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도발 논란 황성빈 끝내 눈물 "힘들었다"... '기적의 3홈런' 대폭발 '인생 최고의 날에'

부산=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4.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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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오른쪽)이 21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1회 적시타를 친 뒤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사직 더블헤더 1차전에서 1회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영상=티빙(TVING) 제공
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사직 더블헤더 1차전에서 1회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영상=티빙(TVING) 제공
간절하게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프로 무대에 입성한 뒤 팬들 앞에서 첫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마친 황성빈(27)은 끝내 눈물을 훔쳤다.

황성빈은 2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더블헤더 1차전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2방을 터트렸다. 5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친 황성빈 덕분에 팀은 9-9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황성빈은 지난 2022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뒤 단 1개의 홈런만 기록 중이었다. 2022시즌에 데뷔 첫 홈런포를 터트렸고, 2023시즌에는 홈런이 없었다. 사실 황성빈은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거포 스타일이 아니다. 대신 빠른 발을 주무기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2022시즌 10도루, 2023시즌 9도루를 기록한 황성빈은 올해 벌써 도루 10개를 성공시켰다.

황성빈은 최근 야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달 26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는 5회초에 1루에 출루한 뒤 팬들에게 큰 재미를 안긴 동작을 보여줬다. 당시 KIA 선발 양현종을 바라보면서 2루로 뛸 듯 말 듯한 도발적인 행동을 보였는데, 마치 어깨와 몸의 반동을 이용해 춤을 추는 동작 같았다. 이런 황성빈의 동작을 지켜본 양현종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기도 했다.

이후 황성빈의 이런 동작을 다른 팀 선수들이 따라 해 화제를 모았다. 양현종과 친한 황재균이 1루에 출루한 뒤 황성빈의 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또 구자욱 역시 이런 황성빈의 동작을 경기 중 따라 하면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황성빈은 지난 18일 LG와 잠실 원정 경기 도중 케이시 켈리와 신경전을 벌이며 감정 싸움을 했다. 당시 3루 쪽으로 파울 타구를 날린 황성빈은 1루로 전력 질주를 펼쳤다. 그러다 타격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LG 선수들은 늦다고 봤고, 결국 켈리가 이닝 종료 후 무언가 말을 건네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그런 황성빈이 21일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거포 본능(?)을 제대로 발휘했다. 먼저 더블헤더 1차전에서 황성빈의 방망이는 1회부터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 윤동희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상황. 다음 타자 황성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KT 선발 투수는 쿠에바스. 황성빈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쿠에바스의 높은 쪽으로 제구가 형성된 속구(146km)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롯데 구단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비거리는 110m, 타구 속도는 158km, 발사각은 25도였다. 사실상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담장을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황성빈은 홈런을 날린 뒤 전력으로 그라운드를 돌며 또 큰 이목을 끌었다.

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사직 더블헤더 1차전에서 5회 시즌 2호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영상=티빙(TVING) 제공
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사직 더블헤더 1차전에서 5회 시즌 2호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영상=티빙(TVING) 제공
황성빈은 관산초-안산중앙중-소래고-경남대를 졸업한 뒤 2020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4순위로 지명을 받아 2022년 입단했다. 2022시즌 10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4(320타수 94안타) 2루타 12개, 3루타 4개, 1홈런 16타점 62득점 10도루(12실패) 22볼넷 55삼진 장타율 0.366 출루율 0.341로 활약했다. 그해 7월 6일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에서 상대 선발 노경은을 상대로 1회초부터 초구 속구(142km)를 공략, 비거리 105m의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황성빈의 프로 무대 통산 1호 홈런이었다.

