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이라 더 그랬다" 이승엽 감독이 진짜 독해졌다 '가차없는 결단'... "연이틀 열성적인 응원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5.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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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수들이 4일 잠실 LG전에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LG전이다 보니까 좀 더 집중했다."

두산 베어스가 연이틀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 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킴)라는 강수를 띄운 끝에 어린이날 시리즈 위닝시리즈 확보에 성공했다. 루키의 데뷔 첫 승이 눈앞에 있었지만, 사령탑은 가차 없었다.


두산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전날(3일) LG에 6-4로 승리했던 두산은 2연승에 성공, 위닝시리즈를 예약했다.

이제 두산은 18승 19패를 마크하며 5할 승률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두산은 2연승에 성공했다. 반면 LG는 2연패에 빠진 채 18승 17패 2무를 기록했다. 5위 LG와 6위 두산의 승차는 어느새 1경기로 좁혀졌다. 두산은 올 시즌 LG와 상대 전적에서도 4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앞서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두산은, 이날 2연승을 추가했다. 지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두산에 11승 5패로 앞선 바 있다.

이날 LG는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좌익수)-오스틴(지명타자)-문보경(3루수)-김범석(1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신민재(2루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선발 투수 손주영. 이에 맞서 두산은 정수빈(중견수)-전민재(유격수)-강승호(2루수)-양의지(지명타자)-양석환(1루수)-라모스(우익수)-김기연(포수)-이유찬(3루수)-조수행(좌익수)이 순으로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최준호.






두산은 1회초 큰 것 한 방으로 선취점을 올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뒤 전민재가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후속 강승호 타석 때 정수빈이 2루 도루에 성공했는데, 강승호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볼카운트 1-0에서 손주영의 2구째 한가운데 슬라이더(129.2km)를 공략, 투런 아치를 그렸다. 올 시즌 강승호의 9호 홈런. LG 구단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타구 속도는 167.1km, 발사각은 35도, 비거리는 123.9m였다. 계속해서 두산은 양의지가 중전 안타를 때려냈으나, 양석환이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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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강승호(왼쪽)가 4일 잠실 LG전에서 1회 선제 투런포를 친 뒤 정수빈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어진 1회말 LG도 선두타자 홍창기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며 기세를 올리는 듯했다. 그러나 박해민이 중견수 플라이 아웃, 김현수가 3루수 파울플라이 아웃, 오스틴이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각각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2회초 두산은 라모스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이날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김기연이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렸다. 그러나 이유찬이 우익수 뜬공, 조수행이 유격수 땅볼로 각각 아웃됐다. 2회말 LG는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며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문보경이 좌익수 뜬공, 김범석이 3루 땅볼로 각각 아웃된 가운데,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박동원이 투수 앞 땅볼로 아쉬움을 삼켰다.

3회초 두산의 첫 삼자 범퇴가 나왔다. 정수빈이 2루 땅볼, 전민재가 삼진, 강승호가 2루 땅볼로 각각 물러났다. 3회말 LG 역시 삼자 범퇴였다. 신민재와 홍창기가 연속 삼진을 당한 뒤 박해민이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 중반부(4~6회) : 이승엽 감독의 '퀵후크' 승부수 빛났다





4회초 두산은 추가점을 올렸다. 1사 후 양석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라모스가 유격수 뜬공에 그쳤으나, 김기연이 우중간 안타를 치며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이유찬이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3루 주자 양석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2-0에서 3-0으로 달아나는 점수였는데, 결과적으로 두산에 매우 중요한 점수였다. 조수행은 투수 땅볼 아웃. 4회말 LG는 김현수가 우전 안타로 출루했으나, 오스틴과 문보경이 나란히 중견수 뜬공, 김범석이 6구 승부 끝에 투수 앞 땅볼로 잡혔다.

5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주영은 정수빈을 2루 땅볼, 전민재를 2루 뜬공,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각각 솎아냈다. 이날 두산의 두 번째 삼자 범퇴. 이어진 5회말. LG가 처음으로 점수를 뽑으며 반격했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우중간 3루타를 쳐냈다. 두산 2루수 강승호와 우익수 라모스의 콜 플레이 미스로 보이는 플레이가 나왔는데, 끝까지 주루에 최선을 다한 오지환의 플레이도 빛났다. 박동원이 3루 땅볼에 그쳤으나, 신민재가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한 점을 만회했다. 이어 박해민이 최준호의 초구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만들어내자, 곧장 두산 벤치가 움직였다. 승리 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둔 선발 최준호를 과감하게 내리는 대신, 이병헌을 마운드에 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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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강승호(오른쪽)가 4일 잠실 LG전에서 1회 선제 투런포를 친 뒤 이승엽 두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실 두산은 전날 LG전에서도 선발 김유성을 4회 선두타자에 볼넷을 허용하자마자 강판시키는 강수를 띄웠다. 이에 대해 이승엽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유성이가 갑자기 자세에 힘이 들어가더라. 구위가 확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은 저희 미리 준비를 좀 시켜놨었다. 어쩔 수 없는 교체 타이밍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저께까지 연패를 하고 있었다. 어제도 지면 또 연패였다. 어제는 또 LG전이다 보니까 좀 더 집중했고, 승리에 대한 집념이라든지 이런 게 있다 보니까 사실은 빠르게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LG와 라이벌전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 담긴 발언이었다.

