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한화' 7연승+1위 질주, '황준서 데뷔전 승리+타선 폭발+3연속 매진' 매 순간이 축제다 [대전 현장리뷰]

대전=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3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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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2회말 홈런을 날리고 포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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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문현빈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창단 후 1999년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지만 한화 이글스 역사상 시즌 초반 이토록 강력했던 적은 없었다. 단순히 결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투타 조화, 외국인 선수의 활약, 선발 안정화, 신인급 선수들의 맹활약. 어디 하나 지적할 데가 없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경기 초반 폭발한 타선과 데뷔전을 치른 황준서의 호투 속에 14-3 대승을 거뒀다.


한화는지난해 7월 1일(8연승) 이후 274일 만에 7연승 기쁨을 누렸다. 심지어 이날은 구단 역사상 첫 개막 시리즈 3연속 매진을 이룬 날이었다. 평일이었던 지난 29일을 시작으로 30일에 이어 이날까지 1만 2000 관중석이 가득찼다. 대전 홈경기 3연전 시리즈 매진 또한 2018년 6월 15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2114일만이다.

7승 1패를 기록한 한화는 단독 선두를 이어갔다. 전날 승리로 2014년 3월 30일 이후 정확히 10년 만에 단독 1위로 올라섰는데 이날 연승 기록을 7경기로 늘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더불어 1992년 이후 무려 32년 만에 개막 8경기 7승에 성공했다. 1999년 우승을 달성했을 때에도 하지 못했던 진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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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맞대결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홈팀 한화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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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이도윤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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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문현빈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뭘 해도 된다! 한화, 6연승에도 과감한 타순 변경





최원호 감독은 이날 상대 선발 웨스 벤자민을 맞아 타순을 조정했다. 한화는 문현빈(2루수)-요나단 페라자(좌익수)-채은성(1루수)-노시환(3루수)-안치홍(지명타자)-김태연(우익수)-임종찬(중견수)-최재훈(포수)-이도윤(유격수) 순으로 나섰다. 채은성과 안치홍의 타순이 뒤바뀌었고 외야에 정은원 대신 김태연이 등장했다. 유격수에도 하주석 대신 이도윤이 나섰다.

잘 나가는 분위기에 변화를 가할 이유가 크지 않았지만 벤자민 맞춤 전략이자 휴식을 부여하고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을 기용하기 위한 구상이었다. 하주석은 타율 0.296으로 타선을 이끄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지만 최 감독은 과감한 변화를 결정했다.

최원호 감독은 경기 전 "하주석은 개막한 뒤 거의 계속 뛰었다. 개막 시리즈 같은 경우는 긴장도도 올라가고 피로도도 높아질 수 있다"며 "또 (이)도윤이가 벤자민 선수한테 정타 비율도 높았다.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김)태연이도 벤자민 선수한테 좋았다"고 말했다.

김태연과 이도윤은 시즌 전 각각 외야와 내야에서 경쟁을 벌일 선수들로 꼽혔지만 개막 후 좋은 분위기를 타면서 출전 기회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 감독은 "경기를 하도 못 나가니까 이럴 때 한 번씩 나가야 된다"며 "현빈이는 1번으로 올리고 좌익수를 보는 타자를 하위 타선으로 배치하니까 조금 더 기용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선발로 나선 황준서에 대해선 "최 감독은 "배짱은 기존 어떤 선수들보다도 낫다.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와르르 무너지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KT 같이 전력이 좋은 팀들을 상대로는 5회까지 3점 이내로만 막아주면 그래도 경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언급한대로 황준서의 투구수는 75구 전후.

KT는 배정대(중견수)-천성호(2루수)-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강백호(지명타자)-문상철(1루수)-황재균(3루수)-조용호(좌익수)-장성우(포수)-김상수(유격수)로 황준서와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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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타자를 잡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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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이렇게 완벽한 신인 데뷔전이 있었나' 류현진 이후 무려 17년만 '괴물 탄생 예고'





1회초 마운드에 오른 황준서는 뜨거운 화력을 자랑하는 KT 테이블 세터진을 만났다. 배정대는 타율 0.484, 천성호는 타율 0.600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KBO 10개 구단 중 가장 뜨거운 화력을 자랑하는 듀오다.

그럼에도 황준서는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프로 데뷔전 첫 투구는 볼로 기록됐지만 그가 보여줄 투구와는 전혀 상반되는 공이었다. 이후 속구로 카운트를 늘려간 황준서는 4구 존을 통과하는 스프리터로 배정대를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황준서는 거침없었다. KBO 수위타자 천성호에게도 1구 커브, 2구 스플리터로 카운트를 잡더니 4구 스플리터로 2루수 땅볼 타구를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3번 멜 로하스 주니어 또한 타율 0.345 4홈런으로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타자인데

이동현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연신 "좋다"고 칭찬하며 "그 이유가 승부를 피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최원호 감독이 경기 전 언급한 '75구-5이닝-3실점'이라는 목표치에 근접하기 위해 적은 투구수는 필수적이었고 그를 위해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게 반드시 필요했는데 데뷔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공격적으로 KT 타선을 상대했다.

1회를 너무도 손쉽게 막아낸 황준서는 2회초가 하이라이트였다.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포크볼이 손에서 빠지며 강백호의 손쪽으로 날아들었다. 이어 문상철에겐 포크볼을 공략당해 좌전 안타를 맞았다.

무사 1,2루에서도 황준서는 거침없었다. 베테랑 황재균을 상대로 1,2구 속구로 황재균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3구 시속 145㎞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조용호와 승부에서도 초구 볼, 2,3구 속구와 스플리터로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고 6구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뿌렸고 문상철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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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타자를 잡아내고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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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동료들의 격려 속에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회말 타선이 폭발하며 황준서에게 7점의 리드를 안겨줬다. 다만 오래 쉰 탓인지 제구가 다소 흔들렸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1구는 볼, 2구는 몸에 맞는 공이 됐다.

