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 때문에 심판 밥그릇 빼앗긴다?→오히려 심판도 응원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이천=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12.0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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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 현장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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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훈련에 임하고 있는 KBO 심판위원들. /사진=김우종 기자
KBO 리그는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KBO 리그의 심판위원들이다.

KBO 심판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베어스파크에서 동계 훈련에 임하고 있다. 내년 시즌부터 도입할 예정인 피치 클락(투구 시간 제한)과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에 미리 적응하기 위해서다.


허구연 총재는 지난 6일 훈련 현장을 방문한 뒤 "2024시즌 도입하는 ABS와 피치클락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심판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심판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또 ABS 운영 엔지니어들에게 판정 시스템을 확인하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7일 다소 쌀쌀한 날씨 속 KBO 심판위원들은 우렁차게 "스트라이크" 콜을 외치는가 하면, 박수를 치며 서로를 독려했다. 허운 심판위원장이 메가폰을 손에 잡은 채 상황에 따라 미션을 부여하며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먼저 피치 클락의 경우, 다양한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하면서 직접 적용했다. KBO는 2024시즌부터 피치 클락 제도를 도입, 더욱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는 2023시즌부터 피치 클락을 사용하고 있다. 투수들은 주자가 없을 때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또 타자들은 8초 이전엔 타석에 들어와야 한다. 효과는 확실하다. 메이저리그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이 종전 3시간 4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20분 이상 단축됐다.

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피치 클락 제도 도입으로 인해 경기 시간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이건 무엇보다 선수들한테 더욱 좋다. 1경기에 20분씩만 줄여도 144경기를 놓고 보면, 체력 안배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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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 KBO 심판위원장이 7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메가폰을 잡은 채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제 더 이상 타자와 주심이 볼·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인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봇 심판이 내년 시즌 드디어 도입되기 때문이다. 이미 퓨처스리그에서는 로봇 심판을 도입해 활용한 바 있다. 이번 동계 훈련에서는 주로 1군에서 뛰었던 심판위원들이 적응 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로봇 심판이 도입으로 인해 사람 심판의 밥그릇이 빼앗길 위기에 놓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심판들은 오히려 로봇 심판의 도입을 환영했다. 그동안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인해 누구보다 많은 갈등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ABS가 도입된다고 할지라도 심판은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ABS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부분을 ABS가 해주는 것일 뿐, 더 중요한 게 또 있기 때문이다. 단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거다. 이 ABS가 잘 정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판들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죽을 듯한 압박감을 받는다고 호소하며 그만두려는 심판이 있다. 그렇지만 다 살려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 ABS가 잘 정착돼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 외에 심판이 할 일은 또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잘 될까'하는 걱정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정말 성공적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새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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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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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 현장 모습.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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