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
지난 12일, 응급·중증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는 상황을 일컫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두고 국회에서는 격한 설전이 벌어졌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국민들이 죽어 나가지 않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다, 어디 죽어 나가느냐"며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응급실 뺑뺑이로 인해 위험에 처한 환자와 부상자를 다룬 기사는 연일 보도됐다. 지난 연휴에는 "지금만큼은 다치지도, 아프지도 말라"는 말이 인사처럼 쓰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응급실 뺑뺑이, 실상은 어떨까. MBC 'PD수첩'은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2차 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다양한 의료기관의 응급의료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 응급환자 수용 불가? 위기의 응급의료 현장
지난 7월 31일, 공사 현장에서 1톤 중량의 콘크리트에 깔림 사고를 당한 엄OO씨는 응급실로 이송되어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엄 씨는 사고 직후 인근 응급실이나 병원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응급실 수용 불가' 답변을 들은 병원은 총 열 곳. 열 곳을 전전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고, 의식이 명료했던 엄 씨는 상태가 점점 악화되다가 병원 도착 한 시간 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 엄 씨의 가족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병원에 가지도 못한 채 허망하게 떠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PD수첩'이 입수한 고 엄 씨의 구급활동일지에 따르면, 당시 엄 씨에 대한 수용 불가 이유 '응급 수술할 의사가 없다', '배후 진료인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하다' 등으로 다양했다. 응급의료 현장의 위기가 엄 씨에게도 닥친 것이다. 의정갈등으로 인해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인력과 배후 진료를 봐야 할 인력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PD수첩'은 장기화되는 의료공백으로 엄 씨를 비롯한 치료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응급실 진료 대란'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자 한다.
◆ 의정갈등 8개월째...'의료대란' 정녕 돌파구는 없을까?
'PD수첩'은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이들을 만나 현장 상황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한 구급대원은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히며 "사명감도 죽어버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이들까지 한계를 느끼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달 21일 기준, 전국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서른 한 곳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2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열 명 중 일곱 명은 나 홀로 근무한다는 것이다. 응급의료 현장이 위축이 배후 진료, 나아가 의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그런데도 다른 협상안 없이 '원점 재검토'만 주장하는 의료계와 설득 없이 '강행'만 하는 정부, 두 입장의 타협점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의 조정 역할을 하던 정치와 시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사회적 역할을 하던 의료의 갈등 속에 정작 시민들의 안전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료위기 속에 돌파구는 있을까?
8개월째로 접어든 의료 공백 사태가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밀착 취재한 MBC 'PD수첩' '환자 표류: 응급의료체계는 붕괴하는가'는 오는 9월 24일 화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