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부산팀 우승 '-1승', 또다시 1만 관중으로 화끈하게 응원... "팬들이 분위기 만들었다" 감사인사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5.04 07:31
  • 글자크기조절
image
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부산 KCC와 수원 KT의 경기에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채우고 있다. /사진=KBL 제공
부산 KCC 이지스가 27년 만에 부산에 우승컵을 가지고 올 준비를 하고 있다. 팬들도 역대급 관중 동원력을 과시했다.

KCC는 3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 소닉붐과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96-9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가 됐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중 3승 1패 상황을 먼저 가져간 팀은 100% 우승했다(10회 중 10회).


KCC는 1쿼터에서 19-28로 밀리는 등 전반을 40-48로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3쿼터 들어 허웅과 라건아, 캘빈 에피스톨라(이상 9득점), 최준용(8득점)이 돌아가며 폭격, 순식간에 경기를 77-68로 뒤집어버렸다. KT의 막판 추격도 만만찮았지만, 결국 KCC는 마지막 우위를 점하면서 그대로 경기를 마쳤다.

최준용이 후반 들어 살아나면서 3점슛 4개를 포함해 24득점 7리바운드로 활약했고, 라건아 역시 19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허웅도 14득점 10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스타팅으로 나온 이승현은 3점포 2개를 비롯해 11득점으로 초반 격차를 유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로써 KCC의 우승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역대 KBL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팀이 3승 1패가 된 상황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10번 중 10번, 무려 100%였다. 5차전에서 그대로 게임을 마무리지은 것이 절반이 넘는 6번이었고, 7차전까지 간 건 2번뿐이다.


image
부산 KCC 선수단이 3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이렇게 되면 KCC의 파이널 우승 횟수는 6번이 된다. 대전 현대 시절인 1997~98시즌부터 2연패를 차지했고, 전주로 연고지를 옮긴 뒤 3차례(2003~04, 2008~09, 2010~11시즌) 더 왕좌에 올랐다.

또한 부산 프로스포츠 역사에서는 무려 27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팀이 된다. 앞서 지난 1997년 KBL 원년 시즌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현 울산 현대모비스)가 원주 나래 블루버드(현 DB)와 챔피언결정전에서 4승 1패로 정상에 올랐고, K리그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로는 결승전에 올라간 사례 자체가 거의 없었다. 지난 1982년 가장 먼저 창단한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는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1999년 이후로는 25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우승은 1992년이 마지막이다. 1983년 K리그에 진입한 부산 아이파크 역시 대우 로얄즈 시절인 1999시즌 이후로 2012년 플레이오프제 폐지까지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한때 부산 프로팀은 한해(1999년)에만 야구, 농구, 축구가 모두 결승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1998~1999시즌 기아를 시작으로 대우와 롯데가 나란히 챔프전에 진출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21세기 들어 부산 팀이 결승전에 올라간 건 KT가 '부산 KTF 매직윙스'라는 이름을 쓰던 2006~07시즌, 그리고 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 썸이 2022~23시즌 아산 우리은행과 경기를 한 것뿐이었다. 두 팀 다 준우승으로 마감됐다.

image
1일 KCC와 KT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이 관중으로 가득 찼다. /사진=KBL 제공
이런 '한'이 있는 부산 팬들의 열기는 엄청났다. 지난 2007년 4월 27일(KTF-모비스 챔피언결정전 5차전) 이후 무려 6213일 만에 열린 부산 챔피언결정전이었던 3차전은 인터넷 예매가 열린 후 순식간에 2층 좌석까지 팔려나갔다. 이에 평소 개방하지 않던 3, 4층 관중석도 열었지만 여기도 팬들이 몰렸다.

3차전 사직체육관에는 1만 496명이 왔는데, 이는 이번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이었다. 또한 2012년 3월 24일 KT와 KGC(현 정관장)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이후 처음으로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왔다. 이날도 공교롭게 사직 게임이었다. KBL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입장 수익 1억 1302만 1700원을 거뒀다고 한다. 이 역시 2020~21시즌 KBL이 통합 마케팅 플랫폼을 운영한 이후 단일권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기존 2023년 5월 7일 KGC 대 SK 챔피언결정전 7차전)

3차전을 KCC가 이기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4차전에는 이보다 더 많은 1만 1217명이 들어와 이틀 만에 시즌 관중 기록을 경신했다. 입장수익 역시 1억 2224만 3000원으로 신기록이었다. 또한 13년 만의 2경기 연속 1만 명 이상 관중 기록이었다. 앞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11시즌 동부와 KCC의 챔피언결정전 5, 6차전 중립경기 이후 처음이다.

image
KCC 전창진 감독.
13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부 감독으로 KCC와 싸웠던 전창진 KCC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중립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순수하게 홈 경기 아닌가"라며 차이를 전했다.

전 감독은 2경기 연속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4차전 종료 후 그는 "체육관을 찾아주신 부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챔프전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느끼지 못한 감정을 가질 수 있어서 (선수들이) 신이 나서 열심히 한 게 아닌가 싶다. 오늘 경기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4차전에서 24득점으로 수훈갑이었던 최준용도 "관중이 많이 찾아주셨는데 감사할 따름이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시고, 농구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형제 대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허웅은 3차전 승리 후 "정신이 해이해질 때 팬들의 함성이 들리면 힘이 난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image
KCC 최준용. /사진=KBL 제공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