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바페도 넘지 못한 도르트문트 '옐로 월' 파워... 8만 관중 열광적 응원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4.05.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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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 홈 구장 '옐로 월'에서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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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 킬리안 음바페가 2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전에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홈 구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약 2만 5000명의 팬들이 서서 응원할 수 있는 '옐로 월(Yellow Wall)'이다. 이 곳에서 펼쳐지는 도르트문트 열혈 팬들의 함성과 열정적 응원은 도르트문트 선수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하면서 원정 팀의 기세를 꺾는다.

도르트문트에서 명장의 반열에 올랐던 위르겐 클롭(57) 리버풀(잉글랜드) 감독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 옐로 월을 보고 있으면 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옐로 월'은 유럽 축구팬들에게 경외의 대상이다. 특히 유럽 최고의 축구 리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옐로 월'을 부러워한다. '옐로 월'에서 펼쳐지는 팬들의 응원 문화는 원래 영국 축구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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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한국시간) PSG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는 도르트문트 선수들. /AFPBBNews=뉴스1
하지만 이제 EPL 경기장에서는 '옐로 월' 같은 스탠딩 응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영국 축구 응원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스탠딩 테라스(입석)가 1989년 힐스버러 참사 이후에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힐스버러 참사는 잉글랜드 셰필드에 위치한 힐스버러 스타디움에서 경기장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관중 압사 사고 때문에 97명의 팬들이 목숨을 잃은 대사건이었다. 이후 잉글랜드에서는 사고의 핵심적 원인이 스탠딩 테라스에 있다고 판단해 관중석을 모두 좌석으로 교체했다.


값이 싼 입석을 없앤 뒤 EPL 클럽들은 더 많은 입장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열광적 분위기의 응원 문화는 위축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주장이던 로이 킨(53)은 프리미어리그 응원 문화의 연성화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열광적인 응원 대신에 마치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조용하게 경기를 보는 EPL 관중들을 '새우 샌드위치 군단'으로 깎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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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 니클라스 퓔크루크(위)가 2일(한국시간) PSG전에서 선제 골을 넣은 뒤 달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2일(한국시간) 도르트문트 홈구장에서 펼쳐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도 늘 그렇듯이 홈 팬들의 끊임없는 함성과 응원가가 울려 퍼지는 '옐로 월'의 위력이 유감없이 나타났다.

옐로 월은 물론이고 모두 8만 명이 넘는 홈 관중(통계 전문 매체 '폿몹' 기준 8만 1365명)의 응원에 힘입어 도르트문트는 파리 생제르맹(PSG)을 1-0으로 제압했다. 도르트문트는 스트라이커 니클라스 퓔크루크(31)가 전반 36분에 넣은 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준결승 1차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경기 초반부터 도르트문트는 PSG를 제압했다. 일등공신은 제이든 산초(24)였다.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한 산초는 특유의 스피드를 앞세워 PSG의 측면을 궤멸시키면서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드리블 돌파를 12번이나 성공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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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의 제이슨 산초(왼쪽). /AFPBBNews=뉴스1
PSG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6)를 앞세워 반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음바페는 후반 6분 회심의 슛을 시도했지만 골대에 맞았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아슈라프 하키미(26)의 슛도 골대에 가로 막혔다. 경기 후 음바페와 하키미는 모두 '옐로 월'에서 연신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는 도르트문트 팬들의 모습을 허탈한 표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도르트문트의 이날 승리로 분데스리가는 2024~2025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모두 5개 팀이 나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UEFA는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콘티넨탈리그의 성적을 종합해 유럽 각국 프로리그에 평점(Co-efficient)을 준다. UEFA 평점 랭킹에서 1, 2위를 차지한 리그에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5개를 부여한다. 기존 4개 팀에서 추가로 1개 팀이 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자동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셈이다. 분데스리가는 도르트문트의 승리에 힘입어 유럽 프로리그 평점 랭킹에서 이탈리아 세리에 A에 이어 2위 자리를 확정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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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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