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재활' 큰 수술에 펑펑 운 국대 포수, 왜 인터뷰를 자청했나 "팬분들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12.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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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동헌이 1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인터뷰를 꼭 한 번 하고 싶었습니다. 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국가대표 포수 김동헌(20·키움 히어로즈)이 팬들과 만남을 고대하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수술을 결정할 당시부터 확연히 밝아진 모습이었다.


김동헌은 영문초(영등포구리틀)-충암중-충암고 졸업 후 2023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2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전도유망한 포수 유망주다. 데뷔 첫해부터 102경기에 출전하면서 타율 0.242(211타수 51안타) 2홈런 1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31로 기록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을 통해 성인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받던 올해, 큰 시련이 그에게 닥쳤다. 1군 2경기 출장 만에 2군으로 내려갔고 어깨와 팔꿈치 쪽 통증을 느껴 검진받은 결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소견이 나왔다. 결국 4월 9일 최소 1년을 재활해야 하는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고 올 한해 재활에만 매달렸다.

최근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받은 병역 특례로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쳤고,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팬 초청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 자선행사'에 참가했다.


행사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김동헌은 "좋은 동기들을 만나 즐겁게 보내고 왔다. 현재 재활 중인 점을 군에서도 감사하게도 배려해 주셨다. 훈련소에서의 3주간 생각도 많이 정리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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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동헌이 15일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열린 '2024 키움 히어로즈 연말자선행사'에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지난 4월 수술 당시 키움 구단은 수술을 권유하면서도 김동헌에게 재활과 수술에 대한 선택권을 줬다. 이제 만 20세가 된 김동헌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더욱이 지난겨울 준비했던 훈련 프로그램이 타석에서 효과를 보고 있어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동헌은 지난 시즌 몸쪽 공 대처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타격 스탠스와 메커니즘을 수정했고, 시범경기 7경기 타율 0.444(18타수 8안타) 1홈런 7타점, OPS 1.085를 마크했다.

김동헌은 "처음 수술 소견을 받고 속상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지난겨울 정말 많이 준비했고 결과로도 나오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한 시즌이었다. 그런데 시즌 초반 수비가 안 됐다.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고 훈련량을 늘렸는데 팔에 무리가 왔다. 너무 안 돼서 무작정 훈련량을 늘린 게 독이 됐다"고 수술 결정 당시를 돌아봤다.

재활 경험이 많은 정찬헌(35) 코치, 임창민(39·삼성 라이온즈) 등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이 그의 마음을 돌렸다. 김동헌은 "수술을 고민할 때 정찬헌 선배님과 임창민 선배 그리고 함께 재활했던 (박)수종이 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처음에 구단에서 수술과 재활이란 선택지를 주셨는데 찬헌 선배가 '인생사 새옹지마'라면서 지금 수술하는 1년을 너무 아깝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계속 수술을 미루고 아픈 상태로 버티면서 하다가 나중에 수술하면 그만큼의 시간을 네가 더 잃는 거라고 했다. (임)창민 선배께도 문자 드렸는데 같은 말씀을 하셨다. KBO에서 오래 뛴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마음에 더 와닿았고 위로가 됐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선수 생활하면서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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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프링캠프 당시 키움 김동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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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프링캠프 당시 키움 김동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어린 나이에 닥친 큰 수술에 마음을 잡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팬들의 응원과 시간이 약이 됐다. 김동헌이 인터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의지를 보이고, 올해 큰 활약이 없었던 그가 자선 카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할까 내심 마음을 졸였던 이유다.

김동헌은 "수술 후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했는데 좀처럼 되지 않았다. 1년이란 시간이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았다. 7월에 보조기를 뺄 때쯤부터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하기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게 되니 다른 생각이 안 났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인터뷰를 꼭 하고 싶었다. 우리 히어로즈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서다. 재활하는 동안 2군 구장에 많이 찾아와 한 마디씩 해주시고 고척에 경기 보러 갔을 때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런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내가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 더욱 힘이 나게 했다. 정말 감사했다"고 활짝 웃었다.

그가 재활로 1년을 쉬는 동안 드래프트 동기들은 펄펄 날았다. 포수로 확실히 진로를 정한 김건희(20)는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존재감을 뽐냈고, 충암중 시절부터 친구 윤영철(20·KIA 타이거즈)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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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먼저 김건희와 경쟁에 대해 김동헌은 "(김)건희는 입단할 때부터 가깝게 지낸 친구다. 건희가 중고등학교 때부터 포수로서 잘하는 걸 알고 있었고, 동기지만 배우고 싶은 포수가 건희였다. 경쟁은 어차피 후배들이 생겨도 평생 하는 것이다. 오히려 건희처럼 좋은 친구랑 경쟁하는 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윤영철의 우승은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김동헌은 "(윤)영철이도 올해 아팠는데 어릴 때부터 항상 긍정적인 친구여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영철이가 막판에 복귀해서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는데 우리도 곧 할 수 있을 것 같다. 팀 전력이 좋아지는 걸 느끼고 있어서 나도 팀에 보탬이 되도록 잘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김동헌은 지난 시즌 훈련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고관절 유연성이나 어깨, 팔꿈치 보강 훈련에도 한창이다. 재활도 순조로워서 캐치볼 거리는 30m로 늘렸고, 이번 주부터는 타격 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김동헌은 "최종적으로 시범 경기 안에 실전 복귀하는 게 목표다. 올해 부상 없이 야구한다는 것이 엄청나게 어렵고 소중한 것이란 걸 제대로 느꼈다. 부상 없이 뛰어야 내가 부족한 것도 알 수 있다. 1군과 2군 어디에 있든 1년 동안 아프지 않고 시즌을 치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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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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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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