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서 불펜 이닝 78% 돌파, '득점 지원 꼴찌' 답답한 타선에 필승조 곡 소리 난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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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KT 필승조 손동현, 원상현, 김민수, 박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왼쪽부터 KT 필승조 손동현, 원상현, 김민수, 박영현. /사진=KT 위즈 제공
탄탄한 KT 위즈 마운드가 최근 터지지 않는 답답한 타선에 조금씩 지쳐가는 모양새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3-4로 졌다.


2경기 연속 9회말 점수를 내주고 패했다.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KT가 4-3으로 앞선 9회말 마무리 박영현이 올라와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나성범에게 끝내기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18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우규민이 마운드에 올라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2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경기를 내줬다. 차마 마무리 박영현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박영현은 16일 12구, 17일 18구를 던져 이번에 등판하면 3연투였다. 3연투를 못할 선수는 아니지만, 정규시즌 20%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필승조는 진즉에 등판했다. 선발 투수 엔마누엘 헤이수스가 4⅔이닝 3실점으로 일찍 강판당했다. 그러자 원상현이 2⅓이닝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키움 타선을 틀어막았다. 뒤이어 김민수가 1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또 다른 필승조 손동현은 17일 광주 KIA전 2이닝 31구 투구를 비롯해 이번 주에만 46개의 공을 던져, 필승조에 준하는 우규민이 막아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올해도 KT는 강력한 마운드로 시즌 초반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헤이수스-윌리엄 쿠에바스-고영표-소형준-오원석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LG 트윈스와 함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리그 공동 1위(14회)라는 기록만 확인해도 탄탄함을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KT 불펜의 소화 이닝은 70⅔이닝으로 리그 7위, 하위권이다.


올해 KT 선발진. 왼쪽부터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윌리엄 쿠에바스, 고영표, 소형준,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올해 KT 선발진. 왼쪽부터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윌리엄 쿠에바스, 고영표, 소형준, 오원석. /사진=KT 위즈 제공
그러나 조금만 더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18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KBO 10개 팀 중 4개 팀이 12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선발 야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4개 팀 중 KT의 선발승 횟수가 10회로 가장 적다.

필승조가 약한 건 아니다. '제2의 오승환' 박영현이 13경기 동안 승리 없이 2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3.77, 14⅓이닝 16탈삼진, 포크 비율을 높인 손동현은 13경기 2승 1홀드로 13⅔이닝을 소화하면서 유일하게 무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김민수와 원상현은 각각 15경기(13⅔이닝), 12경기(13⅔이닝)를 소화하면서 선발 강판 후 마무리까지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등판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올해 KT 불펜이 소화한 70⅔이닝 중 78.7%에 달하는 55⅔이닝을 김민수-손동현-원상현-박영현 네 사람이 소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에서 찾을 수 있다.

현시점 KT 팀 타율은 0.240으로 리그 7위다. 홈런은 9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못 치고 있고, 생산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0.657로 리그 9번째다. 리그 평균 OPS인 0.713에도 한참 못 미친다.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KT 위즈 제공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KT 위즈 제공
자연스레 선발 투수들의 9이닝당 득점 지원도 5.2점으로 리그 꼴찌다. 리그 9위인 SSG 랜더스의 6.1점과도 차이가 크다. 뛰어난 선발진을 보유했음에도 선발승이 가장 없는 것도 이 이유다. 이 말인즉, 매 경기 팽팽한 접전을 하는 탓에 필승조가 쉴 날이 없다는 뜻이다.

KT 이강철 감독도 멀리 바라보고 3연투 없이 불펜진을 운영하고 있다. 2연투 횟수도 리그에서 6번째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 경기 접전으로 인한 출석 체크에 강력한 구위를 지닌 필승조도 점수를 허용하는 일이 잦아지는 등 차츰 곡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타율 0.209의 장성우, 0.242의 배정대, 0.200의 문상철은 말할 것도 없고, 초반 좋았던 허경민도 타율 0.289, OPS 0.695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특히 테이블세터 강백호-멜 로하스 주니어의 부진이 뼈아프다. 올 시즌 종료 후 FA를 앞둔 강백호는 21경기 타율 0.264(87타수 23안타) 3홈런 10타점, OPS 0.763에 그치고 있다. 로하스 주니어는 21경기 타율 0.200(80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OPS 0.604로 부진이 심각한 수준, 이래서는 메이저리그(ML)식 강력한 1·2번 타순 구상도 의미를 잃는다.

아직 시즌은 길고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언젠간 반등하겠지만, 그 시기가 조금 더 일찍, 필승조가 더 지치기 전에 올라오길 KT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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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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