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번 후보 '156㎞' 정우주 이렇게 탄생했다 "6개월간 공도 못 만지게 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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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정우주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후 미소짓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39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노렸던 전주고의 도전이 아쉽게 결승에서 좌절됐다. 하지만 다시 한번 결승에 오르기 위해 보여줬던 과정과 노력은 적장도 찬사를 보낼 만큼 눈부셨다.

주창훈 감독이 이끄는 전주고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신세계 이마트가 공동 주최한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덕수고에 5-8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불안한 수비와 집중력이 아쉬운 플레이들이 발목을 잡았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5-7로 뒤진 7회 말 무사 1, 3루 찬스에서 상대의 견제에 걸려 3루 주자가 아웃되고 무득점으로 이닝을 마친 것이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선발 정우주(18)가 5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2볼넷 2몸에 맞는 볼) 7탈삼진 5실점(3자책점)으로 부진한 것도 뼈아팠다.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공을 몇 차례 뿌렸으나, 준결승 때부터 좋지 않았던 몸 컨디션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또 다른 3학년 에이스 이호민(18)도 준결승전 105구 투구로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어떻게든 정우주가 긴 이닝을 끌어줘야 했다.

경기 후 만난 주창훈 감독은 "(정)우주가 팔이 조금 무거웠다. 그 탓에 던질수록 팔이 낮아졌다"며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붕 떠 있었다.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패인을 짚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플레이도 충분히 보였다. 경기 전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 경계한 대로 전주고는 엄준현-성민수 테이블세터는 4안타 1타점 2득점을 합작하며 상대 내야를 휘저었다. 3루수 최윤석은 3번 타자임에도 강한 어깨와 함께 시의적절한 번트와 2개의 도루로 작전 수행에도 능한 모습을 보였다. 서영준도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 1도루로 홈런 이외의 매력을 보였다. 1학년임에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서준은 향후 전주고 타선을 책임질 인재답게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하위 타선을 이끌었다.


적장 정윤진 덕수고 감독의 찬사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우승 후 정윤진 감독은 가장 먼저 "오늘(22일) 경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실 감독으로서 절대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 말씀 못 드렸다"며 "전주고는 정말 좋은 팀이다. 올해 무조건 우승할 것 같다. 오늘은 우리에게 운이 있었을 뿐이지 전주고가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분명히 느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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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유격수 엄준현이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안타를 치고 나가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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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주창훈 감독이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전주고는 2018년 주창훈 감독 부임 후 2019년 이마트배 준우승, 2022년 대통령배 준우승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남자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마저 부산으로 떠나 전북에 프로 스포츠 구단은 남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주고의 잇따른 선전은 전북 지역 스포츠 팬들의 위안이 되고 있다.

갈수록 위태한 지방 고교야구팀의 롤모델로도 삼을 만하다. 벌써 십수 년째 지방 고교야구팀들은 인구 절벽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신생아 수는 23만 5039명에 불과했다. 한국 야구 황금 세대로 불리는 1988년생이 63만 3092명,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문동주(21·한화 이글스),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태어난 2003년 신생아 수가 49만 543명에 달했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실감이 간다.

여기에 개인 트레이닝 센터 등 수도권에 더욱 좋은 야구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어 서울로 야구 유학을 떠나는 선수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망주들이 몰린 탓에 서울 지역 명문 야구부에서는 2학년은 돼야 경기에 나서고 3학년이 돼도 학교 사정에 따라 제 포지션에 나서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고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1학년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출전 기회를 무기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학교 내에 기숙사가 있어 한눈팔기가 쉽지 않고 학교 차원에서 야구부를 위한 식단을 고려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 동문회의 적극적인 후원과 관심도 선수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156㎞ 에이스 정우주였다. 백봉초(남양주리틀)-건대부중을 졸업한 정우주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신일고 소속이었다. 신일고에서는 좋은 구위에도 12경기 평균자책점 2.45, 22⅓이닝 15사사구(13볼넷 2몸에 맞는 볼) 34탈삼진으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주창훈 감독은 그런 정우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엄준현과 함께 지난해 8월 데려왔다. 결승전 선발로 나선 10명의 선수 중 4명(정우주, 엄준현, 윤도연, 김서준)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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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정우주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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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고 시절 박지훈. 지난해 박지훈은 고교 첫 등판임에도 최고 시속 144㎞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으로 덕수고에 7이닝 1자책 호투를 펼쳤다. /사진=김동윤 기자
시즌 중 전학으로 인한 6개월 출장 정지 기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강원 FC 출신 트레이너를 정우주에게 붙여 올해 2월까지 하체와 코어 근육 훈련만 시켰다. 재활과 근력 훈련 과정에서 공을 만지지 않게 했고, 그 결과 시속 150㎞ 근방에서 놀던 직구 구속이 연습 때 시속 156㎞까지 나올 정도로 껑충 뛰었다. 직구 회전수도 컨디션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2600rpm을 상회했고, 이날 결승전에서도 최고 구속이 시속 154㎞까지 나왔다. 원숙해진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과 커브를 구사해 이번 대회를 통해 2025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주창훈 감독은 "처음에 (정)우주를 스카우트할 때 아버님에게 정말 혹사하지 않고 우리 한국야구를 위해 중요할 때만 던지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올해 2월까지는 공도 못 만지게 했는데 1이닝만 던지고 싶다고 해서 연습경기에서 12구를 던졌다. 그때 시속 150㎞ 이하의 공이 하나도 없었다. 직구 구속도 구속이지만, 회전수가 정말 좋아서 정타를 맞은 적이 손에 꼽는다. 고등학생들이 치기 힘든 공을 던진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제2의 정우주, 제3의 정우주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배 결승전에서 덕수고를 상대로 7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던 강릉고 박지훈(17)이 전주고에 합류했다. 190㎝의 큰 키로 1학년부터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진 좌완 서주안(18)도 올해 왼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MCL) 수술을 받고 유급을 선택해 내년 복귀를 노리고 있다.

비록 첫 전국대회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전주고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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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야구부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준우승한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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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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