양석환을 영입한다면 그야말로 '핵타선'을 구축할 수도 있다. 다만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손 단장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2차 드래프트, 외국인 투수 문제 등 FA 외에도 풀어나가야 할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시장 상황을 보며 신중하게 움직일 계획"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2차 드래프트가 스토브리그의 판도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 2차 드래프트는 4년 만에 부활해 22일 열린다. 각 구단의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구단별 보호 선수 40인 외에서 1~3라운드를 거친 지명이 가능했던 제도였으나 한동안 폐지돼 퓨처스 FA 제대로 대체됐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온 2차 드래프트는 라운드별 양도금을 1억 원씩 상향하는 대신 보호선수를 40인에서 35인으로 축소했다. 보다 양질의 선수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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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 유니폼을 입고 11시즌 동안 팀에 81승을 안 이재학. /사진=뉴스1
2차 드래프트는 2023시즌 순위의 역순으로 1라운드부터 진행되고 한화를 포함한 하위 3팀은 3라운드 종료 후 2명씩 추가 지명을 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2차 드래프트에 다소 부침을 겪은 베테랑 선수 몇몇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특히나 SSG 랜더스가 일발장타를 갖춘 내야수와 다년계약으로 묶은 투수를 35인에 묶지 않았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퍼지고 있다.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갖는 한화가 이번 2차 드래프트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물론 이들이 풀린 게 맞다고 하더라도 덜컥 쉽게 영입할 수는 없다. 이미 고액 연봉자인 베테랑들을 데려올 경우 샐러리캡(연봉 상한액) 셈법이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라운드 4억 원, 2라운드 3억 원, 3라운드 2억 원, 4라운드 이하 1억 원으로 최대 5명을 다 데려온다고 할 땐 양도금만 11억 원이 발생한다. 이 또한 적잖은 부담일 수 있다.

다만 위험을 감수한다면 '대박 영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꼭 베테랑들이 아니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를 데려온다면 재미를 볼 수 있는 게 2차 드래프트의 묘미다. 두산 베어스의 유망주 투수였던 이재학은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은 뒤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는 등 11시즌 동안 81승을 NC에 안겼다. 2012년과 2018년 롯데가 두산에서 데려간 김성배와 오현택은 각각 31세이브를 올린 특급 클로저와 25홀드를 챙긴 홀드왕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올 시즌 LG 트윈스에 29년 만의 우승을 도운 신민재도 두산에서 2차 드래프트로 LG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물론 FA에 비해 보장된 활약 가능성이 낮기에 어느 정도 모험을 걸어야 하는 게 2차 드래프트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미 안치홍 영입에 적잖은 돈을 쓴 한화로선 2차 드래프트에서 추가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보강이 필요한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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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전체 1순위로 지명한 황준서(오른쪽)와 손혁 단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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