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탓? 정부 눈치? 국위선양 K팝, 공연장은 '이면의 엇박자'[★리포트①]

윤상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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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가수 지드래곤(GD)이 29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가수 지드래곤(GD)이 29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지드래곤 2025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지난 3월 29일 고양종합운동장. 약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가요계로 돌아온 'K팝 레전드' 지드래곤의 월드투어는 그야말로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지드래곤의 컴백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업계와 팬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멋진 퍼포먼스로 화려한 밤을 수놓고 공연 이후에도 긍정적인 화제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현장만 봤을 때) 결과적으로만 보면 아쉬운 반응들으로 채워져 갔다.

일단 돔 형태가 아닌, 종합운동장을 목적으로 지어진 공간에서의 월드투어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분명 존재했을 법했지만 월드투어일 테니까 "설마 문제가 없겠지" 하고 넘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는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가깝지도 않은 지하철 역 인근은 수많은 인파로 혼잡했고, 당연히 편의시설 등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했다. 어찌저찌 입장을 했지만,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하필 예상치 못한 강풍이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공연사 측이 뒤늦게 사과 공지를 내렸던 안전상의 이유에 의한 공연 시작 지연은 당연히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고 무려 73분이나 지각한 지드래곤도 어수선한 이 분위기의 파악을 안한건지 못한건지 허둥대다 뒤늦게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허술한 인프라와 다소 아쉬운 공연 운영 대응, 여기에 최악의 날씨까지 3연타였다.


K팝이 국위선양의 선봉장으로 떠오른 지도 꽤 오래됐지만 이에 발맞춰 나가야 함에도 제대로된 K팝 공연장이 없다는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귀 기울이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될까. K팝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는 엄청난데 10만 규모 공연장은커녕 "언제까지 스포츠팀이 양해해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제대로 된 답을 못한 채 겨우내 대관 전쟁에서 이길 궁리에만 급급하는 상황이 코미디로 느껴질 정도다. 정부와 지자체의 비협조 분위기 속에 허울로마저 느껴지는 K팝의 화려한 빛에 숨은 그림자 같은 이면이기도 하다.






◆ 전문 대형 공연장 사실상 전무..그나마 경기장마저 '공사중'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40여년 만에 리모델링 되는 올림픽주경기장은 2026년 12월 말까지 3년 간의 공사를 거쳐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다.2025.3.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40여년 만에 리모델링 되는 올림픽주경기장은 2026년 12월 말까지 3년 간의 공사를 거쳐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다.2025.3.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현재 국내에 위치한 전문 대형 공연장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수 있다. 앞서 2016년 경기도 고양에서 첫 삽을 떴던 CJ라이브시티가 기대감을 모았지만 4년 넘게 행정적 절차에 매달리다 결국 사업 중단이라는 결말을 맞이한 이후 감감 무소식이었지만 지난 2월 경기도의회에서 겨우 통과된 'K-컬처밸리' 조성 사업이 2029년이나 돼야 그 윤곽을 볼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카카오가 대표 출자자로 참여해 서울 도봉구 창동에 공사를 시작한 '서울아레나'는 최대 2만8000석 규모로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국내외 대형 아티스트가 공연을 할수 있는 곳은 대부분 스포츠 경기장에 국한되고 있다.

최대 10만명 수용이 가능해 매번 최대 규모의 내한공연 등을 개최했던 서울 잠실주경기장은 2026년 리모델링 완성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지만 옆구장인 잠실야구장의 새 경기장 공사 여파로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대체 홈구장 사용을 5년 동안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공연을 위해선 협조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큰 규모였던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지드래곤 임영웅 등 대형 가수들의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긴 했지만 프로축구 FC서울 홈구장으로도 쓰이고 있어서 잔디 문제를 놓고 적지 않은 파장이 일기도 했다.

현재 시점에서 대체 공연장으로 급부상한 고양종합운동장의 경우 이곳을 연고로 하고 있는 축구팀이 없다보니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곳도 공연을 목적으로 지은 곳이 아니어서 인근 주택가 소음 피해 등의 이슈도 발생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대체하긴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 11월 30일 착공한 서울 도봉구 창동에 들어설 서울아레나 조감도
지난 11월 30일 착공한 서울 도봉구 창동에 들어설 서울아레나 조감도


공연계에서는 해외 내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장으로 공항에서 가까운 서울 및 수도권을 선호하는데 그나마 고양종합운동장 이외에 인천 문학경기장, 2만여 규모의 고척스카이돔과 1만여 규모의 인스파이어 아레나, 킨텍스,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KSPO DOME과 올림픽홀 등을 꼽고 있다. 지난 3월 콜드플레이가 고양에서 공연을 마친데 이어 5월 카니예 웨스트, 10월 오아시스와 트래비스 스캇도 고양 내한공연 일정을 확정했다.





◆ 공연장 부족 해결 방법은?





[고양=뉴시스]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가 16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츠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을 펼치고 있다. 당일 5만명이 운집했다.   그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 스타들의 콘서트 수용인원은 3만명 안팎이었는데, 콜드플레이의 국내 인기를 새삼 실감케 했다. 콜드플레이는 18·19·22·24·25일에도 같은 무대에 오른다. 총 여섯 차례 공연으로 30만명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내한공연 중 최대 규모로 최다 회차, 최다 관객 기록이다.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5.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이재훈
[고양=뉴시스]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가 16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츠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을 펼치고 있다. 당일 5만명이 운집했다. 그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 스타들의 콘서트 수용인원은 3만명 안팎이었는데, 콜드플레이의 국내 인기를 새삼 실감케 했다. 콜드플레이는 18·19·22·24·25일에도 같은 무대에 오른다. 총 여섯 차례 공연으로 30만명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내한공연 중 최대 규모로 최다 회차, 최다 관객 기록이다. (사진 = 라이브 네이션 코리아 제공) 2025.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이재훈


업계에서의 공연장 이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뾰족한 수는 쉽게 찾기 힘든 분위기다. 무엇보다 5만명 이상 규모의 대형 K팝 공연 또는 해외 내한 스타들의 공연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시선도 있는 듯하다.

한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국내에서의 대형 공연이 쉽지 않은 이유가 5만 규모 이상의 공연장이 부족해 선택의 폭이 없기도 하지만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기도 한다. 돔구장마저도 마땅치 않다보니 11월만 넘어가도 야외에서 공연하기에 우리나라가 너무 추운 편에 속한다. 여기에 이번 지드래곤 공연처럼 갑작스러운 추위까지 겹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안그래도 대관이 몰려서 날짜를 잡기도 어려운데 더욱 공연 유치가 힘들어진다"라며 "돔이면서도 규모가 큰 공연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그나마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이 가능해서 숨통이 트였다고 볼수 있다. 소음 민원 등의 문제는 (공연장이 아니다 보니) 잠실주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다"라며 "고양종합운동장을 연고로 한 축구팀이 없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만약에 축구 경기를 해오다 공연을 하려 했다면 분명 잔디 이슈로 논란이 됐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고양에서 대형 공연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가운데 민원 문제를 절충해서 맞춰나가는 게 현실적인데 그럼에도 (대형 공연장이) 한두군데 정도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히고 대규모 공연장을 짓는 데 있어서도 아무래도 지자체가 진행을 할때 그 당시의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분위기와 사업체 쪽에서 내야 하는 거액의 매몰비용 부담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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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 sgyoon@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가요 담당 윤상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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