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왜 페냐를 보냈나 "구속 저하? 결정적 이유는...", ML 22승 바리아 '역오퍼' 놓칠 수 없었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5.30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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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페냐의 구속 저하로 인한 부진 때문이 아니었다."

세 시즌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효자 외인' 펠릭스 페냐(34)가 28일 고국 도미니카공화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마지막 기회마저 우천 취소로 날아가자 동료들은 하나 같이 미안해하고 슬퍼했다.


지난 두 시즌 45경기에서 16승 15패, 평균자책점(ERA) 3.64로 에이스 역할을 해줬지만 올 시즌엔 9경기에서 3승 5패, ERA 6.27로 부진했다. 부상으로 2군에도 다녀왔고 구속이 하락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것이 한화가 외국인 투수를 교체한 결정적 배경은 아니었다.

한화는 29일 오전 "파나마 출신 우완투수 하이메 바리아(Jaime Barria)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7만 달러, 연봉 48만 달러 등 총 55만 달러(7억 5100만원)다.

바리아는 1996년생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투수로 2018년 LA 에인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6시즌 통산 134경기(선발 62경기)에 등판해 22승 32패 ERA 4.38(462⅔이닝) 351탈삼진 등 준수한 커리어를 쌓은 투수다.


한화는 "부드러운 밸런스를 바탕으로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직구 구위는 물론 변화구 활용 능력이 우수하고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투수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엔 전 경기 선발투수로 출전해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무리없이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자아낸다.

계약을 마친 바리아는 "KBO리그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로 꼭 뛰어보고 싶었다. 기회를 준 한화이글스 구단에 감사하다"며 "팀의 승리를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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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타구에 맞고 교체되는 페냐(왼쪽에서 2번째).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믿었던 페냐의 구속 저하→부진, 그러나 "결정적 교체 이유 아니다"





올 시즌 개막과 함께 2연승을 달리며 팀 7연승, 10년 만의 단독 선두 질주에 중심에 섰던 페냐지만 이후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5이닝을 채우는 것도 버거워했고 지난 16일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일각에선 페냐의 구속 저하로 인한 부진을 외인 교체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구단의 이야기는 달랐다. 외국인 선수 영입을 담당하는 스카우트팀 최홍성 팀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페냐가 시즌 초에 부진한 건 맞다"면서도 "부진의 원인으로 구속 저하가 있었는데 그게 몸 상태로 인한 것은 아니었고 경기 초반에 투구 밸런스가 잘 잡히지 않아서 살살 던진 영향이 있었다. 그게 전반적으로 평균 구속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살 던질 때 상대 타자들이 공략을 해 실점이 반복됐고 팀에서 초반부터 빠른공을 던졌으면 좋겠다고 다시 주문을 해 이후엔 1회부터 강한 공을 던져서 149㎞, 150㎞ 이렇게 계속 나왔다"며 "구위가 나빠져서 바꾼 것이라기보다는 좋아진 걸 확인하려던 과정에서 타구에 맞아 다쳤고 엔트리를 뺐는데 공교롭게 그 상황에 바리아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페냐에겐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지난 26일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예정돼 있었지만 비로 인해 취소됐고 다음날 방출을 결정했다. 최 팀장은 "페냐는 고민이 많이 됐다. 그렇기에 일요일 경기에서 던지는 걸 보고 싶었다"며 "물론 구위 하락이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면 더 머리는 아팠을 것"이라고 전했다.

