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2학년 김성준. /사진=김동윤 기자 |
키 185㎝ 몸무게 82㎏ 체격의 김성준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광주 수창초에서 야구를 시작해 충장중을 거쳐 광주일고에서 투·타 겸업 중인 우투우타 선수다. 올해 내야수로서 26경기 타율 0.295(95타수 28안타) 1홈런 6타점 13도루, 출루율 0.437 장타율 0.368 OPS 0.805를 기록했고, 투수로서 12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80, 30⅓이닝 16볼넷 43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3을 기록했다.
김태현(19·2025 롯데 1R), 권현우(18·2025 삼성 5R) 3학년 원투펀치에 가려진 2학년 에이스였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7월 13일 청룡기 8강전으로 당시 상대는 올해 전국대회 2연패(이마트배, 황금사자기)에 19연승 중이던 덕수고였다. 이 경기에서 김성준은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회 말부터 투수로 등판, 5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3볼넷 4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광주일고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김성준은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 및 KBO 구단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올해에만 광주일고에 직접 최소 메이저리그 3팀 이상의 스카우트들이 다녀갔다는 후문. 가장 큰 강점은 뛰어난 신체 능력과 야구 센스다.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김도영이다. 김도영보다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강한 어깨와 투수로서 감각이 뛰어나 투수와 타자로서 모두 상위권 지명이 기대되는 선수라는 평가다.
지난달 광주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김성준은 신체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 농구대에서 제자리에서 점프해도 백보드에 닿을 정도로 탄력이 좋다. 또 흔히 야구인들이 말하는 끼가 있는 선수다. 박빙의 상황에 등판해도 여유가 있고 즐길 줄 안다"고 소개했다.
광주일고 2학년 김성준. /사진=김동윤 기자 |
1학년 때부터 경기에 출장한 김성준은 올해까지 3루수와 투수로 나섰다. 내년부터는 주전 유격수와 투수로서 나선다. 김성준의 진로는 감독에게도 고민이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성공 후 한·미·일 야구에 투·타 겸업 열풍이 불었지만, 이후 제대로 성공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그 탓에 투수와 타자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 많지만, 김성준만큼은 관계자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김성준에 관심을 둔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3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워낙 운동신경이 뛰어난 선수라 다수의 스카우트들이 지켜보고 있다. 아직 정확도 있는 배팅은 부족하지만,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무엇보다 상대가 누구든 타석에서 긴장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스윙을 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투수로서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시속 93마일(약 149.7㎞)의 빠른 공을 던진다. 괜찮은 구종은 아직 슬라이더밖에 없지만, 무브먼트가 좋고 컨트롤이 나쁘지 않다. 물론 아직 2학년이라 몇 개월 안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조윤채 감독의 생각은 또 달랐다. 그는 "(김)성준이가 신체 능력이 워낙 뛰어나고 투수로서도 매력이 있다 보니 감독으로서 고민이 정말 많다. 올해 비공식 경기서 시속 152㎞(공식경기 150㎞)까지 던졌다"며 "아무래도 투수를 오래 하지 않았고 야수 출신이다 보니 공이 힘 있게 오진 않는다. 이 부분은 확실히 방향을 정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변화구가 정말 좋다. 스플리터가 마구처럼 무브먼트가 좋다. 지난겨울에 서재응 해설위원이 와서 한번 보여줬는데 '이 친구는 봐줄 게 없다. 힘을 모아서 중심 이동하는 동작 자체가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광주동성고 시절 김도영. /사진=광주동성고 야구부 제공 |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야수를 하길 바란다. 수비에서도 올해는 일단 3루를 했는데 어깨와 풋워크도 좋고 무엇보다 바운드 처리나 던지는 감각 자체가 타고 나서 프로에서도 충분히 유격수를 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야구에서 대형 야수가 너무 나오지 않아서 더 그런 마음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윤채 감독은 2021년 10월 광주일고에 부임하기 전까지 11년간 스카우트를 지낸 잔뼈 굵은 베테랑답게 제자를 향한 냉정한 평가와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김)도영이 어릴 적에는 내가 스카우트여서 자주 봤었다. 동 나이대(고등학교 2학년) 기준으로는 (김)성준이가 도영이보다 나은 면이 보인다"며 "다만 성준이가 도영이처럼 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때도 도영이는 스피드가 압도적이었고 고등학생이 밀어서 홈런을 칠 줄 알아서 잠재력은 높다는 평가였다. 무엇보다 도영이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말 야구를 투지 있게,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다. 성준이는 아직 그런 면이 조금 부족하다. 그래서 성준이에게 넌 도영이처럼 열심히 안 하면 절대로 못 이긴다고 했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래도 눈치가 빨라서 한번 말하면 바로 알아듣는다. 발전했으면 한다는 타격도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 중학교 때는 타율 6할 5푼을 넘길 정도로 정교함이 있던 선수다. 성준이는 60~70%의 힘만 써도 장타를 만들 수 있어서 메커니즘을 교정하고 뭘 바꾼다기보단 마음만 비우게 지도하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