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항의 왜 바로 안했나' 지적에 NC도 답답 "결과가 15~20초 뒤 PC에 뜨는데 어떡하나... KBO도 알고 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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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ABS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올 시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가뜩이나 ABS '기계적' 정확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심판이 결과를 잘못 전달하는 '인적 오류(Human error)'로 경기 결과가 뒤집혔다. 그 과정에서 심판들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말을 맞추는 정황까지 포착돼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NC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5-12로 패했다.


치명적인 오심에 경기 분위기와 결과가 뒤집힌 경기였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 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의 타석에서 발생했다. 1스트라이크 0볼에서 NC 선발 이재학이 2구째를 던졌을 때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으나, 세이프로 정정됐고 2사 2루가 됐다. 이때 문승훈 주심은 2구에 대해 스트라이크 사인을 내지 않았다. 3루심도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고 전광판에는 그대로 볼 하나가 올라갔다.

하지만 KBO가 각 구단에 한 대씩 지급한 태블릿 PC에는 이재학의 2구째가 스트라이크라는 결과가 들어와 있었다. 2개의 볼이 연속해 들어왔고 이재학의 5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중계화면과 전광판에는 2스트라이크 3볼로 나왔으나, ABS에 따르면 이재현은 5구째에 삼진을 당했어야 맞았다. 이를 확인한 NC 강인권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2구째 볼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인권 감독의 항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삼성 박진만 감독이 NC의 뒤늦은 이의제기에 제동을 걸었다. 볼카운트가 잘못된 걸 알았으면 즉시 어필해야 했다는 취지였다.

심판들은 4심 합의 끝에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이민호 심판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방금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김지찬 선수의 도루 때 투구한 볼이 심판에게 음성으로 전달될 때는 (결과가) 볼로 전달됐습니다. ABS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로 확인돼 NC가 이 부분을 어필했지만, (규정상) 그다음 투구가 이뤄지기 전에 정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어필 시효가 지난 걸로 판단, 현재 볼 카운트(2스트라이크 3볼)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약 8분간 강제 휴식을 취해야 했던 이재학은 이후 3실점 해 역전을 허용했고 NC는 그대로 패배를 맛봤다.


결론적으로 오심이었다. KBO 관계자는 14일 NC-삼성전이 끝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재학의 2구째 공은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ABS 진행 요원도 해당 판정을 스트라이크로 들었다고 했다. '심판에게만 스트라이크라는 말이 볼로 전달될 수 있냐'는 물음에 ABS 시스템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그런 오류가 날 확률은 너무 낮다고 했다. 우리(KBO)도 ABS의 시스템상 오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해당 건은 심판들의 경위서를 받아 KBO가 조사 중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콜을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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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감독(맨 왼쪽)이 14일 대구 삼성전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NC 측의 ABS 관련 항의에 재차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NC가 뒤늦게 이의제기를 한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심판진은 NC가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어필을 기각했으나, 결과 자체가 늦게 뜨면 현장에서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왜 항의를 바로 하지 않았나'에 대한 지적에 NC 구단 관계자는 "공에 대한 결과가 더그아웃에 설치된 태블릿 PC에 바로 찍히진 않는다. 현장 스태프에 따르면 투수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몇 초 뒤에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순 없지만, 평균적으로 15~20초의 딜레이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니 우리도 바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이 부분은 다른 구단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고 KBO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석환 KBO 심판 위원장, KBO에 모두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다만 지연 시간에 대해서는 말이 조금씩 달랐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ABS 최초 도입 시 약 10초 이상의 지연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시간을 단축했고 오석환 심판 위원장은 ABS 결과가 태블릿 PC에 뜨기까지 대략 4~5초가 걸린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장 상황과 기기에 따라 시차가 여전히 있었다. KBO 구단 관계자 A는 "이미 시범경기 때 ABS 관계자의 태블릿 PC와 구단에 지급된 태블릿 PC 사이에 결과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차이가 있어 문의한 적이 있다. 그때 10초 정도 딜레이가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정규 시즌에서도 1~2개 공을 던진 후에야 (한두 개 전) 공에 대한 결과가 찍힌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KBO 구단 관계자 B도 "시범 경기 때는 결과가 들어오는 것이 많이 늦었다. 당시 ABS 관계자는 빠르게 개선한다고 했고 실제로 정규 시즌에 들어서서 빨라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 결과가 늦게 들어올 때가 있었다. 체감상 한 20초 정도 걸렸던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인터넷 연결 환경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각 구단에 지급된 태블릿 PC는 LTE(Long Term Evolution) 환경에서 쓸 수 있는 모델이다. 와이파이로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으나, 와이파이는 연결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 구단들은 LTE를 통해 셀룰러 데이터로 정보를 받는 걸 선호한다. 문제는 LTE조차 날씨,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종종 레이턴시(Latency·지연 시간)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KBO 구단 관계자 B는 "4~5초는 이상적인 상황일 때의 이야기다. 시범 경기 때보다 빨라진 건 맞지만, LTE든 와이파이든 사람이 몰리는 상황에서는 레이턴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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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이 14일 대구 삼성-NC전 3회말 2사 2루에서 나온 ABS 관련 NC 측의 항의에 모여 논의하고 있다.


어쩌다 한 번 생길 수 있는 일이라 해도 공 판정 하나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야구에서 15~20초 사이의 지연은 치명적이다. 실제로 삼성-NC전에서 NC는 공에 대한 즉각적인 항의를 하지 못해 오심을 수용해야 했다. 또한 현장 관계자들의 말처럼 인터넷 연결 환경에 따라 결과가 들어오는 시간에 편차가 생긴다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포스트시즌에서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더욱이 현장에서는 이번 일이 아니어도 ABS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상태다. 구장마다 ABS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비로 인한 그라운드의 지형 변화 등으로 날씨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도 조금씩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탓에 구장별로 스트라이크 존을 다르게 설정해 접근하는 구단도 생겨났다.

롯데 김태형 감독의 경우 직접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사례다. 13일 고척서 열린 키움-롯데전에서 ABS 판정 결과를 두고 어필에 나섰던 김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ABS에 대해) 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어떤 기준에서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심판들도 인정할 정도로 터무니 없는 걸로 경기력에 지장이 있으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심판들이 (스트라이크를) 판단하는 건 양쪽을 비교해서 어떤 건 아깝다 정도지 터무니 없는 판정을 한 건 아니었다"며 "로봇이 판단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개막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ABS 관련 논란도 '99.9% 판정 성공률'을 내세워 시스템상 허점이 없음을 자신했던 KBO로서도 한 번쯤 고민해 볼 문제다. 이번 일에 대해 KBO는 시스템상 문제보단 심판들의 인적 오류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에 더 초점을 맞춘 상태다. ABS 시스템과 ABS 관계자 모두 스트라이크로 인지한 상황에서 인이어를 통해 결과를 전달받고 판정을 내려야 할 주심과 3루심이 모두 놓쳤다.

또한 4심 합의 과정에서 이민호 심판이 "음성에는 볼로 나왔는데 모니터에는 스트라이크가 찍혔다"며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이것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중계방송에 노출됐다. 책임을 회피하는 의도로도 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KBO 관계자는 "ABS 오류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실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는데 (현장에) 볼로 전달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현장에서 착각해 듣지 못한지는 모르겠으나, 대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 부분에 관해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받고 있고 엄중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 여러 상황을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이런 사례도 나왔다. 이번 일에 대해서도 전달 체계를 점검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매뉴얼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을 생각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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