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목마른' 오타니, 손해 무릅쓰고 연봉 '추후 지불' 합의... 美도 "팀 부담 줄였다" 감탄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2.10 17:28 / 조회 : 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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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 /사진=클러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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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무키 베츠. /AFPBBNews=뉴스1
이미 '슈퍼팀'이라고 할 수 있는 LA 다저스. 여기에 새 식구 오타니 쇼헤이(29)의 합류와 그의 희생까지 겹치며 '우주방위대' 구성까지 가능할 지도 모른다.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10일(한국시간) "소식통에 따르면 오타니와 다저스의 계약에는 전례가 없는 '디퍼 계약(The deferrals)'이 포함됐다"며 "이로 인해 다저스는 사치세와 현금 유동성에 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팀에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이다"고 전했다.

디퍼 계약은 구단이 계약 기간 외에 일부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다. 정해진 기한에 거액의 금액을 주기 어려운 구단이 일부를 나눠 추후 지급으로 미루며 현금 유동성에 있어 도움이 된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비 보니야가 있다. 그는 2000년 뉴욕 메츠에서 방출될 당시 590만 달러의 잔여 연봉이 있었다. 이에 메츠는 보니야에게 10년 거치 25년 상환 방식을 제시하면서 그는 2011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119만 달러를 받게 됐다.

또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마무리투수 브루스 수터는 198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6년 81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디퍼 계약에 합의했다. 애틀랜타는 계약기간 6년 동안 그에게 480만 달러를 지급하고, 계약 종료 후 30년 동안 연 13%의 이자율로 나머지 금액을 분할 지급받았다. 수터는 암으로 인해 향년 69세를 일기로 사망한 2022년까지 급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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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디아즈. /AFPBBNews=뉴스1
최근에는 뉴욕 메츠가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29)와 지난해 말 5년 1억 200만 달러라는 구원투수 최고 계약 신기록을 세우면서 계약 금액 중 2650만 달러를 2033년부터 2042년까지 10년 분할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디아즈는 48세까지 메츠로부터 돈을 받는다.

오타니는 이날 디 애슬레틱, ESPN을 통해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의 계약이다. 앞서 지난 2020년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주전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에게 안겨준 10년 4억 5000만 달러(약 5870억 원)가 이전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은 LA 에인절스와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564억 원)의 연장계약이고, FA만 따지면 지난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9년 3억 6000만 달러(약 4696억 원)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부자 팀이다. 스포츠 연봉 정보를 제공하는 스포트랙에 따르면 다저스는 지난해 팀 연봉 2억 4027만 달러(약 3171억 원)로 빅리그 30개 팀 중 6위에 올랐다. 리그 평균인 1억 6574만 달러(약 2187억 원)보다 훨씬 많다. 이에 오타니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팀으로 손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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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에게 다저스 유니폼을 입힌 합성 사진. /사진=디 애슬레틱 SNS
그런 다저스로서도 연평균 7000만 달러(약 924억 원)인 오타니의 몸값은 부담스럽다. 돈을 낼 여력이 있어도 사치세(Luxury Tax) 기준에 걸린다면 벌금과 함께 드래프트 순위도 밀린다. 지난 2016년부터는 3회 연속 사치세 기준을 넘기게 되면 1차 벌금의 50%를 추가로 내야하는 조항이 신설돼 부담이 커졌다. 내년 사치세 기준은 2억 3700만 달러(약 3128억 원)로, 오타니 연봉으로만 1/3 가까이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다른 선수를 영입하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현재 다저스는 이미 무키 베츠(3억 달러)와 프레디 프리먼(2억 7000만 달러), 두 선수만 해도 도합 6억 달러에 가깝다. 오타니까지 합한다면 무려 1억 3000만 달러로, 사치세 기준의 절반이 넘는다. 자칫 스타플레이어 몇몇과 함께 백업급 선수들로 로스터를 채워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타니는 디퍼 계약을 선택하며 다저스의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 로젠탈 역시 "사치세와 현금 유동성에 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동시에 팀에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오타니는 총액 중 상당 부분의 지급 유예에 합의했는데, 이를 통해 다저스는 다른 준척급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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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구 트위터)를 통해 돌아다니는 오타니의 다저스 입단을 가정한 합성 사진. /사진=X 갈무리
디퍼 계약은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은 아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추후 지급받는 것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현재 지급받는 것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그런데 이를 상당 금액 지불 유예에 동의했다는 것은 특별한 뜻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타니는 빅리그 진출 후 원소속팀인 LA 에인절스에서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에인절스는 2014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이후 올해까지 9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5할 승률조차 2015년(0.525)이 마지막이다. 오타니가 입단한 2018년부터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에도 73승 89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이에 오타니는 지난 2021년 "팀 분위기가 좋지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저스는 이런 오타니의 마음을 달래줄 최적의 팀이다. 통산 월드시리즈 우승 7회의 명문 구단인 다저스는 특히 2013년 이후 11년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10회, 월드시리즈 3회 진출, 1회 우승으로 가장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팀이다. 베츠(2018년 아메리칸리그 MVP)와 프리먼(2020년 내셔널리그 MVP)은 최우수선수 수상 경력이 있고, 포수 윌 스미스와 3루수 맥스 먼시 등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탄탄한 전력에 오타니까지 합류하며 슈퍼팀이 됐다.

다만 선발진은 보강이 필요하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재계약을 맺어야 하고, 좌완 훌리오 우리아스는 데이트 폭력 사건에 연루돼 제한선수 명단에 올랐다. 워커 뷸러는 수술에서 복귀하지 못했고, 이들을 대신한 어린 선수들은 다음 시즌이 불투명하다. 오타니 본인 역시 팔꿈치 수술로 인해 2024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기 때문에 전력 충원이 필요하다. 오타니의 희생 속에 다저스는 선발 영입전에 참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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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사진=폭스 스포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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