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T 안현민이 3일 키움전 승리 후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이강철(59) KT 위즈 감독도 인정한 물건이다. 3년 전 입단 후 곧바로 군 입대를 결정해 지난해 전역한 중고 신인은 이제 팀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안현민은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삼진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0 대승을 이끌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선수다. 5경기에 나서 타율 0.368(19타수 7안타) 3홈런 8타점 4득점 출루율 0.368, 장타율 0.895, OPS(출루율+장타율) 1.263으로 타선이 빈약한 KT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2022년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았지만 사실상 올해가 데뷔 시즌이나 마찬가지다. 입단 후 퓨처스리그에서만 42경기를 뛴 안현민은 빠르게 입대를 결정했다. 1군 기록이 없어 국군체육부대(상무)가 아닌 현역병 입대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 |
안현민(왼쪽)이 3일 키움전 1회초 선취 타점을 올린 뒤 이종범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그렇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이를 갈았으나 호주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에는 합류했으나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선 제외됐다. 결국 코치진의 권유로 타격 메커니즘에 손을 봤다. 장점인 장타력을 살리기 위해 억지로 타구를 띄워보내려던 습관을 버리고 더 정교한 타격을 할 수 있게 눌러치는 타격을 시도했다. 곧바로 결과로 나타났다. 퓨처스리그에서 19경기에 나서 타율 0.426(68타수 29안타) 5홈런 18타점, 출루율 0.535, 장타율 0.735, OPS 1.270으로 훨훨 날았다. 지난달 29일 다시 1군 콜업을 받았다.
이강철 감독은 30일 두산 베어스전에 안현민을 곧바로 3번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이 감독은 "안현민이 타격감이 좋다고 봐서 한 번 맘껏 쳐보라고 내보냈다. 현민이는 방망이에 소질도 있고 힘도 있다. 파워는 연습 때 봤으니 경기에서도 파괴력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는데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지난 1일 두산전에선 6번 우익수로 출전해 1-3으로 끌려가던 9회말 두산의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날렸고 2일 키움전에선 5번으로 올라서 멀티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인생경기를 펼쳤다.
이날은 4번 타자의 중책을 맡고도 경기 초반부터 날아올랐다. 1회말 1사에서 1루에서 하영민의 한복판 직구를 공략해 중견수 뒤쪽 2루타를 날려 선제 타점을 올린 안현민은 팀이 3-0으로 앞선 2회 2사 1,2루에 다시 타석에 올라 하영민의 직구를 다시 공략해 2루 주자를 불러들이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 |
안타를 날리고 기뻐하는 안현민. |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경기 후 맞은 축하 물벼락도, 매 경기 안타와 타점을 올리고 있는 것 모두 아직은 안현민에겐 어색하고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안현민은 "아직 낯설긴 한데 그래도 좋아해 주시니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 입대 순간부터 간절히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군대에 있을 때 많은 또래 선수들이 활약하는 걸 보면서 저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안현민은 몸 불리기에 집중했다. 늘 90㎏ 정도를 유지했던 체중을 무려 10㎏나 불렸다. 기술 훈련에 나설 수 없는 만큼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몸을 만들어서 전역했다. 이를 적정 체중으로 판단해 시즌 내내 꾸준히 유지할 계획이라는 게 안현민의 설명이다.
"군대에 가기 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진다"며 "1~2㎏ 빠지는 것에도 집착을 하게 되는데 결국에는 그게 3~4㎏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유지가 되면서 저도 더 편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가짐도 크게 바뀌었다. 안현민은 "작년에는 성적을 중시하면서 뭔가 보여주려고 했다"면서도 "올해는 보여준다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제 것만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좋은 결과도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 |
안현민이 2일 키움전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그 변화에 답이 있었다. 2차 캠프에서 제외된 게 안현민에겐 터닝포인트가 됐다. 빠르게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를 준 것이 제대로 통했다. "올해 스프링 캠프까지는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야구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2차 캠프에서 제외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틀렸다는 게 증명됐다"며 "퓨처스에서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께서 변화를 줘보자고 하셨고 어찌보면 절벽 끝에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니까 저도 더 빠르게 수긍할 수 있었다. 거기서 변화를 주면서 퓨처스나 1군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분명히 사이클이 떨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러면 경기에서 많이 제외가 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겠지만 어쨌든 올해는 제가 주전이 아니고 계속 그 주전이 되려고 하는 선수이다보니 부담 없이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시즌이 끝난 뒤 상황에 맞게 다시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목표도 너무 높게 잡지 않는다. 안현민은 "올해는 저에겐 기록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타석을 소화하면서 적응을 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며 "그게 지금 저에겐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 |
2일 키움전 홈런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는 안현민. /사진=KT 위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