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로 뛸 준비는 하고 있다" 국대 2루수 ML 도전 본격화, 변수는 풀타임 SS 가능성

마곡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12.0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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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이 유격수 자리에서 1루 송구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의 메이저리그(ML) 도전이 4일 홍원기(50) 감독과 만남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정호-박병호-김하성-이정후 등 전례를 생각하면 포스팅은 허락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풀타임 유격수(Short Stop·SS) 가능성이 변수로 떠올랐다.

김혜성은 3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23 히어로즈 자선 행사에서 "홍원기 감독님과 내일(4일) 만난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이유는 다른 건 없다. 포스팅 시기가 다가왔으니까 그냥 열심히 해서 도전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앞선 1일 열린 '2023 마구마구 리얼글러브 어워드' 시상식에서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도전 선언은 화제가 됐다. 시즌 중에도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몇 차례 밝힌 적은 있지만, 이처럼 공식 석상에서 구단의 허락을 받겠다고 한 적은 처음이었다. 당시 김혜성은 "실력을 키워서 떳떳하게 도전하겠다. 내 의사는 구단에 전달했다. 아직은 운영팀장님께만 말했고 단장님, 감독님과는 조만간 만나 뵐 것 같다. (관련된 모든 대화가) 2주 안에는 끝낼 것 같다"고 말했다.

자격은 충분하다.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7시즌 동안 대부분의 타격지표에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올해는 타율 0.335(556타수 186안타) 7홈런 57타점 104득점 25도루, 출루율 0.396 장타율 0.446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300(2924타수 877안타) 26홈런 311타점 501득점 181도루, 출루율 0.360 장타율 0.393.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는 주장을 맡아 각각 금메달과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자선카페 행사에서 만난 팬들에게 김혜성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도 "금메달 축하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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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기대 이상이다. 스카우트 A는 올해 스타뉴스와 만나 "이정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김혜성이 더 관심이 간다. KBO리그에서 운동능력은 최고 수준이고 워크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이 정말 좋다"고 관심을 드러냈다. 또 다른 스카우트 B는 "김혜성의 운동 능력은 국내 유격수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운동 신경이 정말 좋고 수비 범위가 넓다"고 눈여겨본 바 있다.

포스팅 입찰까지 1년을 남겨둔 상황에서 타격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장타력이 없는 대신 수비와 주루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김혜성 역시 "내 목표는 항상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도 달라질 건 없다"며 "내가 메이저리그에 어필할 수 있는 점은 내야와 외야 모두를 볼 수 있고 주루가 괜찮다는 것이다. 수비도 가서 열심히 하다 보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풀타임 유격수 소화 능력이다. 유격수와 2루수는 가치 평가에서 차이가 크다. 보통 유격수는 수비가 가장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는 인식이 있다. 어깨, 수비 범위, 송구, 포구 등 다양한 부분에서 월등해야 하는 만큼 이후 노쇠화가 진행돼도 3루, 2루, 외야 등 선택의 폭이 넓다. 반면 2루수는 향후 커리어에서 포지션 변경의 폭이 유격수보다 좁다.

흔히 어깨가 좋지 않거나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유격수가 2루로 향하지만, 김혜성의 경우는 다르다. 어깨와 수비 범위 KBO리그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지만, 포구와 송구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특유의 언더핸드 송구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으나, 대체로 송구 방식 자체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현장의 시선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나오는 포구 실책도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B는 "오버든 언더든 본인이 편한 대로 던지면 된다. 강하게 던져야 할 상황에서는 오버스로로 던지는 것이 좋지만, 내가 본 김혜성은 오버스로로 잘 던졌다. 또 수비 범위와 송구는 타구를 많이 처리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실력이 늘 수 있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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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에서 2루로 활동했던 김혜성.


현재로서 '유격수 김혜성'은 안 된다는 평가가 많다. 2021년 풀타임 유격수로 뛰면서 35개의 실책(유격수 113경기 29실책, 2루수 39경기 6실책)을 저지른 잔상이 아직 남아있다. 올해도 다섯 차례 나섰으나, 2개의 실책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유격수 불가 판정을 내리기엔 이르다는 시선도 있다. 오지환(33·LG 트윈스), 김하성, 박찬호(28·KIA 타이거즈)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유격수들은 많은 실책에도 최소 5~6년 동안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포수 못지않게 많은 경험이 필요한 포지션에서 김혜성은 겨우 한 번의 풀타임 기회를 부여받았을 뿐이다.

김혜성에게 풀타임 유격수를 뛰게 할 여건은 마련돼 있다. 이정후, 안우진(24) 투·타 핵심이 빠진 키움의 2024년은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즌이다. 2루수 자리에 최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최주환(35)을 비롯해 대안이 있는 반면, 유격수에는 공·수 모든 면에서 김혜성보다 뛰어난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유격수로서 수비 능력을 입증한다면 더 좋은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점에서 김혜성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주는 것은 키움으로서도 나쁘지 않다.

김혜성 역시 유격수로 뛸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당연히 생각이 있다. 뛰고 싶은 의지도 있고 준비도 하고 있다"고 칼같이 답했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지난해 12월 해외 리그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김혜성의 콘택트 툴과 스피드 툴은 그를 메이저리그에서 유틸리티 선수로 뛸 수 있게 한다. 2021~2022년 80개의 도루를 했고 홈에서 1루까지 4초 밑으로 끊었다"며 "그는 주로 2루수로 뛰지만, 유격수에서 뛸 수 있는 어깨와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다. 빅리그에서 주전 2루수로 뛰기에는 장타력이 부족하기에 수비적으로 좀 더 다재다능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성장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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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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