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속구 손등 강타→교체 거부' 0할타자 투혼에서 시작된 빅이닝... "같은 상황 또 와도 똑같이 뛸 겁니다" [잠실 현장]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KT 안치영이 30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로 이끈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T 안치영이 30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로 이끈 뒤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모두가 놀란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경기 후 만난 안치영(27·KT 위즈)은 퉁퉁 부은 손을 부여잡고도 한없이 담담했다.

KT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총 1만 7158명 입장)에서 두산 베어스에 8-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2연승으로 위닝 시리즈를 확보한 KT는 16승 1무 14패로 5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날 승부처는 KT가 4-3으로 앞선 7회였다. 최근 5경기 연속 1점 차 팽팽한 경기를 펼치고 있던 KT는 이날도 두산 에이스 콜 어빈을 상대로 6회까지 좀처럼 달아나지 못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장준원이 내야 안타로 출루한 7회초 1사 1루,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다. 어빈의 5구째 시속 149㎞ 직구가 안치영의 머리 쪽으로 향한 것. 안치영이 스윙을 하며 간발의 차로 헤드샷은 피했으나, 순간적으로 중계진도 머리에 맞았다고 착각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안치영이 피하며 왼쪽 손등에 맞는 데 그쳤지만, 어빈도 당황하고 걱정한 기색이 역력할 정도로 모두가 놀란 순간이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안치영은 곧 일어나 걸어서 1루로 향했다. 이종범 KT 1군 코치와 함께 1루로 향하던 안치영에게 어빈이 직접 사과 인사를 건네고, 안치영이 미소와 함께 받아주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그리고 KT의 빅이닝이 시작됐다. 두산은 사구에 놀란 어빈을 최지강으로 교체했다. 베테랑 황재균이 기술적인 우전 안타로 2루 주자 장준원을 불러들였고 안치영은 빠른 발로 3루까지 향했다.

여기서 안현민은 까다로운 변화구를 전부 걷어내면서 결국 슬라이더를 건드려 3루 쪽 땅볼 타구를 생산했다. 보통이었다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 어려웠겠으나, 안치영이 빠른 스타트를 끊은 덕에 두산 3루수 강승호는 홈을 포기하고 1루로 송구했다. 안치영은 뒤 상황과 상관없이 다친 그 왼손으로 홈을 찍었고 KT의 6점째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후 멜 로하스 주니어의 쐐기 투런포가 터지며 빅이닝이 완성됐다. KT가 22일 수원 SSG전 이후 7경기 만에 5점 차 대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30일 잠실 두산전 승리를 이끈 KT 안치영의 왼손. /사진=김동윤 기자
30일 잠실 두산전 승리를 이끈 KT 안치영의 왼손. /사진=김동윤 기자
경기 후 만난 안치영의 왼손은 퉁퉁 부어 있었다. KT 트레이닝 코치에 따르면 다행히 골절 없이 타박상에 그쳤고 빠르게 아이싱에 들어갔다. 통증이 남아 있었음에도 안치영의 얼굴은 한없이 밝았다.

안치영은 "병원은 아직 안 가봤는데, 스쳐 맞아서 그나마 괜찮다. (슬라이딩으로 들어왔을 때도) 경기에만 집중해서 아픈 걸 못 느꼈다. 어빈 선수도 사과하길래 괜찮다고 했다. 야구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활짝 웃었다.

중동초(원미구리틀)-천안북중-북일고를 졸업한 안치영은 2017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1순위로 KT에 입단해 어느덧 프로 9년 차를 맞았다. 1군 통산 144경기 220타석에 출전해 타율 0.262를 기록했을 뿐이지만, 빠른 발과 수비 센스로 팀에 도움을 주는 든든한 살림꾼이다.

올해도 11경기에 나와 안타는 없지만, 사사구(2볼넷 1몸에 맞는 볼) 3개를 골라내고 출루하고 타점을 올리는 등 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날도 퉁퉁 부은 손으로 교체를 거부하고 홈까지 내달린 투혼에서 KT는 간만의 빅이닝을 만들 수 있었다.

안치영은 "내가 뛰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교체 선수도 마땅치 않았고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 끝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하며 "내가 어떻게든 연결만 시켜주면 뒤에 로하스나 형들이 잘 쳐주리란 믿음이 있었다. 오늘 같은 상황이 또 와도 나는 똑같이 뛸 것이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다음 베이스까지 가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안치영. /사진=KT 위즈 제공
안치영. /사진=KT 위즈 제공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