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찬규 FA 50억 잭팟 '뒷이야기', 옵션이 무려 50%나 왜?... 차명석 단장 "안전장치인데, 올해만큼만 하면..."

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12.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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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왼쪽)와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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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가 2023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재수'라는 큰 결심을 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우승하지 못해 죄송스러운 상황에 FA를 신청하는 건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절치부심,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LG 트윈스의 투수조장이자 분위기 메이커 임찬규가 총액 50억원의 FA 계약을 맺으며 LG 트윈스에 잔류한다.

LG 트윈스는 20일 "FA 임찬규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임찬규는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엘린이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계약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임찬규는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인사한 뒤 각오를 다졌다.

LG 구단도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찬규를 놓칠 수 없었다. LG 구단은 계약 후 "임찬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꼭 필요한 선수"라면서 "긍정적인 영향으로 팀의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며 팀이 통합 우승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했다. 본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계약을 진두지휘한 차명석 LG 단장도 계약이 만족스럽다는 뜻을 드러냈다. 차 단장은 2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임찬규 측에서는 FA 계약 총액 규모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저희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이 정도 규모의 옵션이 책정된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계약을 앞두고 올해 LG 트윈스의 1호 FA 계약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일었다. 바로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의 전날(20일) 발언 때문이었다. LG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투수 임찬규와 함덕주, 그리고 내야수 김민성이 내부 FA로 시장에 나와 있던 상황이었다. 차 단장은 전날 올해 마지막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계약을 끝내서 LG 팬 분들한테 좀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은데, 3명 다 크리스마스 안에 끝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뗀 뒤 "그런데 거의 합의가 끝난 선수가 있어서 조만간 바로 내용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종 (조율 사항) 몇 개가 좀 남긴 했는데, 거의 끝까지 왔기 때문에 한 선수는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차 단장이 말한 이 한 선수의 주인공은 바로 임찬규였다. 이제 나머지 2명의 계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차 단장은 "나머지 두 선수는 20일 오전에도 만났다.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간극을 좁혀 나가고 있다. (내부 FA) 3명을 다 잡는다고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노력을 많이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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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
이번 계약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인센티브 즉,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보장금액이 계약금 6억원과 연봉 20억원을 포함해 총 26억원인데, 총계약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24억원이 옵션으로 채워진 것이다. LG 구단과 임찬규 모두 '윈-윈' 계약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임찬규에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보장해주면서 LG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여기에 임찬규는 향후 4년간 활약에 따라 보장 금액에 거의 가까운 금액을 받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은 임찬규로서도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구단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옵션이라는 안전장치를 걸어둔 셈이다. 물론 최고의 시나리오는 임찬규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선수 본인도 좋고, 팀도 좋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차 단장은 '임찬규가 올 시즌 정도의 성적을 거두면 옵션을 다 받아 갈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올 시즌만큼만 하면 다 받아 간다. 올해 토종 투수로 가장 많은 14승을 따냈는데,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차 단장은 "우리 구단과 임찬규 측 양쪽이 다 만족한 것 같다.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임찬규 측은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협상이 '윈-윈'이었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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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임찬규는 가동초-청원중-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올해로 프로 13년 차. 임찬규는 입단 첫해인 2011시즌 주로 불펜으로 활약하면서 9승 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의 성적을 올렸다. 계속 불펜으로 뛰다가 시즌 막판 2경기에는 선발로 출격했다. 무엇보다 입단 첫해, 당대 최고의 타자였던 이대호를 상대로 초구를 150km/h대의 강속구로, 그것도 한복판에 꽂은 장면은 LG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렇게 이대호를 상대로 고졸 루키가 헛스윙을 유도한 뒤 긴장한 기색 없이 생글생글 웃던 모습.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 임찬규의 패기와 여유가 어우러진 장면이었다.