이날 역시 이 감독은 비슷한 마운드 운용을 했다. 2경기 연속 퀵후크. 선발 최준호의 데뷔 승을 챙겨줄 수도 있었지만, LG 앞에서는 가차 없었다. 독해진 이승엽 감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강수는 결과적으로 통했다. 이병헌은 김현수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 타점을 내줬으나, 오스틴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동점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6회초 두산은 곧장 달아날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양의지의 안타에 이어 1사 후 라모스가 우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터트린 것. 여기서 라모스는 대주자 김태근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김기연이 유격수 땅볼을 쳤고, 이 과정에서 2루 주자 김태근이 LG 오지환의 수비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아웃됐다. 이어 이유찬마저 3루 땅볼로 물러나며 흐름을 LG에 넘겨주는 듯했다. 6회말 LG는 선두타자 문보경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김범석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여기서 LG는 김범석을 최승민으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2루 도루에 실패하면서 아웃됐고, 이어 오지환마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 후반부 : 2경기 연속 완벽하게 들어맞은 이승엽 감독의 투수 교체 카드





7회초. LG는 손주영을 내리고 김유영을 올렸다. 1점 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필승조를 투입한 것. 김유영은 조수행을 1루 땅볼로 아웃시켰으나, 정수빈에게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민재를 2루 땅볼, 강승호를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7회말 두산의 세 번째 투수는 김택연이었다. 김택연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선두타자 박동원에게 7구째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신민재의 희생번트로 2루까지 간 박동원. 다음 타자 홍창기가 볼넷을 골라냈으나, 박해민과 김현수가 각각 좌익수 뜬공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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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지강(오른쪽)이 8회말 2사 후 타구를 처리한 뒤 1루수 양석환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계속해서 한 점 차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는 두산이었다. 8회초. 두산 타자들의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LG의 투수는 박명근. 양의지가 초구에 2루수 뜬공, 양석환이 초구에 좌익수 뜬공, 김태근이 3구째 유격수 땅볼로 각각 아웃됐다. 그리고 8회말 LG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오스틴이 삼진, 문보경이 우익수 뜬공으로 각각 물러났으나, 문성주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낸 것. 여기서 두산은 곧바로 홍건희가 아닌, 최지강을 투입했다. 최지강은 오지환과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제 역전 주자까지 누상에 나간 상황. 다음 타자는 박동원. 최지강은 박동원과 풀카운트 끝에 6구째 슬라이더를 뿌리며 투수 앞 땅볼로 유도, 큰 위기를 넘겼다. 박동원은 타격 후 아쉬움에 하늘을 바라봤고, 1루 가까이 가서 토스한 최지강은 선배 양석환의 격려와 함께 환하게 웃었다.

두산은 전날 경기에 앞서 코칭스태프 보직에 변화를 주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그동안 1군 메인 투수코치를 맡았던 조웅천 코치가 퓨처스리그로 향하는 대신 박정배 1군 불펜코치가 메인 코치를 담당했다. 또 퓨처스리그에서 불펜 코치를 지냈던 김지용 코치가 1군 불펜 코치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9회초 두산은 1사 후 이유찬이 LG 오지환의 포구 실책을 틈타 출루했다. 여기서 LG는 투수를 김진성으로 교체. 김진성은 조수행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1, 3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 정수빈 타석 때 곧장 2루 도루를 감행한 조수행. LG는 정수빈을 자동 고의 4구로 거르며 만루책을 썼다. 그러자 두산은 2번 전민재 타석 때 대타 김재환을 투입했다. 그러나 몸이 덜 풀렸던 것일까. 김재환은 김진성의 속구를 공략했으나 빗맞으면서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강승호마저 좌익수 플라이 아웃.

이제 9회말 LG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두산은 클로저 홍건희를 올렸다. 3루수 자리에는 허경민이 교체로 들어갔다. LG의 9, 1, 2로 이어지는 타순. 하지만 신민재가 유격수 땅볼, 홍창기가 2루 땅볼, 박해민 역시 2루 땅볼을 치며 끝내 두산이 1점 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두산 선발 최준호는 4⅓이닝(65구)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데뷔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오른 이병헌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승리 투수가 됐다. 올 시즌 4승 달성. 이어 김택연(1⅔이닝), 최지강(⅓이닝), 홍건희(1이닝)가 차례로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10안타를 친 두산 타선에서는 양의지가 3안타, 김기연이 2안타로 활약했다. 두산 정수빈은 6시즌 연속 10도루(KBO 역대 44번째)에 성공했으며, 양의지는 KBO 역대 26번째로 2800루타를 달성했다.

반면 LG는 선발 손주영이 6이닝(97구)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어 김유영(1이닝), 박명근(1⅓이닝), 김진성(⅔이닝)이 차례로 나와 공을 던졌다. LG는 산발 6안타에 그쳤다. 이날 잠실구장 2만 3750석이 가득차며 LG 홈 경기 7번째 매진(올 시즌 50번째)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 후 '승장' 이승엽 감독은 "추가점이 나오지 않아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무리 홍건희를 포함한 불펜 투수들이 경기 중후반을 완벽히 책임져주며 승리할 수 있었다. 선발 최준호는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면서 "타선에서는 1회 터진 강승호의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4회 2사 후 하위 타선에서 1점을 뽑아낸 것이 컸다"고 짚었다. 이 감독은 "연이틀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며 5일 경기를 기약했다. 일단 5일 전국에 비 예보가 있는 가운데, 두산은 곽빈, LG는 켈리를 각각 선발로 앞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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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선수들이 4일 잠실 LG전에서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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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두산 감독이 4일 잠실 LG전에서 승리 후 강승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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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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