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준우승 4회→이제 우승’ 영덕고, 대기표 뽑고 기다리는 축구 메카에서 핀 꽃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4.01.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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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영덕] 이현민 기자= “우리 영덕고등학교는 준우승만 네 번 했습니다. 아직 전국대회 우승이 없습니다. 올해는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선수들도 많이 목마른 상태입니다.”


경상북도 영덕군의 유일 고등부 축구팀 ‘영덕고등학교’ 수장 최호관 감독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영덕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와 지도자를 배출한 축구인들의 땅이다. 수년째 영덕군의 큰 관심과 지원 속에 프로팀부터 대학, 고등부, 중등부까지 동계훈련지로 각광을 받는 지역이다. 잔디, 훈련 시설, 숙식 모두 으뜸이다.

축구 메카라 불리는 영덕에서 꽃 핀 팀이 바로 영덕고다. 8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최호관 감독은 영덕 토박이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했다. 2010년 해체 위기의 강구초를 맡아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국가대표 출신이자 FC서울 레전드인 김진규와 강구중 동기로 유명하다. 과거 김진규는 절친과 모교 후배들을 위해 축구 발전 기금은 물론 유니폼을 맞춰주기도 했다.


최근 영덕에서는 스토브리그가 한창이다. 최호관 감독은 영덕고를 이끌고 다지기도 바쁠 텐데,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른 팀의 훈련과 편의 등을 신경 쓰느라 그야말로 불철주야(不撤晝夜)다.

잠시 짬을 내어 만난 그 순간에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계속 울렸다. 잠시 양해를 구한 뒤 인터뷰에 응한 그는 “정신이 없네요(웃음)”라고 첫 운을 뗐다.

Q. 영덕이 동계훈련 장소로 각광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A. 지금 영덕에 영덕고를 포함해 18팀이 들어왔어요. 대기 팀만 20팀입니다. 한 팀이 2차 동계훈련을 위해 빠지면 대기 팀이 들어오는 식이에요. 일부 지자체는 팀을 못 구해서 난리라고 들었는데, 영덕은 굉장히 인기가 많고 선호합니다.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서 숙소, 식사 비용 ‘얼마로 해주십시오’라고 협상을 해요. 그렇게 각 업체 사장님들과 정리를 한 다음에 팀이 들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보통 에이전트들이 해야 할 일을 영덕에서는 제가 다해요. 잠시 짬을 내어 보니 하루에 전화만 130통을 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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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덕에서 어딜 가도 ‘영덕고 감독’, ‘최호관’이라는 이름이 들리던데요. 제자들을 지도하기도 힘들 텐데, 영덕의 홍보맨 느낌도 들어요.

A. 홍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영덕에 도움이 된다면 그 이상도 하고 싶어요.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해야 속이 후련합니다. 지금 영덕에 온 팀 구성만 봐도 고등학교, 대학교 톱 레벨 팀이 거의 다 왔어요. 올해에는 몇 팀이나 결승에 올라갈지 궁금하네요. 이곳 영덕에서 훈련한 팀이 4강, 결승까지 오르면 응원 차 직접 경기를 관전하러 가요. 굵게 흘린 땀방울만큼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돼요.

Q. 한겨울인데, 전혀 강추위가 느껴지지 않던데요? 영덕고 입장에서도 강팀과 연습경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A. 일단 우리팀이 스파링 상대가 안 된다면 붙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어느 정도 능력치를 갖춰야 상대 입장에서 도움이 되죠. 이제 영덕고가 그 정도 수준이 됐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훈련을 잘할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으니 선호를 해요. 예를 들어 눈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구상 해놓았고, 비가 오거나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해 군내에 웨이트장, 수영장, 체육관, 영덕고 웨이트장 등 군민들에게 미리 협조를 해서 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어요. 스토브리그 기간에 협조를 해달라는 군수님의 지시도 있었고요.

