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5위→챔프전 우승' 전창진 감독, 환하게 웃었다 "부산서 우승 못해 아쉽지만... 늦은 우승 기쁘다" [수원 현장]

전창진 KCC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전창진 부산 KCC 감독이 드디어 환하게 웃었다.

KCC는 5일 오후 6시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수원 KT를 88-70로 꺾었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4승1패로 챔프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이자 전신 대전 현대 시절을 포함해 통산 6번째 우승이다. 뿐만 아니라 정규리그 5위팀으로는 사상 최초로 챔프전에 진출해 우승까지 거머쥔 팀이 됐다. 올 시즌부터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KCC는 부산팬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겼다. 1997년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 이후 27년 만에 부산팀이 우승했다.

허웅은 21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승리 주역이 됐다. 경기 후 동료를 껴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라건아도 20점 9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고 알리제 존슨은 12점을 기록했다.

챔프전 MVP 영예는 허웅에게 돌아갔다. 허웅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84표 중 31표를 얻어 MVP에 올랐다. 라건아(27표), 동생 허훈(21표)을 간잘의 차로 제치고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 총 12경기에서 평균 31분56초를 뛰며 평균 17.3득점, 4.2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슈퍼팀을 이끈 전창진 감독도 경기 후 환하게 웃었다. KCC는 허웅, 최준용, 이승현, 라건아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으로 시즌 전부터 '슈퍼팀'이라고 불렸지만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플레이오프(PO)부터 져력을 발휘하며 '진짜 슈퍼팀'으로 돌아왔다. 6강 PO에서 4위 서울 SK, 4강 PO에서 1워 원주 DB를 제압하고 5위팀 최초로 챔프전에 진출해 정상까지 등극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전창진 감독은 우승 세리머니를 하느라 양복 자켓도 잃어버렸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여러 생각이 든다. 5년간 옆에서 지켜준 강양택 코치에게 고맙다. 이상민, 신명호 코치와 트레이너도 마찬가지다"라고 코치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즌 내내 따라다녔던 '슈퍼팀'이란 수식어가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전창진 감독은 "슈퍼팀은 여러분(언론)이 만들었지 저는 안 그랬다. 타이틀이 자극적이어서 선수들이 기운이 빠질 때가 있고 저도 마음이 안 좋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팀이 또 만들어질 수 있을까 했는데. PO가 시작되기 4~5일 전에 모든 선수들이 모였던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했다는 것이 PO에서 보여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기회를 준 구단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나타냈다. "그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감독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돌아가신 정상영 명예회장님께서 기회를 주셨다. 늦었지만 우승으로 은혜에 보답해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주에서 부산으로 급하게 연고지를 옮겨 내홍도 크게 겪었다. 부산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전창진 감독은 "오늘 박형준 부산시장님도 오셨다. 우리가 5위를 하는 바람에 홈 팬들 앞에서 우승할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응원이 농구 외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런 응원을 받고 힘 안 나는 팀이 없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선수들에게 헹가래 받는 전창진 감독의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