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화 류현진이 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비를 바라보며 앉아있다. |
류현진은 당초 1일 오전 11시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의 2024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피칭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중북부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남쪽에 있는 한화의 캠프지에도 조금씩 비가 내렸다. 이어 날이 바뀌고 하늘이 흐려지면서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라이브 피칭을 마치기 위해 시간을 앞으로 당겼지만, 여전히 그라운드 정비가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외야에서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면서 예열에 들어갔다.
하지만 끝내 강우량이 늘어나면서 훈련 자체가 어려워지자 류현진은 자리를 옮겨 보조구장에서 캐치볼에 나섰다. 비를 맞으면서도 계속 몸을 풀어봤지만 빗줄기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류현진의 라이브 피칭은 다음날로 미뤄지게 됐다. 한화는 2일 오후 1시 롯데 자이언츠와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연습경기를 펼치는데, 류현진은 이동 전 라이브 피칭을 실시한다.
최원호(51) 한화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아침에 나올 때만 해도 비가 안 와서 일단 (일정을) 당겨서 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가지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다리긴 했는데 계속 기다릴 순 없다. 일단 내일(2일) 하겠다고 미뤘다"고 설명했다.
![]() |
한화 류현진이 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 보조구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
류현진을 무리시킬 생각은 없다. 최 감독은 "(라이브 피칭이) 밀리면서 스케줄이 바뀌면 굳이 개막전 선발에 끼워넣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개막전 한 경기만 하는 게 아니다. 조금 늦게 들어가도 계속 던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도 비가 안 왔으면 한다"며 예정대로 일정이 흘러가기를 바랐다.
캠프에서 일주일 정도 지켜본 류현진의 모습은 어떨까. 최 감독은 "구위도 좋은데 커맨드도 좋다"며 "보통 커맨드 좋은 투수가 구위가 약하고, 구위 좋은 투수는 커맨드가 약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게 류현진의 클래스다"고 미소를 지었다.
앞서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의 개막전 등판을 예고했다. 뉴스1에 따르면 최 감독은 지난달 25일 취재진을 향해 "팀에서 회의한 끝에 류현진의 훈련 일정을 개막전에 맞춰놨다"며 "몸 상태와 날씨 등 큰 변수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면 류현진은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다"고 밝혔다.
![]() |
한화 류현진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SBS스포츠 유튜브 채널인 오프더TV(OFF THE TV)에 출연한 최원호 감독은 "류현진 선수가 오면서 투수진 구상을 바꾸긴 해야할 것 같다. 건강하게 로테이션만 지켜주면 팀에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선발진 4명은 확정이 됐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 한 자리를 어떤 선수로 추려서 할지는 류현진 몸 상태를 보고 이후에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현진에게 바라는 성적은 "최소한 규정이닝 이상 소화를 바란다"며 개막전 선발 여부에 대해선 "투구가 가능하다면 상대팀이 어디가 됐든 류현진이 나설 것이다. 특별히 부탁할 건 없고 몸 잘 만들어서 정상 출격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더 없이 강한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까지 빈틈없는 4명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2021년 14승을 따냈던 김민우 등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선발 4명은 정규시즌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컨디션이 좋다 나쁘다 할 단계가 아니다"며 "컨디션은 오히려 5선발 경쟁하는 선수들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 |
한화 류현진이 지난달 23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
류현진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한화 선수들은 그의 복귀에 대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장민재(오른쪽)은 수년째 겨울이면 류현진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국내 훈련 때. |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상대팀도 경계에 나섰다. 지난해 우승팀이자 류현진의 개막전 상대로 유력한 LG의 염경엽(56) 감독은 "우리가 계산한 것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한화는 4강은 물론, 우승 후보로도 볼 수 있다. 우리와 KT, KIA, 그리고 한화까지 네 팀 중 변수들을 잘 해결하면서 나가는 팀이 1등을 할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전체적인 구성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어떤 부상이나 슬럼프 등의 변수를 잘 헤쳐 나가는 팀이 1등을 차지할 것이다. 야구는 모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최정. /사진=SSG 랜더스 |
류현진의 복귀가 의미있는 건 현재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마지막 시즌, 그리고 신구장인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가칭)의 첫 시즌을 모두 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64년 개장한 이글스파크는 1982~1984년 OB 베어스(두산 전신)에 이어 1986년 빙그레 이글스(한화의 전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이글스파크에서 한화는 류현진을 비롯해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김태균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배출했다. 같은 기간 6차례 한국시리즈 진출(1988, 1989, 1991, 1992, 1999, 2006년)을 달성했고, 1999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4승 1패로 꺾으며 창단 첫 우승을 이뤄냈다.
노후화된 구장을 대체하기 위해 한화 구단과 대전광역시는 2022년 3월부터 야구장 옆 한밭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철거하고 신축구장을 짓고 있다. 2025년 초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이 신구장 개막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 |
류현진(오른쪽)이 지난달 22일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와 계약을 맺고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