Q. 고등부에서 영덕고가 강호로 자리 잡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요. 어떤 팀인가요?

A. 사실 계기가 있었어요. 공교롭게 2020년에 코로나 덕을 조금 봤다고 할까요. 다른 수도권 팀은 4인 이상 집합금지 적용을 받았는데, 우리 영덕고는 교장선생님의 협조로 애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 교내에서 훈련을 가능하게 해주셨어요. 대회에 참가했는데, 훈련 못한 팀이 많더라고요. 당시 우리는 선수층이 두텁지 않았죠. 3학년 3명에 2학년들이 주축이 되어 참가했어요. 대회에 나온 팀들의 활동량이 적었어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탄력을 받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어요. 창단 이래 처음으로 전국대회 결승(부산MBC, 포항제철고에 패배 준우승)에 올랐어요. 그렇게 매년 결승에 올랐죠. 지금까지 결승 네 번, 4강 네 번. DNA가 생겼죠. 이제 누구를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껄끄러운 팀으로 자리 잡았어요. 우리팀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올해부터는 저도 욕심(우승)이 나요. 저도 선수들도 많이 목말라 있어요. 물론 과욕, 조바심을 내서는 안되죠. 사실 우리나라 정책 자체가 성적을 내야 좋은 대학을 가고 영덕고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잖아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부모님들이나 선수들에게 결승에 대한 부담을 준 적은 없어요. 서로 노력하면서 ‘윈윈’하고 싶어요.

최근 선수들에게 그랬어요. “올해는 우승컵 한 번 들자. 그래야 좋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시대에 맞게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맞춰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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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8년 동안 팀을 지도하면서 성장한 모습을 보면 뿌듯하실 것 같은데요?

A. 아이들과 훈련하면서 전술, 전략보다 관계 형성을 먼저 해요. 개인적으로 ‘정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마음이 통하면 제가 “야 이 자슥아”라고 말해도 아이들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아요. 이 정도로 관계를 형성하고 정성을 쏟아 만들고 있죠.

그리고 현재 영덕고로 오는 아이들은 중위권 이상의 기량을 갖췄어요. 시간만 주어지면 그 이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선수를 키워서 보내고, 신입생을 받고.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데, 지도자도 선수도 목표치가 매번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노력하죠. 상대 입장에서 과거에는 영덕고가 쉬운 상대였죠. 그런데 이제 전국대회를 나가면 궁금해하는 분도 많고, 지방팀 중에서 레벨 있는 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영덕 출신이라 더욱 애정을 갖고 뛰는 게 보여요.

A. 영덕고는 모교에요. 그래도 더욱 애정이 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워요. 만약 제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못한다면 당연히 말도 나오고 채찍을 맞겠죠. 축구 감독이 정치만 하고 애들은 무관심하다고요. 팀에 대한 자신감, 선수 구성, 모든 면에서 자신이 있어요. 아이들과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죠. 때문에 밖에서 정치적으로 뭔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축구적으로 팀만 제대로 운영하면 잡음이 나올 리도 없고,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복 받았죠. 지역 출신이라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Q. 영덕이 축구 메카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같은 축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 있을까요?

A. 우선, 영덕고의 경우 아이들이 ‘한 번 도전해보고 싶고, 제대로 축구를 배워보려고 왔다’는 이야기를 주로 해요. 최근 들어 아이들, 부모님들의 선호도가 높아졌어요. 매달 내는 회비도 다른 축구부에 비해 적어요. 동·하계 훈련비, 대회 참가비, 피복비 등은 없어요. 영덕군과 교육청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서 한해를 알차게 운영해요. 지도자가 한눈을 안 팔면 운영이 되는 금액이에요.

예전에는 10명을 선발하기도 어려워서 팀 구성이 20명도 안 됐어요. 제가 선수 시절 때 18명으로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4강에 올랐던 경험이 있어요. 결승을 한 번도 못 갔어요. 20년이 훌쩍 지나서 지도자로 준우승 쾌거를 이뤘죠. 그때 영덕군에서 카퍼레이드를 해주신다는 말씀까지 해주셨어요. 그만큼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죠. 영덕은 확실히 축구의 고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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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영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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