금세 다시 안정을 찾았다. 배정대에게 유격수 뜬공을 유도한 황준서는 다시 만난 천성호에게도 힘 없는 투수 땅볼을 유도했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부족한 경험은 수비에서 나타났다. 타구를 잘 잡아낸 황준서가 1루에 던진 공이 타자주자 방향으로 향했고 1루수 채은성이 공을 놓쳤다. 순식간에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1,3루가 됐다.

위기의 순간 가장 강한 타자 로하스를 상대로도 과감히 초구 변화구를 택해 존 안으로 밀어넣었다. 시속 20㎞ 차이가 나는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타자의 눈을 현혹한 황준서는 끝내 힘없는 2루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강백호를 상대로도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결정구는 주무기 스플리터. 존 상단을 향하는 스플리터의 강백호가 몸을 휘청이며 헛스윙을 했다. 신인 투수임에도 위기관리 능력까지 류현진을 떠올리게 했다.

3회에도 타선이 4득점을 보탠 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 영향 때문일까. 첫 타자 문상철에게 던진 시속 141㎞ 속구를 통타 당했다. 타구는 좌측 담장 방향으로 한참을 뻗었고 관중석 위 상단을 맞는 비거리 135m 초대형 홈런이 됐다.

그러나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황준서는 황재균에게 안타를 내주고도 조용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내며 주자를 지웠다. 이어 장성우에겐 스플리터를 던져 2루수 땅볼로 이닝을 매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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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류현진(오른쪽)이 황준서의 첫 삼진 공에 문구를 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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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2회말 타선이 폭발하며 황준서에게 7점의 리드를 안겨줬으나 너무 오래 쉰 탓인지 초반 제구가 흔들렸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이날 2번째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그러나 배정대에게 유격수 뜬공을 유도했다. 천성호에게도 힘 없는 투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아쉬운 송구로 1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도 감탄이 나오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로하스를 상대로 시속 20㎞ 차이가 나는 속구와 스플리터를 번갈아 던지며 타자의 눈을 현혹하더니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강백호에겐 풀카운트에서 결정구 스플리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이닝을 매조졌다.

3회에도 타선이 4득점을 보탠 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 문상철에게 던진 시속 141㎞ 속구를 통타 당해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황재균에게도 안타를 내줬지만 조용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했고 장성우에게도 2루수 땅볼을 유도해 4이닝도 마쳤다.

66구를 던진 황준서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예상 투구수까지 단 9구. 그럼에도 황준서는 김상수를 중견수 뜬공, 배정대를 유격수 땅볼, 천성호를 2루수 땅볼, 단 7구 만에 마무리했다. 감독이 계획한 75구까지 2구를 아끼고도 5이닝 1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73구를 뿌려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73구 중 67%에 달하는 49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최고 시속 149㎞에 달하는 속구는 33구에 달했다. 평균 구속은 145㎞. 스플리터도 34구로 많이 던졌다. 평균 구속은 130㎞였다. 커브는 6구로 평균 구속 114㎞였다. 사실상 투피치와 같은 투구로 2006년 류현진과 같은 괴물 같은 시즌을 암시하는 듯한 황준서의 데뷔전 피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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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2회말 홈런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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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2회말 홈런을 날리고 페라자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타선이 미쳤어요! 2회 7점-3회 4점, 한화의 7연승은 3회에 결정됐다





타선의 화력 지원이 황준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말하는 대로 현실이 됐다. 1회 채은성의 2루타에도 득점하지 못했던 한화 타선은 2회 데뷔전에 나선 신인 투수 황준서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겼다.

선두타자 안치홍이 우전 안타로 시동을 걸었다. 벤자민에게 홈런 포함 10타수 4안타로 강했던 김태연이 유격수 땅볼로 고개를 숙였고 임종찬의 삼진으로 2사가 됐으나 최재훈이 몸에 맞는 공, 이도윤이 1타점 2루타, 문현빈의 1타점 중전 안타, 페라자의 중전 안타에 이어 채은성의 2타점 적시타까지 터져나왔다. 노시환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날리며 2회 7번째 득점을 완성했다.

3회에도 한화 타선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선두 타자 김태연이 2루타로 출루했고 임종찬과 최재훈이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이도윤의 1타점 3루타, 문현빈이 1타점 좌전 안타에 이어 페라자가 시즌 4호 홈런을 투런포로 장식하며 11점째를 만들어냈다.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한화는 이른 시점에서 타자들의 교체하며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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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김서현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구원 등판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7회말 2점, 8회말 1점을 보탰고 9회 2실점했음에도 무리 없이 대승을 챙겨낼 수 있었다.

황준서는 류현진(2006년 4월 12일) 이후 6563일 만에 한화 소속 데뷔전 승리 투수가 됐다. 고절 신인 데뷔전 승리는 KBO리그 전체로도 단 10번째에 불과한 진기록이다.

황준서에 이어 올 시즌 첫 등판한 김서현도 2이닝 동안 단 16구만 뿌리며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이어 등판한 김범수도 1이닝을 실점 없이 마쳤다. 이태양이 피홈런과 함께 2실점했지만 승부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한화는 선발 전원안타도 기록했다. KBO 시즌 4번째 기록. 문현빈이 5타수 4안타 4타점, 페라자(2타점)와 채은성(3타점), 이도윤(2타점)이 멀티히트로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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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문현빈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안타를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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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뒤 함께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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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 후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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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황준서가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 후 동료들에게 물 세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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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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