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홈런타자 아니어서 욕심 안 냈는데...", 오타니도 피한 '좌타자 지옥'서 첫 대포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4.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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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1일(한국시간)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2024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1회초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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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1일(한국시간)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2024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1회초 홈런을 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홈런 치기 어려운 홈구장을 쓰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드디어 홈에서 첫 아치를 그렸다.

이정후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팀의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한 이정후는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21일 만에 대포를 터트렸다. 지난 8일 샌디에이고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 선수 데뷔 시즌 기록으로, 앞서 2015년 강정호(당시 피츠버그)와 2016년 김현수(LG, 당시 볼티모어)가 기록한 10경기 연속 달성을 넘어섰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1회부터 화끈하게 돌아갔다. 1회 말 첫 타석에서 애리조나 선발 잭 갤런을 상대한 이정후는 초구 바깥쪽 볼을 지켜본 후 2구째 시속 92.8마일(약 149.3km)의 높은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타구는 오른쪽으로 날아가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비거리 364피트(약 110m), 타구 속도 98.4마일(약 158.3km)의 타구였다.

이 홈런은 이정후의 빅리그 데뷔 첫 선두타자 홈런이다. KBO 리그 통산 65개의 아치를 그린 그는 리드오프 홈런을 딱 한 차례 기록한 바 있다. 2년 차였던 지난 2018년 4월 4일 고척 KT전에서 류희운에게 1회 말 2구 만에 달성한 것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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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가 21일(한국시간)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2024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1회초 홈런을 치고 호르헤 솔레어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의 홈런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홈에서 처음으로 터트렸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의 홈 구장 오라클 파크는 투수친화적 구장으로 유명하다. MLB의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오라클 파크의 최근 3년(2022~2024년) 파크팩터(100이 평균)는 96으로 30개 구장 중 4번째로 낮다.

특히 좌타자에게는 지옥에 가깝다. 2루타(102)는 평균 이상이지만, 이는 구장의 기묘한 구조와 관련이 있다. 좌측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가운데가 평평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며 타 구장과는 다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좌측 폴대쪽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가 2.4m로 평범하지만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우중간이 깊기 때문에 2루타는 잘 나오지만, 반대로 이 코스로 홈런을 치기는 매우 어렵다. 오른쪽은 거리는 짧으나 담장이 높고,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구장 쪽으로 불어온다. 당연히 홈런을 치기 어렵다. 실제로 오라클 파크의 홈런 파크팩터는 79로, 이보다 낮은 곳은 코메리카 파크(디트로이트)와 체이스 필드(애리조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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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전경. /AFPBBNews=뉴스1
이에 오라클 파크 개장 후인 2000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금지약물에 연루된 배리 본즈(5회)를 제외하면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좌타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브랜든 벨트가 2021년 29홈런을 기록했고, 2010년 오브리 허프(26홈런), 2021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25홈런)를 비롯해 6명의 좌타자가 20홈런 이상을 만들었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계약이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에게 어려운 곳이다. 오타니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최고의 선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뛴다. 그렇기에 홈구장도 판단 요인 중 하나다"고 주장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인터뷰에서 "일단 가보니까 확실히 우측은 짧게 느껴지는데 담장이 많이 높았다. 우중간 외야가 넓고 난 홈런 타자가 아니라 좌 우 중간을 잘 가르는 타구를 칠 수 있는 갭히터라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 장점을 잘 살리면 더 잘 맞는 구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처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에 따르면 어려워보였던 홈구장 홈런을 친 이정후는 "(홈에서 첫 홈런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오라클 파크에서 홈런 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고, 홈런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욕심은 내고 있지 않았다. 홈런을 치게 돼 기분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이제 남은 건 '스플래시 히트'다. 이는 홈런 타구가 그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고 맥코비만에 바로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같은 날 5회 팀 동료 패트릭 베일리가 터트린 것이 역대 103번째였다. 앞서 이정후는 "스플래시 히트가 유명하다고 해서 나도 왼손 타자니까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1일 경기 후 그는 "그러게요, 그건 어떻게 될까요. 잘 모르겠네요"라며 멋쩍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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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홈경기 종료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SF Giants on NBCS 공식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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