이후 임찬규는 경찰청에 입대하기 전까지 2시즌 동안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나갔다. 2012시즌에는 18경기(55⅔이닝 28자책)에서 1승 5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3, 2013시즌에는 17경기(44이닝 23자책)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70의 성적을 각각 거뒀다. 경찰청 제대 후 2016시즌 1군 무대에 복귀한 임찬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1(47이닝 34자책)을 마크했다. 그리고 2017년. 임찬규는 본격적으로 LG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커리어 100이닝 돌파에 성공하며 6승 10패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했다. 총 12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133피안타 45볼넷 113탈삼진 70실점(64자책)을 마크하며 선발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2018시즌에도 임찬규의 역투는 계속됐다. 29경기에 등판해 11승 11패 1세이브로 커리어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찍었다. 이닝 소화 역시 개인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6⅔이닝을 던졌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임찬규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선동열 감독이 이끌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대표팀 투수로 발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경찰청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했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임찬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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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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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임찬규는 계속해서 LG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졌다. 2019시즌에는 3승 5패 2홀드 평균자책점 4.97(88⅔이닝 49자책)로 주춤했지만, 2020시즌 다시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그해 10승 9패 평균자책점 4.08의 성적과 함께 147⅔이닝이라는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 투구를 기록했다. 143피안타(14피홈런) 65볼넷 및 탈삼진 부문 전체 7위(138개)에 이름을 올렸다. 서서히 FA 시즌이 다가오는 임찬규였다. 그러나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것일까. 2021시즌에는 평균자책점 3.87(90⅔이닝 45자책)이라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도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한 채 8패를 떠안았다. 이어 2022시즌을 맞이한 임찬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FA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는 한 해였다. 그러나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본인 마음에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다. 무엇보다 팀이 우승을 거두지 못하면서 임찬규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결국 그가 택한 건 FA 재수였다.

이 FA 재수는 곧 신의 한 수가 됐다. 올 시즌 임찬규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30경기(26선발)에 등판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의 성적을 냈다. 총 14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42피안타(10피홈런) 54볼넷 103탈삼진 63실점(55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5, 피안타율 0.252,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는 7차례 성공했다. 올 시즌 다승 부문 토종 1위이자 전체 단독 3위, 승률 2위, 평균자책점 9위였다. 임찬규의 KBO 리그 통산 성적은 65승 72패 8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은 4.62. 총 1075⅔이닝을 소화하면서 1127피안타(112피홈런) 474볼넷 869탈삼진 602실점(552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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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가 2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러브 기빙 페스티벌 위드 챔피언십 현장을 찾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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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가 2일 취재진과 만난 뒤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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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사실 올 시즌 출발도 임찬규에게 결코 쉽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 투수를 8~9명 정도 만들어놓고 시즌을 운영할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임찬규 역시 후보로 포함돼 있었다. 2022시즌까지 자신의 선발 자리가 보장된 상태였다면, 2023시즌엔 출발하는 위치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긍정의 아이콘' 임찬규는 "최대한 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감독님께서 중간으로 나가라면 나갈 것이다. 비시즌 기간 선발과 불펜 모두 준비할 것이다. 준비를 잘해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 후배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면서 제 가치와 실력을 통해 팀에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결국 시즌 초반 선발진을 맡았던 두 영건 김윤식과 이민호가 부진하자, 임찬규는 다시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꿰찼다. 염 감독은 "임찬규가 겨우내 많은 준비를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임찬규는 최고의 경기력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냈다. 가히 기적의 대반전이라 할 만했다.

임찬규는 올 시즌을 마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것에 관해 "굳이 무슨 말씀이 필요하겠습니까. 차명석 단장님께서 저를 찾으셔야 할 듯하다"며 농담을 던진 뒤 "개인적으로 FA 생각보다는 우승이 목표"라고 힘차게 말했다. 팀 동료들 역시 임찬규의 잔류를 간절하게 희망했다. 오지환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임찬규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 팀이 꼭 잡아야 할 선수라 생각한다. 사실 올해 선발 투수로 시작하지 않았는데, 시즌 도중에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FA를 1년 미루면서까지 열심히 해왔다. 기록이 말해주듯이 정말 팀에 필요한 선수라 생각한다. (구단에서) 돈을 많이 주셔서 계약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LG 트윈스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숙원을 풀었다. 그리고 임찬규는 이제 내년 시즌 'V4'를 위해 'LG맨'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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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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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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