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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민재(오른쪽)가 29일 키움전에서 7회초 헤드샷을 맞고 쓰러져 있다. |
전민재는 2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를 끝까지 소화하지 못했다. 7회초 공격에서 나온 몸에 맞는 공 때문이었다.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전민재는 키움 양지율의 시속 140㎞ 투심 패스트볼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천만다행인 것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것이다. 중계 화면상으로는 공이 머리를 직격한 게 아닌 헬멧을 먼저 때린 것으로 보였는데 경기 후 롯데 구단 관계자는 "현재 검진을 받고 있다. 일부 추가 검진은 내일 진행 예정이고 결과는 내일 중으로 나올 것"이라며 공이 헬멧에 먼저 맞고 충격이 전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벤치에서 재빠르게 스태프들이 달려 나왔고 전민재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진료 및 검진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투입됐다. 전민재는 들것으로 옮겨져 구급차에 몸을 싣고 인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으로 이송됐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양지율도 아연실색했다. 헤드샷에 맞은 전민재에게 섣불리 다가서지도 못했고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롯데 팬들 입장에서도 충격이 컸다. 급한 불을 꺼야했던 상황이다. 고의로 맞혔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었다. 그럼에도 원정 응원단 사이에선 야유가 터져나왔다. 트레이드 이적 후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최고의 활약을 하던 전민재를 잃은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원망스러운 감정이 섞인 듯한 야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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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코칭스태프들이 쓰러진 전민재(가운데)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그러나 시즌을 마치고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동갑내기 불펜 투수 정철원과 함께 2대3 트레이드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절치부심한 전민재에게 기회가 왔다. 시범경기에서 존재감을 보인 전민재는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4월 초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현재까지도 수위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도 앞선 타석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시즌 타율을 0.387(93타수 36안타)까지 끌어올렸다. 출루율은 0.430, 장타율은 0.495, OPS(출루율+장타율)도 0.925에 달한다. 득점권 타율도 0.444로 해결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전민재가 쓰러지자 벤치에서 지켜보던 김태형 감독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민재가 교체 아웃된 이후에도 롯데는 8회 2점, 9회 1점을 추가했고 불펜진도 리드를 지켜내며 소중한 1승을 추가했다.
그럼에도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는 없었다. 올 시즌 기복을 보이던 찰리 반즈는 이날 7이닝 1실점 호투하며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반즈는 "전민재 선수가 빨리 쾌유하기를 바란다. 선수들이 머리에 공을 맞는 건 누가 어느 때 보더라도 항상 무서운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쾌유했으면 좋겠고 내일 경기를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빨리 전민재 선수를 보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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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반지가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고도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