그리고 롯데가 2-3으로 뒤지고 있던 5회말. 이번에도 황성빈의 방망이가 제대로 화력을 뿜어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여전히 KT 마운드에는 선발 쿠에바스가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한 2-1의 볼카운트를 맞이한 황성빈은 쿠에바스가 뿌린 4구째 체인지업(133km)을 받아쳐 이번에도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비거리는 115m. 타구 속도는 149.2m. 발사각은 29.1도였다. 황성빈이 프로 무대 데뷔 후 처음으로 멀티홈런을 날린 순간이었다. 더욱이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영양가 만점의 홈런포이기도 했다.

황성빈의 활약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황성빈은 또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2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황성빈은 KT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1회 무사 2루 기회에서 좌중간 적시타를 쳐냈다. 이어 5회에는 투런 홈런포까지 작렬시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황성빈은 엄상백의 초구 높은 코스의 체인지업(132km)을 공략해 이번에도 역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폭발시켰다. 비거리는 115m. 타구 속도는 157km. 발사각은 27.1도였다.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다른 홈런 타자들도 치기 힘들다는 홈런을 하루에만 3개나 터트린 것이다. 결국 황성빈은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의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7-5 승리를 이끌었다. 황성빈의 활약과 함께 롯데는 3연승(7승 16패 1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 후 황성빈은 1루 쪽 롯데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채 수훈 선수 인터뷰에 임했다. 그리고 롯데 팬들의 뜨거운 함성에 황성빈은 발걸음을 옮기면서 끝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황성빈은 "김주찬, 임훈 타격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제가 백업으로 지내고 있을 때도 저를 절대 놓아주시지 않았다. 제자로서 그리고 선수로서 보답해 드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저희 타격 파트 코치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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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더블헤더 2차전을 마친 뒤 롯데 팬들 앞에서 수훈선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아마추어 때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을 합쳐도 홈런은 1개밖에 없었다"고 밝힌 황성빈은 "1·2호 홈런에서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고 느끼는 것까지 오래 걸렸다. 3호 홈런은 배트에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홈런 후 전력 질주에 대한 질문에는 "이유는 없다. 이유 없이 그냥 빨리 홈까지 들어오고 싶었다. 3번째 홈런 장면에서는 주자가 앞에 있길래, 저도 천천히 뛰었다"고 설명했다.

사령탑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블헤더 2차전 종료 후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이 너무 잘해줬다. 2경기에 홈런 3개를 치면서 타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타자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첫 번째 경기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두 번째 경기도 승리할 수 있었다. 더블헤더로 힘든 와중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덕분에 주말 3연전을 2승 1무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흐린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열렬히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황성빈. 생애 첫 하루 3홈런으로 어느 정도 기분이 풀렸을까. 황성빈은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인데, 이제 상대 팀 선수분들한테 오해를 사지 않게 제가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제가 지금까지 노력해 왔던 게 '결코 틀리지 않았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날인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 좋게 퇴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의 눈물에 관해 황성빈은 "그냥 제가 이제 노력하는 부분에 있어서. 가끔은 의심할 때도 있었다. 이게 과연 노력한다고 다 결과로 나오는 것일까. 그래도 제가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게 너무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제가 이 사직에서는 팬 분들 앞에서 처음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다. 팬 분들이 응원가를 불러주시는데 울컥하더라. 눈물을 참았다. 진짜"라고 이야기한 뒤 재차 눈시울이 붉어졌다.

황성빈은 "제 행동에 있어서 분명 불편한 게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이제 제가 하면 안 되겠구나, 애초에 물론 제 의도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을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또 다른 부분에 있어서 그런 것들이 저를 좀 더 강하고 과감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일단 이날 경기에 임했던 태도를 좀 오랫동안 기억하며 앞으로 경기에 임하고 싶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사직 더블헤더 2차전에서 5회 시즌 3호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영상=티빙(TVING) 제공
황성빈이 21일 KT 위즈와 사직 더블헤더 2차전에서 5회 시즌 3호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영상=티빙(TVIN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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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후 인터뷰를 마친 뒤 황성빈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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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가운데)이 21일 더블헤더 1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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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가운데)이 21일 KT 위즈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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