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돼" 감독도 OK... 100% 아니면 안 뛰던 최지훈 '고삐 풀린 망아지' 선언 "진짜 마음대로 뜁니다" [대만 현장]

타이난(대만)=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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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이 2월 28일 대만 타이난시립야구장에서 열린 퉁이 라이온스와 경기에 앞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하고 있다.
국가대표 리드오프 최지훈(27·SSG 랜더스)이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보겠다고 선언했다.

최지훈은 광주수창초-무등중-광주제일고-동국대 졸업 후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30번으로 SK(현 SSG)에 지명된 외야수다. 드래프트 당시부터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로 출루만 보장된다면 매년 30도루 이상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1군 데뷔 후 지난 4년간 최지훈의 통산 도루 개수는 96개로 생각 외로 적다. 커리어하이였던 2022시즌 31도루(성공률 81.6%)를 기록했지만, 이때뿐이었다. 대신 커리어 도루 성공률은 82.1%로 준수했다. 지난해에는 23번의 도루 시도 중 21번을 성공시켜 20도루 이상 성공한 14명의 선수 중 오태곤(95.2%), 류지혁(92.9%)에 이어 성공률 3위(91.3%)를 기록했다.

도루가 생각보다 적은 것도, 성공률이 높은 것도 이유가 있었다. 최지훈은 "확실히 우리 팀에 뛸 선수가 나 말곤 없다. 우리 팀이 원래 뛰는 팀이면 같이 죽어도 티가 안 나는데 뛰는 선수가 나 하나인데 나만 죽으면 티가 많이 난다. 한 명만 더 있어도 부담이 덜한데 그렇지 않아 그동안 100% 살 것 같지 않으면 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우리 팀이 홈런 타자들이 많아 그런 선수들만 인정받는다는 생각도 들어서 적극적으로 뛰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올 시즌 최지훈은 제대로 날뛰어볼 생각이다. 그동안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족쇄가 하나씩 사라졌다. 첫 번째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도입한 새로운 규정이다. 올 시즌 KBO는 베이스 크기를 주자와 수비수 간 충돌 방지 등 베이스 부근에서 발생하는 부상 방지를 목적으로 기존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2㎝)로 확대했다. 또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비 시프트 제한 규칙도 확정했다.


피치 클록은 1군에서는 전반기만 시범 운영된다. 주자 견제를 위한 투수의 투구판 이탈은 최대 3회만 허용되며, 동일 타석에서 4번 이상 이탈 시 보크가 선언된다. 우투좌타에 발 빠른 최지훈은 새로 적용되는 규정에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여겨지는 선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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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오른쪽)이 2월 28일 오후 대만 타이난시 남구 타이난 시립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스의 연습경기 4회초 1사 1루에서 2루 도루에 성공 하고 있다.


최지훈은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은 무조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스 크기로 많이 유리해질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보다 피치 클록이 더 관건인 것 같다. 투수의 템포가 일정해지면 뛰는 선수들은 그걸 읽을 수 있다. 그 템포에 맞춰 훨씬 뛰기도 수월해질 것이고 견제까지 (한계까지) 들어오면 그때부턴 주자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치 클록까지 도입되면 이제 도루하는 선수들이 평가가 높아질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야구에 예전보다 도루하는 사람이 줄었다. 우리 팀만 봐도 '(최)지훈아, 너 말고 뛸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내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SSG에서 새로 부임한 이숭용 감독은 '뛰는 최지훈'의 가치를 인정했다. 올 시즌 이숭용 감독은 최지훈 1번, 추신수(42) 2번으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할 생각이다. 뒤에 언제든 다시 한번 리드오프 역할을 할 수 있는 추신수가 있으니 한번 마음껏 뛰어놀아 보라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다.

최지훈은 "면담 때도 이야기했지만, 1번 타자가 준비 시간이 다소 촉박한 걸 빼면 2번 타자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크게 의미는 두고 있지 않다. 감독님과 주루 코치님이 굉장히 편하게 해주셔서 이제 그 기대에 부응만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최)지훈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뛰고 싶은 뛰고 아님 말아'라고 해주셨다. 이게 선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크다. 마음이 얼마만큼 안정돼 있느냐에 따라 선수의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난 나가서 내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시면 진짜 마음대로 한다. 장난으로 코치님들께 100번 뛰어서 50번 죽겠다고 했다. 그래도 50도루"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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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지훈이 2월 28일 오후 대만 타이난시 남구 타이난 시립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스의 연습경기서 득점 후 더그아웃에서 환영받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올 시즌 이숭용 감독이 모토로 잡은 '뛰는 야구'의 핵심 키다. 최지훈뿐 아니라 미리 정해놓은 모든 선수에게 뛰지 말아야 할 상황만 제외하고 언제든 뛸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숭용 야구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최지훈은 체력 관리와 부상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최지훈은 "도루를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른다. 도루가 힘든 건 뛸 때가 아니고 많은 견제로 진이 다 빠져서 그렇다. 매번 하는 사람은 도루하면서는 잘 안 다친다. 그렇기 때문에 (피치 클록 도입 등은) 나처럼 뛰는 선수들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8일 대만 타이난시 타이난시립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즈와 연습경기는 그 자신감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1번 타자 및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최지훈은 2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 2도루로 SSG의 12-3 승리를 이끌었다. 출루할 때마다 2루를 훔치고 이어진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추가 진루를 시도해 홈도 밟았다.

최지훈은 SSG 팀 내에서 빠른 선수가 누가 있었냐는 물음에 "우리 팀에서는 내가 최고였다. 아무래도 뛰는 건 내가 제일 자신 있다. 다들 이해할 텐데 너무 겸손한 것도 재수 없게 느껴질 수 있다"고 웃으면서 "올해는 감독님이 '(도루하다) 죽어도 된다'고 하셨으니 다치지 않는 선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닐 생각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경기 분위기를 확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도루다.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기록도 되고 내가 감초 같은 역할을 잘해주면 선배님들이 다들 잘하는 분들이니까 어떻게든 잘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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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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