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연봉'으로 韓 왔던 페디, '1000만$' 몸값에 금의환향... KBO, 이제 종착지 아닌 또다른 출발점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2.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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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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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올해 KBO 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에릭 페디(30)가 결국 '달러 위력' 앞에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어쩌면 페디와 동급의 선수가 한국에 올 수 있는 여지도 생기게 됐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는 5일(한국시간) "페디는 불특정 팀과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 2년, 연봉은 500만 달러(약 65억원) 이상이다"고 전했다. 이어 파인샌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메츠가 경쟁팀이라고 보도했다.


페디의 미국 복귀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시즌 종료 후 그는 미국 언론에서 이번 겨울 FA(프리에이전트) 선발투수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MLB.com은 지난 11월 페디를 이정후(키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마쓰이 유키(라쿠텐) 등과 함께 '곧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아시아리그 스타'로 소개했다. 매체는 "야구계 일각에서는 페디가 빅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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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MLB트레이트루머스 역시 랭킹 상위권은 아니지만 주목할 FA 자원으로 페디를 언급한 바 있다. 매체는 "페디는 2023년 뛰어난 성적을 거뒀고, 과거 상위권 유망주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메릴 켈리(2년 550만 달러)나 조쉬 린드블럼(3년 912만 5000달러), 크리스 플렉센(2년 475만 달러) 등 과거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넘어간 선수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좋은 기록과 연봉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이 금액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보았다.

NC는 페디를 2024시즌 보류선수명단에 넣으며 재계약을 시도했다. 그러나 강인권(51) NC 감독은 시즌 후 "페디는 우리 구상에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토로했다. 선수 본인은 지난달 KBO 시상식에 참석해 취재진을 만나 'NC와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가'라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며 문을 열어뒀지만, 결국 한국 무대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 군침을 흘리는 건 그만큼 페디의 올해 활약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는 2023시즌을 앞두고 NC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한국 무대에 도전했다. NC에서 4년 동안 53승을 거뒀던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35)가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면서 비었던 에이스 자리를 채울 선수로 주목받았다. 영입 당시 임선남 NC 단장은 "강력한 구위의 투심 패스트볼과 함께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로, 그라운드볼 유도 능력이 우수하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도 갖췄다. 구단 선발진의 핵심 멤버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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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그리고 페디는 기대대로 NC 마운드의 기둥으로 등극했다. 그는 페넌트레이스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에서 던졌던 많은 구종들과 함께 좌우 무브먼트를 극대화한 슬라이더인 '스위퍼'를 장착해 타자들을 요리했다. MLB.com은 "워싱턴을 떠난 이후 갈고 닦은 스위퍼 덕분에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다"고 분석했다.

페디는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고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이에 올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최동원 상의 주인공도 역시 페디였다. 그리고 시즌 후 진행된 KBO 시상식에서도 MVP를 수상하며 올해 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강인권 감독은 시즌 종료 후 스타뉴스와 만나 "페디가 있으면서 등판하는 경기에 대한 계산이 서게 된다. 그러면서 나머지 경기에서 조금 더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페디의 활약이 엄청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열정도 있었고, 항상 팀을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진 선수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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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시절의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
페디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빅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등판해 454⅓이닝을 소화한 그는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의 성적을 거뒀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시즌인 2022년에도 27경기(127이닝)에 선발 등판, 6승 13패 5.81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잔류 대신 한국행을 택했고, 이는 성공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는 몸값으로도 드러난다. 2022년 215만 달러(약 28억 원)의 연봉을 받았던 페디는 한국에 오면서 반값으로 낮추고 이적했다. 1년의 인내는 달콤한 열매로 돌아와 빅리그 마지막 시즌의 2배가 넘는 연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년에도 31세로 나이가 많지 않기에 활약 여하에 따로 향후 더 많은 돈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KBO 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은 커리어의 종착지인 경우가 많았다. 훌리오 프랑코, 호세 리마, 카를로스 바에르가 등 빅리그 스타플레이어들이 한국에 왔지만 당시엔 이미 나이가 어느 정도 찬 상태였다. 하지만 KBO 리그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수들도 한국 무대를 밟는 일이 늘어났고, 이른바 '역수출' 성공사례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과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켈리가 있다. KBO 진출 전까지 빅리그 경험조차 없던 켈리는 4년간 119경기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남겼다. 마지막 해인 2018년에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이후 2019년 애리조나와 계약을 맺은 그는 5시즌 동안 48승 43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의 준수한 기록으로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이끌었다. 켈리의 내년 몸값은 850만 달러(약 111억 원)로, 마이너리거로 남았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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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켈리.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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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 루친스키. /AFPBBNews=뉴스1
페디의 전임자인 루친스키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4시즌 동안 4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33에 그쳤고, 선발등판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 한국 진출 직전이던 2018년에는 35만 달러(약 4억 6000만 원)의 몸값을 마크했다. 하지만 KBO 진출 후 스플리터와 커터를 가다듬으면서 기량이 발전했고, 지난해에는 200만 달러를 받았다.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1+1년 최대 800만 달러(약 10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비록 시즌 종료 후 구단이 옵션 행사를 거부하며 방출됐지만, 그는 올해 300만 달러(약 39억 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이는 더이상 KBO 리그가 종착지가 아닌 새로운 출발지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가 한국 무대에서 몸값을 올려 다시 빅리그로 돌아가고, 다른 비슷한 자원이 KBO로 오는 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켈리나 루친스키, 페디 같은 선수가 계속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외국인 에이스의 유출을 마냥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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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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