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참사' 중국 축구, 얀코비치 계약만료→이반코비치 선임... '명장 리피도 손절했는데' 돌파구 찾을까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2.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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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새 축구 대표팀 감독 브란코 이반코비치. /AFPBBNews=뉴스1
중국 축구가 또다시 감독을 갈아치웠다. 축구굴기를 앞세우며 월드컵 본선에 나설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고자 했지만 그 길은 험난했고 이젠 아시아에서도 동네북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처한 중국의 변화 방안이다.

중국축구협회(CFA)는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더욱 잘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브란코 이반코비치(70·크로아티아)를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CFA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면서 알렉산다르 얀코비치(52·세르비아) 감독과 계약은 상호 합의하에 자동 종료됐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명장들에게 팀을 맡겨보기도 했고 다시 국내파를 택했던 중국은 2023년부터 다시 외국 감독인 얀코비치를 중국 대표팀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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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대표팀 전임 감독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AFPBBNews=뉴스1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타지키스탄, 레바논과 A조에 편성된 중국의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 희망은 충분해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더라도 중국은 88위로 개최국이자 37위로 가장 높은 카타르는 차치하더라도 99위 타지키스탄, 115위 레바논은 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2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6개 조 가운데 4개 조의 3위팀은 16강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축구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연이은 평가전에서 졸전을 치르던 중국은 지난해 말 오만과 비공개 평가전에서 0-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홍콩과 비공개 연습경기에서조차 1-2로 패배해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처음으로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타지키스탄과 졸전을 벌인 끝에 0-0으로 비겼고 레바논전에서도 0-0으로 승점 1을 보태는데 만족해야 했다. 중국의 결정력을 절망적이었다. 에이스 우레이마저도 문전 앞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날렸다.

카타르와 3차전에선 0-1로 패했다. 2무 1패, 승점 2. 예상대로 3위 6팀 중 하위권으로 처져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에 직면했다. 얀코비치는 아시안컵까지 중국 대표팀과 계약이 돼있었고 자연스러운 이별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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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레이(왼쪽)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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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 끝에 패배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국 대표팀 선수들(초록색). /AFPBBNews=뉴스1
2026년 북중미 월드컵부터는 본선 참가팀이 48개국으로 늘어난다. 아시아에서도 8팀이 본선으로 향한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5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당초 월드컵 출전권 확대가 공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사실상 중국을 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돌았지만 현실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주석의 주도하에 중국은 축구굴기를 펼쳤다. 실력을 탄탄히 쌓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었다. 막대한 투자를 펼쳤다. 그 중에 하나가 세계적 명장들을 선임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었다. 2016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무 3패로 위기에 몰리자 리피를 선임했고 이 기간 한국을 꺾는 등 리피만의 색깔을 입혀가며 상승세를 보이며 3승 2무 1패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최종예선 5위로 본선행은 다시 한 번 무산됐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찾았다.

결국 리피 감독과 2020년까지 재계약을 했다. 당시 2000만 유로(288억원)라는 막대한 연봉을 받을 정도로 중국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리피는 중국이 2019년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이자 계약을 마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중국은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던 이탈리아 레전드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를 선임했는데 태국과 우즈벡에 연이어 패했고 단 2경기만에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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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팀 감독 시절 마르첼로 리피.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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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나 중국 지휘봉을 잡았던 리피 감독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며 지휘봉을 내려놨다./AFPBBNews=뉴스1
중국의 선택은 결국 리피였다. 중국은 이때부터 적극적인 귀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리피는 월드컵 2차 예선 도중 중국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혀를 내두르고 다시 사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수들의 안일한 태도에 강한 비판을 가했다.

이후 중국은 리톄 우한 줘얼, 리샤오펑을 거쳤지만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했다. 결국 외국인 감독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지만 얀코비치 또한 뼈아픈 실패를 안겼다.

이반코비치가 1옵션이었던 건 아니다. 얀코비치가 흔들릴 때부터 산둥 타이산 감독인 최강희 선임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도 후보군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대표팀 감독도 후보군에 올랐다.

그러나 결국 이반코비치였다. 이반코비치는 지난해 말 중국에 굴욕적인 패배를 안겼던 오만의 감독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반코비치는 하노버 96(독일),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이란 남자 축구 대표팀, 오만 남자 축구 대표팀 등 여러 팀을 지도했고 2010년 중국슈퍼리그에서 산둥 루넝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할 만큼 중국 축구 사정에 밝은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세계적 명장 리피 감독도 살리지 못한 중국 축구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중국은 참가국이 늘어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24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한다. 이반코비치가 중국 축구의 영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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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코 이반코비치 중국 신임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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