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승기 이다인 / 사진=이다인 개인계정 |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공식적으로 처가와 '손절'을 발표했다. 이승기의 장인 이 모 씨가 또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자 아내 이다인의 친정을 손절하겠다는 입장을 내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승기의 입장 발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자신이 필요할 때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가족은 건드리지 말아달라'며 감싸다가, 장인의 새로운 범죄 사실 공개 직전 "처가와 관계를 단절"한다고 입장을 낸 그 저의에 관심이 쏠린다.
이승기는 지난 29일 오전 공식 입장을 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전하게 돼 송구스럽다. 가족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결과를 기다려왔던 저로서는 장인어른의 부정행위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며 "지난해 장인어른과 관련된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경솔하게 발언했던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이승기 이다인 |
이승기는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의 섣부른 판단으로 고통받으셨을 피해자분들의 심정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또한 저를 믿고 이해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승기는 "이번 사건으로 가족 간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훼손되었고, 저희 부부는 오랜 고민끝에 처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는 더욱 올바른 가치관을 갖추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상장사 주가를 조작하고 청탁 명목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승기 장인 이 모(57) 씨가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안창주)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구속했다. 박찬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씨는 2개 상장사에 대해 시세조종 주문을 하거나 풍문을 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고, 청탁이 이행될 경우 추가로 거액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이같은 보도 직전 이승기가 먼저 장인의 구속 사실을 알고 '손절' 입장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6월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가족 문제는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했던 이승기의 입장과 완전히 바뀐 것이다. 당시 소속사 측은 "이승기의 장인 A씨의 2016년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 대법원이 최근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다"라며 "당사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아티스트로서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고심하는 이승기를 위해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이승기는 이제 한 가정을 책임진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한 집안의 사위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또한 이승기의 장인, 장모 역시 새롭게 태어난 생명의 조부모가 됐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이승기가 결혼하기 전의 일들이며, 가족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이승기와 이승기 가족에 대한 가짜 뉴스와 악의적 비하성 댓글에 대해서는 소속사 차원에서 더욱더 강력히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까지 했다.
가족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했던 입장을 낸 지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장인이 주가조작으로 구속되자 공식적으로 '손절'을 선언했다. 이승기의 입장 변화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위로서의 책임을 버리고 절연하기로 한 것일까. 이승기의 장인인 이 씨가 '또' 범죄를 저지른 것이긴 하지만 새롭지는 않다. 그는 이전에도 사기 범죄를 저질렀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팬, 대중 등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가족을 감쌌으면서 이번에는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바로 처가와 절연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딸은 낳은 이승기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자신의 가정일 것이다. 그 누구보다 아내 이다인과 딸이 가장 중요할 터. 하지만 본인이 부모가 됐기에, (아내의) 부모와 인연을 끊기도 더 쉽지 않다. 부모가 돼 보면 더욱 부모의 마음을 안다. 본인이야 처가와 손절한다고 발표하겠지만, 아내인 이다인은 이혼 후 자신을 키워준 엄마 견미리와 언니인 배우 이유비와 말처럼 쉽게 손절이 가능할 것인가.
가족 관계라는 것이 그렇게 무 자르듯 쉽게 잘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실제 가족 관계가 깨지기 전 언론에 먼저 '손절'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낯설다. 아내 이다인이 새아버지의 범죄 사실을 전혀 몰랐다거나, 이승기가 장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서 몰랐다가 갑자기 알게 돼 '손절' 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내달 컴백을 앞둔 가수 이승기의 이름 앞에 '장인 주가 조작' 수식어가 붙는 것이, 또 앞으로 계속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받게 될 장인의 이름 앞에 '이승기 장인'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꼬리 자르듯 자른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에서 범죄 연좌제는 없다. 하지만 이 씨 같은 대규모 사기를 친 사람이 번 돈으로 경제적 이득을 누렸다면 대중의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