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히 거절"..송강호가 할리우드에 가지 않는 이유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4.12.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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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사진제공=아티스트유나이티드
한국 최고의 배우, '기생충'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송강호. 그는 왜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을까. "저 영어 못해요"라고 웃는 송강호의 얼굴 뒤에는 자신의 모국어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송강호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영화 '1승'(감독 신연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송강호는 영화에서 핑크스톰 감독 김우진 역을 맡았다.


송강호는 2019년 영화 '기생충' 이후 '비상선언', '거미집', '삼식이삼촌' 등 다소 무게감 있는 작품을 선보이다가 오랜만에 경쾌한 코미디 느낌의 영화로 돌아왔다.

송강호는 "촬영 시기로는 '1승'이 '거미집'이나 '삼식이 삼촌' 보다 더 먼저 촬영한 작품이다. '기생충' 이후로 뭔가 밝고 환한 영화를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그때 '1승'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상선언'이나 '거미집'은 깊이감이 있고 담론이 진지하고 뭔가 상황에 짓눌린 인물이다. 그래서 지금 이 타이밍에 개봉이 좋은 것 같다. '1승'은 박하사탕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는데, 그 화한 느낌이 반가웠다"라고 전했다.

송강호는 "극중 김우진은 아무 열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 선수들을 변호하면서 캐릭터가 변화한다.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각성은 설명 될 수 도 있지만, 전사를 통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똑같은 동질감을 가진 사람이 만나서 서로가 서로를 거울처럼 보고, 결국은 서로를 안고가게 되는 그런 과정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배구 감독 같은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송강호. 그는 "경기 장면은 풍자와 해학이 들어가는 장면이기도 했다. 리얼한 환경 속에서 '1승'이라는 영화의 키워드는 경쾌함과 만화적인 익살스러움과 해학이 복합적으로 보여졌을 때 나온다고 생각했다. 스포츠영화지만 틈새에서 해학과 풍자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1승'에서 배구 선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장윤주를 제외하고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다. 배구선수 출신, 모델, 신인배우 들이 주로 연기했다. 송강호는 "배우들은 유기농 채소 같았다. 유기농이라는게 농약치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보다 자연발생적으로 풋풋한 느낌을 준다. 배우가 가진 싱그러움이 있고 다양한 경력과 에너지가 나오는데 그 시너지가 좋았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라며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났다. 배우들끼리 연기 하면 안정감있고 세련되고 정교하기는 하지만 그런 풋풋함 발견하기 쉽지 않다. '1승'은 풋풋함과 에너지의 시너지가 나왔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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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사진제공=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는 '기생충'이 전세계를 휩쓸고 K콘텐츠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도 한국 감독들과 한국 작품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송강호는 왜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건 제 영역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송강호는 "사실 할리우드에서 정말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하는, 유명한 감독님의 작품이 제의가 왔다. 지금도 제안이 오고 있는데 정중히 거절을 하고 있다"라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연기라는 것은 언어가 그 캐릭터를 형성 시킨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배워서, 외워서 어떻게 연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언어 속에 그 나라의 역사와 보이지 않는 전통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한국사람인데 어떻게 제가 외워서 연기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건 제 영역이 아니다. '기생충' 처럼 훌륭한 한국 영화를 통해서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송강호는 "이런 제 말을 다른 배우들이 잘못 받아들일까 고민이 된다. 저는 해외 활동을 하는 배우들을 존중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는 그 능력이 갖춰진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영화 감독이나 영화 제작에 도전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 20년 전인가, 박찬욱 감독이 저에게 부추길 때가 있었다. 본인이 도와줄 수 있고, 최고의 스태프가 도와준다고도 했다. 그래도 거절했다.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배우를 하기도 제가 능력 부족하다. 그건 변함이 없다. 연기만 하기도 벅차다"라고 웃었다.

끝으로 송강호는 "'1승'은 배구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면서 기분 좋게 나만의 '1승'이 뭘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작은 위안과 위로가 된다면 이 영화가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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