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소평가했다" 단장도 반성케 한 김하성 명품 수비, 고척돔 뜨겁게 달궜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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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의 김하성이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 3회초 2사에서 개빈 럭스의 타구를 잡아 1루로 강하게 송구하고 있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4년 만에 홈팬들 앞에 직접 나서서 왜 자신이 메이저리그(ML) 골드글러브(GG) 유격수인지를 증명했다.

김하성은 20일 오후 7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5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삼진 없이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는 8회 말 대량 실점하며 2-5로 패했다.


앞서 한국 팀들과 두 번의 스페셜 게임에서 8타수 3안타(2홈런)를 기록한 김하성은 이날 좀처럼 LA 다저스 투수들을 상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바깥쪽 떨어지는 공을 건드려 약한 타구를 만들기 일쑤였다. 상대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제구 난조로 걸어 나간 볼넷이 유일한 출루였다.

하지만 수비는 왜 자신이 잰더 보가츠(31)를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가 됐는지 스스로 보여줬다. 대표적인 장면이 4회 초 2사에서 개빈 럭스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장면이었다. 럭스가 친 공은 샌디에이고 투수 톰 코스그로브의 글러브를 맞고 궤적이 굴절, 속도는 느려진 채 김하성에게 왔다. 럭스는 2022년 당시 메이저리그 상위 12%의 주력을 자랑하는 꽤 빠른 주자.

김하성은 공을 잡고 바로 1루로 뿌려 간발의 차로 럭스를 아웃시켰다. 이후 중계화면으로 느린 플레이를 잡아줬음에도 쏜살처럼 느껴지는 레이저 송구였다. 이 수비에 고척돔은 한층 더 뜨겁게 달궈졌다. 이외에도 2루수 잰더 보가츠, 3루수 타일러 웨이드와 호흡을 맞추며 9개의 땅볼을 만들었다.


모두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였다. 사실 김하성은 2년 전 자신이 주전 유격수를 차지할 수비를 가지고 있음을 성적으로 입증했었다. 2022년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가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손목 골절과 금지 약물 복용으로 시즌을 통으로 날리면서 유격수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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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AFPBBNews=뉴스1


이때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에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미국야구 연구협회(SABR)가 개발한 수비 지수(SDI)에서 7.6으로 7.7의 댄스비 스완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0.1 차이에 불과했다. 오히려 가장 높았던 것은 또 다른 최종 후보 미구엘 로하스(마이애미 말린스)의 9.0이었다. 또 다른 수비지표 DRS(Defensive Run Saved·수비수가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아냈는가를 측정한 지표)에서도 김하성은 +10점으로 최종 후보 3인 중 두 번째였고 스완슨은 9개로 가장 처졌다. 하지만 현장 평가에서 밀린 탓에 2022년 애틀랜타의 101승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이끈 주전 유격수 스완슨에게 골드글러브를 내줬다.

김하성의 놀라운 성과에 타티스 주니어는 유격수가 아닌 외야수로 복귀하게 됐지만, 한 가지 변수가 또 있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 유격수 보가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753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 결국 2루수로 옮겨 활약했지만, 김하성의 수비는 어디서나 빛났다. 2023년 김하성은 2루수로 106경기(98선발) 856⅔이닝, 3루수로 32경기(29선발) 253⅓이닝, 유격수로 20경기(16선발) 153⅓이닝 등 총 3개 포지션에서 수비 이닝 1263⅓을 기록했다. 모든 위치를 돌아다니며 2루수로 4개, 3루수로 1개, 유격수로 2개 등 총 7개의 실책밖에 저지르지 않았다. SDI에서 김하성이 +9점으로 포지션 불문 내셔널리그 9위, 2루수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김하성은 유틸리티 부문에서 아시아 메이저리거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폭풍처럼 성장하는 김하성에 그를 데려온 A.J.프렐러 샌디에이고 사장도 평가를 다시 했다. 17일 공식 훈련을 앞두고 가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프렐러 사장은 "김하성을 스카우트했을 때 그가 수비와 공격 모두 잘하는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입단 후 첫 스프링캠프에서 우리가 그를 과소평가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반성했다.

이어 "김하성은 매년 모든 면에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우리 팀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영향력 있는 수비수가 됐다. 지난해 골드글러브 수상이 그 증거다. 특히 수비는 우리의 기대를 일찌감치 뛰어넘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일 경기에 앞서 류현진도 김하성에게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은 이유로 "이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다. 다치지 말라고만 했다"며 믿음을 보였다. 물오른 명품 수비에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김하성의 수비 장면은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며 왜 그가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는지 대다수를 납득시켰다.

한편 김하성은 4년 만에 가진 고척스카이돔에서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처음 타석에 들어선 2회 말 1사에서는 김하성이 들어서자 고척돔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나왔다. 이 광경에 랜스 박스데일 주심은 홈플레이트를 닦으며 시간을 벌어줬고, 김하성은 1루와 3루를 돌아보며 모자를 벗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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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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