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G 790분 혹사' 이강인, 마침내 휴식 취한다... PSG 엔리케 감독 특별 지시 "다음 주까지 쉬고 와"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2.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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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오른쪽).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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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과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 /AFPBBNews=뉴스1
2024년 시작부터 쉼 없이 달린 이강인(23)이 마침내 쉬어간다.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의 루이스 엔리케(54) 감독의 특별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당초 이강인은 11일 오전 5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프랑스 리그앙 21라운드에서 LOSC 릴을 상대할 수 있었다.


릴전은 지난달 4일 툴루즈와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결승전에서 PSG를 우승으로 이끈 뒤 약 한 달만의 복귀전이 될 전망이었다. 현재 PSG는 14승 5무 1패(승점 47)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릴은 9승 8승 3패(승점 35)로 리그앙 4위에 올라와 있는 강팀으로서 이강인의 존재는 필요했다.

하지만 챙길 것이 많은 사령탑은 조금 더 멀리 내다봤다. 올 시즌 PSG는 트로페 데 샹피옹에서 우승하고 리그에서도 1위로 순항하고 있지만, 목표는 그보다 더 높다. 아직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소시에다드와 16강전을 앞두고 있으며, 조만간 참가하는 쿠프 드 프랑스(FA컵)도 신경 써야 한다.

경기 하루 전 갖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다음 주까지 휴가를 떠난다. 돌아올 날짜는 정해져 있고 조만간 그를 볼 것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생생한 상태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역시 아시안컵에서의 많은 출전 시간 때문이었다. 이강인은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카타르' 대회에서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4일 프랑스 슈퍼컵 출전 후 이틀 만에 이라크와 아시안컵 대비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고 이때 86분을 뛰었다. 그나마도 퇴장으로 인해 풀타임 출전 미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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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오른쪽)이 지난 3일(한국시간) 호주와 20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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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7일(한국시간) 요르단과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돌파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이강인-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황희찬(28·울버햄프턴)으로 이어지는 강한 중심 라인을 바탕으로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도 노릴 만한 역대급 전력이라 평가받았다. 이강인은 그런 멤버 중에서도 에이스로서 활약했다.

지난달 15일 한국의 아시안컵 첫 경기이자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바레인전은 6경기 중에서도 백미였다. 먼 거리에서 넣은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포함해 2골을 몰아치며 한국의 3 대 1 승리를 이끙렀다. 골뿐 아니라 공격 기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경기 후 공식 MVP에 올랐다. 이를 두고 스페인 매체 '다리오 아스'는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 이강인은 지팡이를 꺼내 마법을 부렸다. 그의 골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를 떠올리게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1월 20일 요르단과 2 대 2로 비긴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집중적으로 견제를 받은 끝에 추가시간 포함 112분 출전에도 유효슈팅 2개에 그쳤으나, 번뜩이는 패스가 빛났다. 그로부터 5일 뒤인 1월 25일 말레이시아전에서는 극적인 프리킥 골을 넣으며 한국을 굴욕적인 패배(3 대 3 무승부)에서 구해냈다. 전반 21분 코너킥 찬스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헤더골을 도왔다. 후반 38분에는 페널티 아크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슈팅으로 골을 만들었다. 크로스바를 때린 뒤 말레이시아 골키퍼 아마드 하즈미(조호르 다룰)의 손에 맞고 들어간 이 골은 처음에는 골키퍼의 자책골로 기록됐으나, 하루 뒤 이강인의 골로 정정됐다. 결국 이강인은 조별리그 3차전 베스트 11에 뽑히며 한국을 E조 2위(1승 2무·승점 3)로 16강 토너먼트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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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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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뉴시스


토너먼트에서도 이강인의 활약은 가히 눈부셨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제때 쉬지 못한 여파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추가 시간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1 대 1 무)에서 138분, 호주와 8강전(2 대 1 승)에서 137분을 소화했다. 호주전 연장 후반 추가시간 정승현과 교체된 것이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그에게 준 유일한 휴식 시간이었다.

이 두 경기에서 이강인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음에도 유럽 축구 통계 매체 풋몹으로부터 사우디전 평점 7.9, 호주전 7.7을 받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사우디전에서 이강인은 120분을 소화하며 슈팅 2개를 날렸고 7차례 기회 창출에 성공했다. 패스 성공률은 84%를 기록했다. 태클도 2개 가져가 수비에 힘을 보탰다. 호주전도 119분을 뛰며 슈팅 3개, 드리블 돌파 2회를 성공시켰다. 성공률 100%였다. 패스 성공률도 86%로 높았다.

지난 7일 다시 맞붙은 요르단과 4강전에서는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0-2로 패해 한국의 결승 진출이 좌절된 이 경기에서도 패스 성공률 95%, 태클 4차례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고군분투하며 104분을 뛰었다. 지난달 4일 PSG를 떠나 33일간 이강인이 한국 대표팀에서 추가시간 포함 뛴 시간은 7경기 790분에 달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은 아시안컵에서 많은 경기를 뛴 후 휴가를 받은 것이다. 부상은 없다. 그의 컨디션은 완벽하다"며 "이강인은 경기에 뛰고 싶어 하지만, 난 그가 햇볕을 좀 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누구보다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던 이강인은 아시안컵 4강이라는 결과에도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강인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달 동안 아시안컵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수들, 코칭 스태프, 지원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적었다. 이어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 팬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대와 성원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로써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안컵 4강으로 2024년을 시작한 클린스만호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진출을 위해 다시 한 번 나아간다. 이강인은 "많은 축구팬 여러분께서 실망하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희 대표팀을 믿고 응원해 주신다면 저희는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구성원으로서 모두 한 마음 한 팀이 되어 경기장에서 더 발전된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더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팀이 될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헌신적이고 팀의 승리를 위해 한발짝 더 뛰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올려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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