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홈런 타자 될 수 없어" 이정후의 고백, 美가 집중하는 '완벽한 교타자'로 성장한 비결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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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가 이번 시즌 주목받는 이유.'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격폼에 대해 집중 조명을 했다. 이정후가 올 시즌 얼마나 뜨거운 인기 스타인지를 방증한다.


MLB닷컴은 2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주목 받는 이유로 그의 독특한 스윙폼에 대해 소개했다.

MLB닷컴은 3단계로 나눠 이정후의 타격폼을 설명했다. 1단계로 타석에 서서 팔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앞발은 1루로 활짝 벌리고 2단계는 투수의 투구 동작에 들어가면 빠르게 스텝을 밟은 뒤 멈추고 투수와 거의 직각을 이루지만 스프링처럼 휘감긴 뒤 3단계로 투구에 맞춰 두 번째 스텝을 밟은 뒤 투수를 향해 튀어나가며 스프링을 풀어내 스윙을 날린다는 것이다.

이를 특별히 조명한 이유는 단순히 특이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런 스윙으로 31경기에서 타율 0.316(117타수 37안타) 3홈런 18타점 23득점, 출루율 0.372, 장타율 0.521, OPS(출루율+장타율) 0.893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MLB닷컴은 "이런 타격 스타일은 MLB에서 흔히 볼 수 없다"며 라파엘 데버스와 같은 넓게 열린 자세, 오타니 쇼헤이의 토탭, 프레디 프리먼의 어퍼컷 스타일을 결합했다면서도 "이러한 단계들을 한 번에 완만한 동작으로 이어가는 대신 그는 한 번에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이정후는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이밍이 좋으면 다양한 투구에 대해 적절한 컨택트를 구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타격 자세를 집중 조명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MLB닷컴은 이정후의 타격 자세를 집중 조명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이종범(왼쪽)의 현역 시절 타격 자세와도 비교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이종범(왼쪽)의 현역 시절 타격 자세와도 비교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MLB닷컴은 이정후의 오픈 스탠스와 상세 타격 자세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MLB닷컴은 이정후의 오픈 스탠스와 상세 타격 자세에 대해 분석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갈무리
이젠 이정후의 아버지 '바람의 아들' 이종범(55) KT 위즈 코치에 대해서도 파고들고 있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혈통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스윙이 아버지인 한국 야구 스타 이종범에게서 물려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종범은 한국과 일본에서 200개가 넘는 홈런을 쳤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그의 스윙을 물려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후의 발언이 근거가 된다. 그는 "아버지는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대 알려주지 않으셨다. 제가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리고 아버지와 저는 스윙을 할 때 다른 동작을 합니다. 제가 만들어낸 것이다. 야구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번엔 휘문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부터 이 타격폼을 활용했고 KBO 시절에도 7년 동안 이 스윙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큰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 타격폼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프로야구 선수가 된 후에도 KBO 팀에서는 항상 이렇게 타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결과는 항상 따라왔죠. 그래서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약간의 변화도 있었다. 단 37경기만 치르고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지난 시즌 이정후는 MLB 투수들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는 1루를 향해 몸을 더 열었다. MLB닷컴은 "다양한 투구 각도와 스터프를 가진 프로 투수들을 상대할 때 공을 더 잘 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1루를 향해 41도 오픈된 스탠스로 타석에 나서는데 이는 빅리그 좌타자 중 5번째로 큰 오픈 스탠스 각도다. 지난해엔 33도였다.

결과로 직결되고 있다. 좌타자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342로 우투수(0.304)를 상대할 때보다 더 성과가 좋다는 게 오픈 스탠스 각도 조정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FPBBNews=뉴스1
생존 본능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예전에는 지금처럼 사이드 스탠스가 아니라 스트레이트 스탠스를 유지했다. 지금처럼 오픈 스탠스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프로가 되자마자 다양한 투수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투수들이 많이 던지기 시작하면서 제 자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환경과 제가 몇 년 동안 상대했던 모든 투수들이 영향을 줬다. 특별히 그렇게 타격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그저 자연스럽게 그렇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MLB닷컴은 "이는 한국에서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했던 그의 대표적인 기술이었고 MLB 투수를 상대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는 올해 자신의 컨택트 기술 덕분에 타석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때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올해 이정후는 더욱 적극적으로 타석에 나서고 있다. 초구 스윙률은 17%에서 26%로, 존 안의 투구 스윙률은 58%에서 64%로, 정중앙에 위치한 투구에 대한 스윙률은 49%에서 68%로 크게 상승했는데 이 또한 상대 투수들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정후는 "작년에는 투수들이 카운트 초반에 저를 먼저 공격하려고 했다. 그래서 올해는 그 경험을 살려 투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 비해 헛스윙, 삼진 비율은 더 높아졌지만 그만큼 많은 안타를 양산해내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선 올랐지만 여전히 삼진률도 13% 미만으로 빅리그 최상위권에 속한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올 시즌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타구질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한 시즌 타율은 0.308로 리그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MLB닷컴은 이정후의 강점인 라인드라이브 타구 생산에 주목했다. 31%로 전체 250명의 타자 중 25위였는데 이러한 스타일이 이정후의 성공을 예상케 하고 있다. 이정후 또한 "저는 제가 홈런 타자가 될 수 없을 거라는 걸 항상 알고 있었다"며 "그래서 라인드라이브를 많이 치는 데 집중했다. 젊은 프로 선수로서, 제 몸에 라인드라이브를 많이 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매일 라인드라이브를 치는 연습을 하고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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