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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왼쪽)이 4일 KLPGA 투어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
커리어 첫 우승 후에도 준우승만 5차례를 경험했다. 홍정민(23·CJ)의 첫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이자 3년 만의 우승이 더 반가운 이유는 그동안 겪은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 속에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수확한 점이다.
홍정민은 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CC 산길·숲길 코스(파72)에서 열린 2025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 투어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에프앤씨 제47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홍정민은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지한솔(동부건설), 박지영(한국토지신탁)을 한 타 차로 제치고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2억 3400만원을 챙긴 홍정민은 첫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해냈고 시즌 상금 랭킹에서도 3억 9224만원으로 방신실(KB금융그룹·3억 6591만 2420원)을 제치고 1위로 뛰어올랐다.
2020년 입회한 홍정민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KLPGA 투어에 뛰어들었고 준우승만 네 차례 달성한 뒤 2022년 5월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수확했다. 이후에도 번번이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하던 홍정민은 준우승만 5번 기록하고 나서야 2년 11개월 12일 만에 기쁨의 우승을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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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티샷을 하는 홍정민. /사진=KLPGT 제공 |
"우승을 했으니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홍정민은 "(2022년) 첫 우승 이후 공황장애와 자율신경 이상으로 힘들었다. 피부 알러지도 원인 불명으로 일어났다"며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컨디션이 100% 회복되진 않았다. 그래도 원하는 대로 플레이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이 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피부 알러지로 인해 통증을 호소했다는 걸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으나 공황장애와 자율신경 이상 문제까지 겪고 있다는 건 이날 처음 공개된 사실이었다. 포기까지도 생각했다. 홍정민은 "우승 다음 시즌 초반에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가 몸이 급격히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 한 걸음을 떼는 것도 힘들 정도로 많이 아팠다.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닌 것 같아 병원에 갔는데 그런 진단을 받았다"며 "작년까진 부담감이 심했고 성적도 저조해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질 때마다 자신에 대한 의구심도 커져만 갔다. 홍정민은 "스트로크 플레이 우승이 안 나와서 실력이 많이 부족한가 생각이 들었고 경쟁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전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홍정민은 "대회 후 복기를 할 때 너무 객관적으로 질책하고 자책하면 심하게 증상이 나타났다"며 "잘한 점만 더 생각하려고 하고 단점을 보완하기보단 잘된 점을 더 생각하려고 했다. 코스 공략 때도 너무 공격적으로만 18홀 내내 치면 체력 소모도 심하고 그것 또한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공격적으로 칠 홀과 그렇지 않은 홀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몸 상태엔 차도가 있었다. 현재도 완벽한 몸 상태로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병원도 다니지 않고 약도 먹지 않으며 컨디션 관리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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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홍정민. /사진=KLPGT 제공 |
늘 옆에서 함께 하는 어머니가 있기에 견뎌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홍정민은 "힘들 때마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위로를 해주시는데 큰 힘이 됐고 항상 여유가 없으니 간식을 잘 못 챙겨먹는데 챙겨주시는 것도 여유를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항상 어머니가 생신 때 대회였다. '언제 효도할래'라고 하셨는데 오늘은 진짜 효도를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눈높이는 더 높은 곳을 향한다. LPGA 투어 도전 의지도 여전하다. 홍정민은 "Q스쿨에 나갔을 때 정말 몸이 안 좋아서 못 갈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안 오거나 후회할 것 같아서 도전 정신으로 갔다"며 "날씨도 안 좋아서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고 여지없이 성적에 나타났다. 많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우승을 하면 미국 투어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면서도 "스폰서의 의견을 따르고 싶다. 가서보니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많이 힘이 들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절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당장은 올 시즌을 잘 치르는 게 급선무다. 오는 9일부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기다리고 있고 14일부터는 첫 우승의 좋은 기억이 있는 두산 매치플레이도 예정돼 있다. 홍정민은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6월 12일부터 레인보우힐스에서 열리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해보고 싶다"는 그는 "(2년 전 대회에서) 첫날 선두를 달리다가 자율신경 이상으로 많이 힘들었고 미끄러졌다. 이번주 좋은 샷감과 퍼트감을 잘 유지해서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는 욕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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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민(오른쪽)이 우승 후 어머니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LPGT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