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레전드'도 소름 "中 상대 이런 경기 10년 새 있었나"... 그야말로 '졌잘싸'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2.25 07:01 / 조회 :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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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집행위원장,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겸 대회 조직위원장, 김택수 대회 사무총장(왼쪽부터)이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미디어센터 제1기자회견실에서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결산 기자회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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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탁구대표팀 장우진, 임종훈, 안재현, 박규현, 이상수, 주세혁 감독(왼쪽부터)이 24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본선 토너먼트 중국과 준결승 종료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과거 '만리장성' 중국을 넘은 탁구 레전드들도 놀란 경기였다.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이 중국을 상대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자 선배들도 감탄했다.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미디어센터 제1기자회견실에서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결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승민(42) 대한탁구협회장 겸 대회 공동조직위원장, 현정화(55) 대회 공동집행위원장, 김택수(54) 사무총장이 참석해 이번 대회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세 사람은 대회 전반 사항에 대해 결산했다. 유 회장은 "흥행적으로 성공했고, 단순히 이런 숫자뿐 아니라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전국, 전 세계에 전파했다"고 말했고, 현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취소, 재유치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선수들이 이 무대에서 뛰는 걸 자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을 위한 꿈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 삼았다. 이 레거시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 탁구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도약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렇듯 대부분의 시간을 이번 세계선수권과 탁구 인프라에 대해 할애했지만, 가장 화제는 역시 같은 날 열린 남자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였다. 장우진(29), 임종훈(27·한국거래소), 이상수(34·삼성생명), 박규현(19·미래에셋증권), 안재현(25·한국거래소)으로 구성된 세계랭킹 3위 남자 탁구대표팀은 이날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본선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을 상대로 매치 스코어 2-3(3-1 0-3 3-2 0-3 0-3)으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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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탁구대표팀 장우진이 24일 오후 1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초피홀(제1경기장)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본선 토너먼트 중국과 준결승에서 포효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한국은 첫 매치에서 에이스 장우진이 중국의 왕추친을 세트 스코어 3-1로 완파하며 예상 외의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비록 임종훈이 세계 1위 판젠둥에게 0-3으로 완패하며 흔들렸지만, 이상수가 3단식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하며 희망을 보여줬다. 하지만 4매치에서 장우진이 판젠둥에게 패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고, 마지막 기대를 모았던 임종훈마저 힘을 쓰지 못하며 결국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세계 팀랭킹 1위에 개인 1~5위를 모두 보유한 중국을 상대로 이런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건 박수받을 일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까지 중국이 치른 7경기에서 한국과 게임을 제외하면 매치를 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이 두 판이나 따내며 '만리장성'을 무너뜨릴 뻔했다. 그야말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세 사람 모두 선수 시절 중국을 꺾고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다. 유 회장의 경우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오랜 라이벌 왕하오를 꺾고 16년 만에 한국에 탁구 금메달을 선사했다. 현 위원장도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양영자와 조를 이뤄 중국을 누르고 여자 복식 우승을 차지했다. 김 총장은 1998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류궈량과 이른바 '32구 랠리'를 펼치는 접전을 보이며 투혼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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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왼쪽)이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결승에서 승리한 후 김택수 코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유 회장은 "2001년 오사카 대회가 생각났다"고 밝혔다. 당시 개인-단체전 통합이었던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유 회장과 김 총장, 오상은 현 미래에셋증권 감독이 4강에서 중국을 만나 매치 스코어 2-2까지 갔고, 김 총장이 5매치 첫 판을 승리했지만 결국 석패하고 말았다. 그는 "김택수 총장님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소름 끼쳤다. 특히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잘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을 보며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도 "오늘 경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선수와의 경기에서 이런 경기를 10여 년 전을 다 떠올려 봐도 이런 팽팽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오늘 남자선수들의 경기는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기를 보면서 가슴 벅찼다. 2매치를 잡으면서 우리가 이기는 역사를 쓰나, 그런 생각도 할 정도로 좋은 경기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적이 많았는데 잘 준비하면 한 번 넘길 수 있겠구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중국을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할까. 현 위원장은 탁구 선배의 입장으로서 "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잘하는 선수 뒤 잘하는 선수, 그 뒤에 또 잘하는 선수가 계속 나온다. 한마음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탁구 전반을 책임지는 협회장의 자리에 있는 유 회장은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도) 분명 빈틈은 있다. 이 빈틈을 찾아내고 우리가 더 발전하는 것이 숙제다. 코칭스태프들과 어떻게 이 빈틈을 파고 들어야 할지 깊이 논의를 해보겠다"며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을 대비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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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집행위원장,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겸 대회 조직위원장, 김택수 대회 사무총장(왼쪽부터)이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미디어센터 제1기자회견실에서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결산 기자회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2024부산탁구선수권대회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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