페냐의 반등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사실 그날 던졌으면 아마 다른 구단들도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며 "그런데 그걸 못 보여주고 떠나게 돼 저희도, 페냐도 너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다만 페냐의 몸 상태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페냐의 구위가 하락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더라도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 팀장은 "지금이 아니면 우리가 다시 바리아를 데려올 수 있을까. 만약 페냐와 작별을 보류했다면 이후 6월, 7월에도 바리아가 남아 있을까 생각해보면 무조건 다른 팀에 갈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다른 팀에 갈 경우 플러스가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우리 팀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그런 걸 고려했을 때 놓치면 안 되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고 비화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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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등판해 호투를 펼친 페냐(왼쪽에서 3번째)가 동료들의 격려 속에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페냐는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큼 워크에식이 뛰어난 선수였다. 정경배 감독 대행도 28일 경기를 앞두고 어수선한 상황 속 제대로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 페냐에게 "굉장히 미안하다"고 전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던 문동주는 승리 투수가 된 뒤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많이 그리워할 거라고 얘기했다.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을텐데 멀리 있는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방출 결정이 더 쉽지 않았다. 최 팀장은 "워크에식도 뛰어나고 동료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줬다. 갖고 있는 기량도 준수하고 리그에도 적응도 마쳤기에 굉장히 아까워하면서 떠나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 거절 또 거절... 내려놓자 찾아온 바리아의 응답





바리아는 올 시즌을 앞둔 한화의 외국인 투수 1순위 영입 후보였다. 최 팀장은 "작년 후반부터 계속 눈여겨 봤다"며 "직구도 좋고 슬라이드도 우수하다. 체인지업까지 던지고 메이저리그 10승 등 다양한 경력도 굉장히 높게 봤다. 나이도 어린 편"이라고 바리아의 경쟁력을 높게 샀다.

손혁 단장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작년부터 스카우트팀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선수였다"며 "구속도 괜찮고 체격 조건도 훌륭해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다만 영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올 시즌 시작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본인의 빅리그 잔류 의지가 워낙 컸다. 직접 만나 설득을 해보려 할만큼 적극적이었지만 선수 측에서 대면해 거절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마음을 접었다. 첫 번째 거절.

당시 바리아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부터 어느 정도 출전 기회에 대한 보장을 받은 상황이었다고. 문제는 너무도 탄탄한 클리블랜드의 투수진이었다. 이런 상황을 주시하며 한화는 꾸준히 바리아에 대한 관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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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서 방출된 펠릭스 페냐.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4월말에서 5월초 쯤 다시 동향 체크를 했다. 계속 지켜봤는데 여전히 공이 좋아 어떻게 지내는지, 지금은 혹시 한국에 올 생각이 있는지 다시 확인했는데 그때도 '어렵겠다', '아직은 미국에서 하고 싶다'는 답을 들었다"고 두 번째 거절에 이르자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있던 한화다.

그러나 페냐가 부진하고 부상에 빠졌던 시점과 맞물려 바리아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한국에 가고 싶다, 한화가 아직 우리에게 관심이 있느냐, 그렇다면 가고 싶다'고 물어왔다. 결국 한화는 결단을 내렸다. 최 팀장은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이 매물이 지금이 아니면 얼마나 더 값어치가 오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며 "이 타이밍을 놓칠 수가 없었다. 큰 문제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끈질기게 관심을 나타낸 결과였다. 한화 외에도 관심을 나타낸 구단이 있었지만 바리아는 가장 먼저, 꾸준하게 영입 제안을 한 한화를 택했다. 최 팀장은 "외국인 선수 영입 업무를 오래 하고 있지만 의리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예전에 산체스를 데려올 때에도 재활 과정에서 꾸준히 연락을 하며 지냈다. 토미 존 수술한 뒤 다른 팀과 경쟁이 붙었는데 그때도 우리를 선택을 해줬고 폰트도 비슷한 경우였다"고 전했다.

결국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였고 꾸준한 관심을 나타내준 게 선발진에 큰 구멍이 뚫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22승 투수라는 최적의 매물을 영입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페냐 못지 않게 태도 면에서도 준수한 것으로 확인했다. "여러가지 네트워크를 통해 파악을 한 결과 굉장히 쾌활하고 에너지도 있는 선수"라며 "메이저리그 경험을 한 선수들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다. 메이저리그 나름대로의 규율이라든지 야구에 대한 존중을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태도 면에서도 성숙한 점이 있다. 그 부분에서도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감독과 대표이사, 외국인 선수까지 이탈한 상황에서 한화 선수들은 남다른 집중력을 보였고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12-3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이어 바리아 영입 소식까지 전해지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리아는 30일 입국해 메디컬체크 후 31일 저녁 선수단에 합류해 등판 일정을 조율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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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 시절 하이메 바리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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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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