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구단 초긴장?' MVP 페디 "내년 KBO 잔류 고려 가능성, 물론 당연하다"

소공동=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11.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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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 페디, 한동희 통역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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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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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왼쪽)와 페디. /사진=뉴스1
올해 KBO 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선동렬'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내년에도 KBO 리그에서 뛸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물론이다"라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이 긴장해야 할지 모르는 발언이라 할 수 있겠다.

페디는 27일 웨스틴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를 포함해 5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마크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및 탈삼진(209탈삼진)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페디는 1986년 선동열(해태) 이후 37년 만에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는 역사를 썼다. 외국인 선수가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페디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선동열(1986·1989·1990·1991년)과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만 정복한 바 있다.

이날 페디는 평균자책점과 다승, 탈삼진 부문까지 트리플 크라운에 이어 올해 신설된 투수 부문 수비상 및 MVP까지 차지하며 5관왕에 등극했다. 페디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111표 중 102표(득표율 91.9%)를 획득, 노시환(6표·한화 이글스)과 홍창기(2표·LG 트윈스), 최정(1표·SSG 랜더스)을 제치고 MVP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페디는 트로피와 MVP 상금 1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페디는 이날 투수 3관왕에 수비상과 MVP까지 차지하면서 총 21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외국인 선수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것은 역대 KBO 리그 8번째였다. 앞서 타이론 우즈(1998년)와 다니엘 리오스(2007년·이상 두산 베어스), 에릭 테임즈(2015년·NC), 더스틴 니퍼트(2016년), 조시 린드블럼(2019년·이상 두산), 멜 로하스 주니어(2020년·KT 위즈), 아리엘 미란다(2021년·두산)가 MVP를 수상한 바 있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시상식에 불참한 적이 많았다. 이에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장에서도 승률상을 따낸 윌리엄 쿠에바스(KT)와 좌익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한 기예르모 에레디아(SSG 랜더스)가 영상을 통해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디는 달랐다. 앞서 가을야구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갔던 페디는 이번 시상식을 위해 26일 아버지 스캇 페디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페디는 수상 후 마이크를 잡은 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KBO 리그 자체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NC에 왔기에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 여자친구까지 먼 한국까지 와서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아버지는 시상식 자리까지 와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디는 "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끝까지 우리는 형제라는 말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창원이라는 도시에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어딜 가든 창원은 나에게 있어서 제2의 고향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디는 포스트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팀의 탈락이 확정되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페디는 당시 눈물을 흘렸던 이유에 대해 "지금 (질문하신 사회자분께서) 또 눈물을 흘리게 해주신다"면서 "그때는 팀의 탈락이 확정됐기에 감정이 올라왔다. 팀의 모든 동료가 형제이기 때문에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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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페디가 플레이오프 5차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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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오른쪽)와 그의 아버지 스캇 페디.
페디는 시상식이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MVP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연히 가장 먼저 가족이 생각났다. KBO리그에 와서 이렇게 마지막에 MVP를 수상할 줄 몰랐는데, 상을 받게 돼 정말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디는 올 시즌 처음 KBO 리그에 입성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올해 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펼쳐진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게 그 시작이었다. 페디는 당시를 떠올리면서 "일단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으며, 언어라는 장벽도 있었다. 그러나 팀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형제 같은 동료가 생겨서 정말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26일 시상식 참가를 위해 입국한 페디는 28일 출국할 예정이다. 페디는 "MVP를 탈 수 있다는 희망을 안은 상태에서 시상식에 참석했다. 끝으로 MVP를 받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전했다.

최대 관심사는 페디의 향후 거취다. 워낙 KBO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그를 원하는 팀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페디 영입을 노려볼 수 있다. NC 다이노스와 재계약 역시 하나의 카드라 할 수 있다.

페디는 내년 시즌 거취에 관해 "아직 NC 다이노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내게는 훌륭한 에이전트가 있다. 그 이후에는 다른 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저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흥분된다. 일단 어떤 결정을 하든지, 가족을 우선시할 것이다.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페디는 'NC와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가'라는 질문에 "물론(Of course), 예(Yeah), 예(Yeah)"라고 힘차게 말한 뒤 "당연히 NC 다이노스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NC는 정말 내게 있어서 우월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NC는 나의 마음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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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왼쪽)가 지난 8월 식사 자리에서 문동주에게 그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진영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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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왼쪽)와 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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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
이날 시상식에서 신인상의 영광은 한화 문동주에게 돌아갔다. 둘은 단상 위에서 짧은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사실 둘은 인연이 있다. 바로 지난 8월 14일 창원에서 NC와 한화의 3연전을 하루 앞두고 식사 자리를 함께한 것. 페디와 문동주는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지만, 문동주가 페디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둘의 만남이 성사됐다. 당시 NC 관계자는 "문동주가 한화 외국인 스카우트(김진영)에게 페디와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했고, 페디의 에이전트와 친분이 있어 만남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식사 자리에서 페디가 문동주에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그립 등을 알려주는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동주의 야구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과 함께 한국 선수를 향한 페디의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당시 페디는 "문동주가 야구를 배워보고 싶은 의지가 강한 친구여서 그런 자리가 성사됐다. 야구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무엇보다 (문동주가) 영어를 너무 잘해 정말 놀랐다. 에이전트가 영어를 잘해서 따로 통역 없이 대화하긴 했지만, 문동주도 영어를 잘해 문제는 없었다"면서 "나는 미국에서 10년간 야구를 했고, 거기서 나오는 지식을 최대한 많이 공유하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피칭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고 했다.

페디는 시상식장에서 문동주를 다시 만난 것에 관해 "이렇게 같이 단상 위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함께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달랐다. 문동주에게 '내가 지금 들고 있는 트로피(MVP)를 나중에 네가 들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귓속말도 했다. 그러자 문동주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뜻깊은 하루였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막판 페디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페디는 10월 16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6회 2사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다가 KIA 고종욱의 강습 타구에 오른팔을 맞아 교체됐다. 아웃카운트 1개가 부족하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아쉽게 놓쳤다. 이후 회복에 전념한 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하다가,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2개는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개인 최다 탈삼진이었다. 하지만 2연승 후 NC가 내리 3연패를 당하면서 페디의 가을야구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페디는 경기장을 떠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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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 후 페디(오른쪽)가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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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2023시즌의 의미에 대해 페디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시즌이었다. 시즌 도중에도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올 시즌만큼 대단한 시즌은 없을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트로피 보관에 대해 "집에 특별한 기념품을 모아두는 방이 따로 있다. 그곳에 자랑스럽게 진열을 해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페디는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줬던 동료에 대해 "정말 많은 동료가 있다. 굳이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김시훈인 것 같다. 투산에서 처음 만나 언어의 장벽도 있었는데, 영어를 배우려 노력을 많이 했다. 투산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아마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 삶에 있어서 최고의 친구 중 한 명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감사의 마음을 건넸다.

페디는 "2023시즌 KBO 리그의 한 축을 맡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37년 만에 단일 시즌 20승-200탈삼진 기록을 작성한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대기록을 세웠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면서 "아쉽게도 올해 직접 뵙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이제 다시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 시즌 또 수상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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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남(왼쪽) NC 단장이 27일 페디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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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오른쪽) KBO 총재와 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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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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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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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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