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5월 복귀 예고' 정찬헌, 3번의 수술에도 웃었다 "안 될 것 같았으면 내가 먼저 그만뒀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1.0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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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이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3번의 수술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베테랑, 키움 히어로즈의 정찬헌(34)이 팬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정찬헌은 "지난해 11월에 수술하고 회복 단계를 거쳐 기초 재활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공은 수술 후 3개월 시점인 2월 중후반쯤에 던지기로 구단과 이야기됐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피칭은 안 되는 상황이라 국내에서 ITP(Interval Throwing Program)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천천히 맞춰 나가려 한다. 그래도 어깨, 팔꿈치를 수술한 것이 아니다 보니 재활 진행 속도는 그보단 낫다"고 근황을 전했다.


올해 키움은 선발진 재건이라는 큰 도전에 마주했다. 최근 몇 년간 상수로 여겨졌던 최원태(27·LG 트윈스)와 안우진(25)이 각각 트레이드와 군 입대로 팀을 떠났다. 남은 국내 선발 투수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이 72이닝의 정찬헌일 정도로 올해 키움 선발진은 불확실 그 자체다.

그나마 계산이 서는 국내 선발 투수 정찬헌은 마운드에 빨라야 5월 말에나 돌아올 수 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갖고 있는 정찬헌은 지난해 8월 또 한 번 같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후 수술 날짜를 조율한 끝에 지난해 11월 황색인대 제거술을 받았고 재활 기간은 6개월이 잡혔다. 예정대로면 5월 마지막 주 2군에서 첫 실전 등판을 할 예정이다.

같은 부위에만 벌써 세 번째 수술이다. 장기간 비행이 힘들 정도로 큰 부상의 재활이 쉬울 리 없다. 그러나 정찬헌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고 또 긍정적이었다. 그는 "남들은 '허리 수술만 3번째인데 또 가능하겠냐'며 이번에도 (재기가) 힘들다 했다. 하지만 내겐 힘든 재활을 이겨낸 좋은 기억이 두 번이나 있다. 안 될 것 같았으면 내가 먼저 그만뒀을 것"이라며 "척추 수술이라는 것이 막연하게 상처 부위가 아물었다고 끝나지 않는다. 운동 능력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 재활에도 기복이 있다 보니 어떻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냐의 싸움이지만, 진행 속도와 방향 모두 지금 느낌으로는 아주 좋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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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정찬헌이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키움에는 선발 로테이션 뒤에서 버텨줄 든든한 카드를 얻는다. 지난해에도 늦깎이 FA 계약으로 팀에 제때 합류하지 못했음에도 5, 6월 두 달간 10경기 중 7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하면서 흔들리는 선발진을 지탱했다. 그의 복귀 시점에 팬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정찬헌은 "지난해 승운이 따르진 않았지만, 투구 내용에서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피칭이 꽤 많았다. 조금씩 나만의 투구를 정립했다고 느끼는 과정이었는데 통증이 찾아와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컸다"며 "코스를 분배하는 것이 잘 됐다. 과거에는 바깥쪽, 몸쪽 두 가지 방향만 나눴다면 지금은 상하좌우의 개념으로 나눈다. 물론 노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실투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원하는 곳에 던지려 더 집중하고 노력하다 보니 확률이 더 높아졌다. 주변에 친구 같은 코치들도 있고 전력 분석 파트에서도 한 번 더 짚어주는 등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그렇게 순조롭던 와중에 또다시 찾아온 통증은 너무나 아쉬웠다. 그 아쉬움의 크기는 팀에 대한 미안함의 그것과 같았다. 정찬헌은 2021년 7월 서건창(35)과 일대일 트레이드로 키움에 합류한 뒤 2022시즌 후 처음으로 FA를 신청했다. 그러나 부상이 잦은 그에게 관심을 가진 팀이 없었고 결국 시범경기가 시작된 3월에는 독립리그로 향했다. 그런 정찬헌에게 원소속팀 키움이 다시 손을 내밀었고, 정찬헌의 제시 조건에 오히려 가격을 올려 2년 최대 총액 8억 6000만 원의 계약을 안겼다. 그의 태도와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 이유였다.

이를 떠올린 정찬헌은 "지난해 시범경기 종료를 얼마 앞두고 팀에 합류했는데 감사한 마음이 컸다. 결과적으로 몸이 받쳐주지 못했지만, 늦게 합류해서나 몸을 잘못 만들어서 아픈 건 아니었다. 그 감사함을 성적으로 보여주고픈 생각에 마음이 앞섰다. 2군에서 투구 수를 조금 더 올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올해는 재활 속도가 빠르더라도 팀과 합의한 일정에 최대한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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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FA 계약 당시 정찬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그에게 또 하나 기대되는 건 베테랑으로서 역할이다. 가뜩이나 어린 키움 선수단에서 투수 쪽 베테랑은 그야말로 한 손에 꼽는다. 정찬헌은 함께 선발 로테이션 합류에 도전하는 경쟁자이자, 선배로서 자신의 존재가 그들에게 자극이 되길 바란다. 그는 "그동안 선발 보직에 부담을 갖지 않았던 선수들이 새롭게 도전해야 하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즐겼으면 좋겠다. 내가 항상 그렇게 버텨 왔다. 누군가의 공백은 내게는 기회"며 "어린 선수들은 1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도 의기소침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시작점이 다르다고 해서 끝까지 다른 건 아니다"고 당부했다.

벌써 프로 17년 차를 맞이한 정찬헌의 올해 목표는 소박하다. 1군에서 건강하게 던지는 것. 팬들의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정찬헌은 "1군에 한 번이라도 올라오는 것이 목표다. 올해 1군에서 던져야 내년 또 그 다음이 있다. 그렇게 조금씩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 1군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일 수도, 또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1군에 올라갔을 때 팀이 어느 위치에 있건 한 경기라도 좋으니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려 한다. 올해도 수술했지만, 멋지게 돌아와서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필요했지' 같은 소리를 듣고 싶다. (안)우진이가 군대를 갔는데 돌아올 때까지 그렇게 보탬이 되면 나와 함께 성장한 어린 선수들이 우진이가 돌아왔을 때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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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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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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