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 직격→끝까지 송구→그대로 주저앉았다, '미친 투혼'에 사령탑 울컥 "투지·정신력에 감동"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4.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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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재웅이 12일 고척 롯데전에서 7회 초 1사 만루에서 최항의 타구에 다리를 맞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재웅 선수의 투지, 팀과 선수들을 위한 정신력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키움 홍원기 감독)

강한 타구에 다리를 직격당하고도 곧바로 일어나 끝까지 송구를 했고, 다시 털고 일어나 투구를 이어갔다. 이어 하루만 쉰 뒤 다시 등판해 만루 위기를 막았다. 키움 히어로즈의 '하리보' 김재웅(26)이 투혼을 선보였다.


김재웅은 1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7-2로 앞서던 7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호투로 6회까지 7-0으로 앞서던 키움은 7회 들어 김윤하와 전준표가 흔들리며 두 점을 내준 후 주자 만루 위기에 몰렸다.

마운드에 올라온 김재웅은 대타 최항과 상대했다. 초구 낮은 패스트볼을 던진 김재웅은 낮은 탄도의 타구를 유도했다. 그런데 공이 김재웅의 오른쪽 정강이를 직격했다. 살이 많지 않은 부위였기에 위험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오뚝이처럼 일어나 마운드 앞에 떨어진 공을 잡아 포수 김재현에게 정확히 송구, 3루 주자를 홈에서 포스아웃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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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재웅이 12일 고척 롯데전에서 다리에 타구를 맞은 후 홈으로 송구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주자를 잡은 김재웅은 이윽고 마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가 나와 상태를 체크했고, 본인이 연습구를 던져보며 투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키움은 투수교체 없이 이닝을 이어갔다.


비록 김재웅의 투혼이 무색하게 다음 타자였던 대타 유강남의 내야 플라이를 김재현이 잡지 못하며 2점을 내줬고, 김재웅 본인 역시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김민석을 2구 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고비를 넘겼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그는 8회 수비에서 주승우와 교체됐다.

다음날 취재진과 만난 홍원기(51) 키움 감독은 김재웅에 대해 "동생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투지가 보였다. 팀과 선수를 위한 정신력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마음이 우러나와서 깊이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13일 경기에서는 김재웅에게 휴식을 줬다.

김재웅 본인은 어땠을까. 그는 "생각보다 아프더라"고 고백했다. "원래 맞고 난 직후에는 별로 안 아프고 내려와서 아픈데, 맞자마자 아픈 적은 처음이었다"는 그는 "타자나 주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통증이 있었음에도 김재웅은 계속 투구를 이어갔다. 그는 "밸런스가 좋았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려고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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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재웅이 12일 고척 롯데전에서 7회 초 1사 만루에서 최항의 타구에 다리를 맞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재현의 실책 후) 갑자기 다리가 아프더라. '진짜 큰일 났다' 생각했다"고 웃은 김재웅은 "그리고 다시 집중하니까 아프진 않더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상태를 점검한 그는 "멍이 들었지만 붓기가 빠지고 많이 좋아졌다"며 "테이핑을 하고 있다"고 다리를 보여줬다. 다만 "잘 때는 좀 아팠다. 엄청 푹 잔 느낌은 아니었다. 발도 올리고 자야 했다"며 "다음날 한 시간마다 아이싱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웅은 '본인의 살신성인으로 팀이 이겼다(9-4)'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쑥스럽다는 듯 "모두가 잘했기 때문에 이긴 거라 생각한다. 야수들도 워낙 점수를 많이 내줘서 이길 확률이 높았다"고 공을 돌렸다.

하루 휴식 후 등판한 14일 게임, 김재웅은 다시 만루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7-2로 앞서던 키움은 5회 올라온 투수 전준표가 6회 초 1아웃 이후 유격수 실책과 볼넷으로 주자를 쌓았고, 김민성의 내야 땅볼 때 3루수 송성문의 야수선택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키움은 김재웅을 등판시켰다.

다소 이른 등판에 김재웅은 연달아 볼 3개를 던지며 위기에 몰렸다. 볼을 하나라도 더 던지면 밀어내기로 한 점을 줄 수도 있었던 상황, 김재웅은 승부에 들어갔다. 뜻밖에도 유강남이 배트를 냈고, 유격수 김휘집이 타구를 잘 잡아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7회에도 올라온 그는 1사 후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타격 1위 빅터 레이예스를 병살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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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재웅이 14일 고척 롯데전에서 6회 초 1사 만루에서 유강남을 병살 처리한 후 주먹을 쥐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14일 경기 승리 후 "위기에서 올라온 김재웅이 완벽하게 막아준 덕분에 흐름을 지킬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재웅의 활약 속에 키움은 주말 롯데 3연전을 스윕했다.

김재웅은 "6회 1, 2루에서 준비를 했는데 빨리 진행이 되더라. 그래서 빠르게 (몸을) 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만루라고 생각 안 하고 던지려 노력했고, 운 좋게 병살타가 나와서 잘 끝났다"고 했다.

이어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했고, 타자가 최대한 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고도 했다. 김재웅은 "(3볼에서 칠 거라고는) 아예 생각을 못했다. 살짝 잡고 다음 구종을 생각해야겠다 했는데 치셨다"며 "직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고, 당연히 3볼에서 직구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셨을 거다"고 분석했다.

김재웅은 171cm의 프로 투수치고는 작은 키에도 씩씩한 투구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맡고 있다. 2022시즌에는 3승 2패 13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2.01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이 4.22로 높았지만, 올해는 15일 기준 7경기에서 승패 없이 3홀드 평균자책점 1.29로 호투 중이다.

아쉬운 점은 김재웅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그는 팀 동료 박찬혁과 함께 국군체육부대(상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고, 6월 10일 입대 예정이다. 하지만 남은 기간 김재웅은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키다 입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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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웅의 투구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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