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에 박살났던 경험 있다"→"아직도 기억해?" 언더독 OK금융그룹, 봄배구 DNA를 믿는다

안산=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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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OK금융그룹 레오(왼쪽부터), 신호진, 송희채가 10일 인천 대한항공전 승리 후 인터뷰실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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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진(왼쪽)이 득점 후 레오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OVO
"OK금융그룹 소속일 때 플레이오프(PO) 단기전에서 진 적이 없었다."

3라운드엔 전패를 했고 4라운드엔 전승을 거뒀다. 봄 배구에서 만날 가능성이 커진 인천 대한항공엔 1승 4패로 열세를 보였으나 마지막 홈경기에서 만원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젠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은 한 시즌이었다. 안산 OK금융그룹이 다시 봄 배구를 노래한다. 아직 일정이 남았지만 플레이오프(PO)에서 대한항공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0~2021시즌 이후 3년 만에 봄 배구에 나선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이끄는 OK금융그룹은 10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1, 20-25, 25-20, 22-25, 15-12)로 승리를 거뒀다.

이미 봄 배구를 확정했던 3위 OK금융그룹은 20승 15패, 승점 57로 4위 천안 현대캐피탈(16승 18패, 승점 50)과 격차를 더 벌렸다. 3위와 4위의 승점 차가 3 이하여야 단판 준PO 승부가 성사되는데 오는 15일 현대캐피탈전과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PO에 직행하게 된다.


마지막 홈경기를 맞아 이날은 상록수체육관이 가득 들어찼다. 2300석 전 좌석 매진도 모자라 무려 2635명이 입장했다. 올 시즌 2번째 매진. 경기 후엔 창단 10주년을 맞아 OK금융그룹 배구단을 위해 헌신해준 강영준·황동일 코치와 한재권 응원단장에게 액자 및 감사패 전달도 있었다. 나아가 팬들을 위한 특별한 팬 사인회도 예정돼 있었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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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함께 기뻐하는 OK금융그룹 선수단.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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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KOVO
OK금융그룹은 공격성공률(43.61%-47.79%), 공격 효율(24.06%-30.88%), 블로킹(13-16), 유효 블로킹(14-21) 등에서 밀렸지만 강력한 서브(9-4)와 범실(18-27) 최소화를 통해 치열한 접전 승부에서 끝내 승자가 됐다.

경기 전 오기노 감독은 대한항공을 철저히 분석했고 대한항공의 리시브가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OK금융그룹의 서브는 매우 강력했다. 또 오기노 감독은 "미스가 적은 배구를 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서브와 적은 범실. 두 가지가 다 적중했다.

경기 후 오기노 감독은 "상대 서브 리시브가 굉장히 좋아 철저히 타깃을 정해서 2,3일 동안 서브를 어디로 어떻게 넣어야 할지 연습했고 그게 잘 통했다"며 "상대는 훌륭한 세터 2명이 있다. 스타일도 다르다. 세터들의 차이점을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그에 대해 잘 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시즌 내내 선두 경쟁을 벌여온 대한항공은 22승 13패, 승점 68로 한 경기를 더 치르고도 선두 서울 우리카드(23승 11패, 승점 69)를 앞서지 못했다. 우리카드가 한 경기에서 승점 3만 더해도 대한항공은 2위가 확정된다.

오기노 감독은 경기 전 PO에서는 이날과는 또 다른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든 경기였지만 천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그는 "좋았던 것들은 지속해서 사용해야 하한다. 우리카드의 블로킹 시스템에서도 힌트를 많이 받아 팀을 만들려고 한다"며 "전략과 전술이 지금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너무 갑자기 바꾸면 어렵겠지만 연습을 해보고 만약 안 되면 원상복구하더라도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우선은 새로운 것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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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을 격려하는 오기노 마사지 감독.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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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스파이크 서브를 넣는 레오. /사진=KOVO
'미리보는 PO'나 마찬가지였다. 선수들도 대한항공을 마주하면 위축되곤 했다. 그렇기에 더욱 우려가 컸다.

이날 서브에이스만 7개에 양 팀 최다인 31점을 터뜨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34·등록명 레오)도 "대한항공은 강팀이다. 시즌 내내 좋은 모습 보였고 선수들끼리도 호흡이 잘 맞는 팀"이라고 했다. 이날 19점을 올린 신호진(23)도 "대한항공만 만나면 항상 위축되는 플레이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날 승리는 확실한 자양분이 됐다. 레오는 "우리도 그만큼 더 공격적으로 준비하고 임하려고 했다. PO때 다시 만나지만 새로 시작하는 중요한 타이밍이다. 그 부분을 생각하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호진 또한 "(위축됐던) 그걸 깨는 계기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PO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 같은 마음가짐이면 충분히 승산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OK금융그룹은 6라운드에서 선두 우리카드도 잡아냈다. 송희채(32)는 "우리 팀도 챔프전을 목표로 한다. 6라운드서 상위팀을 둘 다 잡은 건 단기전에서 자신감이 될 것"이라며 "굉장히 강팀이어서 응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준비했다. 오늘은 (상대가) 변칙적인 수를 가져왔는데도 5세트까지 끌고 가 다행이었고 거기서 이겨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OK금융그룹은 2014~2015시즌 봄 배구에서 5전 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엔 5승 1패로 PO부터 올라가 우승했다. 이 시기를 겪고 이후 대전 삼성화재, 우리카드를 거쳐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트레이드로 친정팀 유니폼을 입은 그는 기분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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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공격을 시도하는 신호진.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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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왼쪽부터), 신호진, 송희채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KOVO
송희채는 "OK 소속일 때 PO 단기전에서 진 적이 없었다. 좋은 징크스 같다. (이번에도) 이어가지 않을까"라며 "단기전에서 OK금융그룹이 흥이 많고 불타오르는 에너지가 강해서 쉽지 않은 팀으로서 (다른 팀을)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레오가 나섰다. "OK가 삼성화재를 박살냈던 경험이 있다"고 봄 배구에 무서워지는 OK금융그룹의 기억을 떠올렸다. 레오는 2013~2014시즌과 2014~2015시즌 삼성화재에서 뛰었는데 당시 OK저축은행은 2년 연속 삼성화재를 상대로 챔피언결정전과 PO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고 5전 전승을 거뒀다.

이에 당시 적으로 만났던 송희채는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냐. 나도 기억한다"며 웃었다.

두 선배는 첫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신호진을 향해서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레오는 "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 너는 즐기고 내가 싸우겠다. 나 아니어도 다른 선수들이 도와줄테니 편하게 즐기면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송희채도 "단기전에선 누구 하나 미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누가 됐든 간에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신호진이) 시즌 내내 리시브하는 라이트로서 잘해왔는데 단기전에선 폭발력이나 흥이 많은 점이 플러스가 될 것이다.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신호진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걱정을 하다보면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는 마음가짐, 긍정적인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부 PO는 오는 23일부터 열린다. 현재로서는 OK금융그룹과 대한항공이 격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즌 내내 대한항공에 고전했던 OK금융그룹이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되찾아 봄 배구엔 기분 좋은 기억을 살려 새로운 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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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포옹을 나누는 송희채(왼쪽)와 레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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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함께 기뻐하는 OK금융그룹 선수들.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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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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