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클럽 절친→英·獨 1위 감독으로... '맨시티·뮌헨 독주 끝낸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12.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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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 아르테타(왼쪽) 아스널 감독-사비 알론소 바이엘 레버쿠젠 감독. /AFPBBNews=뉴스1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독일 분데스리가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어떤 팀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의 리그 4연패와 12연패를 저지할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모든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 모은 맨시티에 대해 스포츠 통계 전문 업체 옵타는 지난 11월 리그 우승 가능성을 약 86%로 전망했을 정도로 리그 4연패 가능성은 높다. 한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사상 초유의 리그 12연패를 꿈꾸는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 영입 이후 더욱 견고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하지만 두 클럽은 6일(한국시간) 현재 리그 1위가 아니다. EPL에서는 아스널이 승점 36점으로 1위다. 승점 30점의 맨시티는 리버풀(승점 31)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승점 35점의 바이엘 레버쿠젠이 승점 32점을 기록 중인 바이에른 뮌헨을 따돌리고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하지만 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스널과 바이엘 레버쿠젠을 넘어서야 한다.

흥미롭게도 아스널과 바이엘 레버쿠젠은 유소년 시절 한 클럽에서 같이 뛰었던 두 명의 스페인 바스크 지역 출신 감독이 이끌고 있다. 아스널 감독 미켈 아르테타(41)와 바이엘 레버쿠젠 감독 사비 알론소(42)가 주인공이다. 아르테타와 알론소는 스페인 안티구오코 클럽에서 유소년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사이다.


둘은 스페인 U-21(21세 이하)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이 시기에 아르테타는 스페인 빅 클럽 바르셀로나로 떠났고 알론소는 스페인 북부지역인 바스크 클럽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활약했다. 스페인 언론들은 향후 스페인 축구를 이끌어갈 수 있는 대표적인 선수였던 둘에게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스페인 국가대표가 되지는 못했고 반면 알론소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0년 월드컵에서 스페인 최초의 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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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 아르테타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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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 알론소 감독. /AFPBBNews=뉴스1
축구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은 아르테타가 먼저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맨시티의 수석코치로 명장 펩 과르디올라(52) 밑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2019년 아스널 지휘봉을 잡았다. 알론소는 2018년 레알 마드리드 U-14(14세 이하) 팀의 감독을 시작으로 레알 소시에다드 B팀 감독을 거쳐 2022년 바이엘 레버쿠젠의 사령탑이 됐다.

선수 시절 영리한 플레이와 창의적인 패싱 능력을 과시했던 아르테타의 플레이 스타일은 그가 이끄는 아스널의 전매특허가 됐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아스널의 패싱 게임은 아르테타가 부임한 뒤 한층 더 정교해 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롱 패스의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알론소는 바이엘 레버쿠젠의 축구를 다이내믹하게 변모시켰다. 바이엘 레버쿠젠은 2023~2024시즌에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과감한 롱 패스와 압박전술로 선이 굵은 축구를 하는 대표적인 분데스리가 클럽이 됐다.

한때 바스크 지역을 대표하는 유망주였던 두 명의 감독이 잉글랜드와 독일 축구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들에 대한 바스크 지역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전체 인구의 4.6%에 불과한 220만 명이라는 바스크 지역의 적은 인구수를 감안했을 때 세계적인 축구 감독을 동시에 두 명이나 배출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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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타(오른쪽 2번째) 감독이 아스널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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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레버쿠젠 선수들을 격려하는 알론소(오른쪽 4번째) 감독. /AFPBBNews=뉴스1
하지만 축구 전통과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측면에서 바스크는 특별한 지역이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 클럽 아틀레틱 빌바오가 바스크 축구의 자부심을 이끌었다. 아틀레틱 빌바오는 1912년부터 지금까지 바스크인이 아니면 클럽에서 선수로 뛸 수 없는 순혈주의를 채택한 클럽이다.

인구가 적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아틀레틱 빌바오는 스페인 최고 수준의 유소년 축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1980년대 황금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아틀레틱 빌바오는 바스크 지역 출신의 하비에르 클레멘테(73)가 지휘봉을 잡고 있던 1982~1983시즌과 1983~1984시즌에 스페인 리그 2연패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클레멘테는 이후 스페인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바스크 출신 선수들을 대표팀에 대거 등용해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카탈루냐 출신으로 바르셀로나의 주축선수였던 과르디올라를 중용하지 않는 등 편향된 선수 선발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재 유럽 5대 빅 리그 클럽에서 감독으로 활약하는 바스크인은 아르테타와 알론소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EPL 애스턴 빌라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우나이 에메리(52)와 아틀레틱 빌바오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59) 감독이 대표적이다.

15세기 뛰어난 항해술과 모험심을 지닌 바스크인들은 배를 타고 대양을 누비며 대량의 대구를 잡아 다른 유럽 국가에 내다 팔면서 부를 쌓았고 이 시기부터 바스크 지역이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 바다에서 발휘됐던 바스크인들의 능력은 이제 유럽 프로축구 경기장 벤치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EPL과 분데스리가 1위 클럽을 이끌고 있는 아르테타와 알론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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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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