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한 달 넘게 '떠돌이 생활'→월요일에도 집을 못 간다, 그래도 "열악한 환경에도 팬들께 좋은 경기" 의지 활활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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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천재환이 4일 사직 롯데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NC 천재환이 4일 사직 롯데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한 달째 '떠돌이 생활'이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NC 다이노스. 그래도 천재환(31)은 흔들리지 않고 한 경기 개인 최다안타 기록을 세우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NC는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9-6 승리를 거뒀다.


전날 19안타를 퍼부으며 13득점을 올려 대승을 거둔 NC는 이날도 권희동(3회 2점)과 김주원(3회 1점), 김형준(7회 3점)이 홈런포를 터트리며 점수를 올렸다. 그리고 이들만큼이나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천재환이었다.

올 시즌 들어 주전으로 나설 일이 많지 않았던 천재환은 이날 7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호준 NC 감독은 경기 전 "재환이도 올라올 때가 됐다"며 "(한)석현이가 좋을 때 왼손투수(찰리 반즈)를 만났다가 흔들리면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기용 이유를 전했다.

천재환은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쳤다. 2회 첫 타석에서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그는 다음 타석부터 방망이가 제대로 돌아갔다. 3-0으로 앞서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그는 롯데 선발 찰리 반즈의 실투성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 3루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2루타로 출루했다. 1사 후 김한별 타석에서는 반즈의 투구 타이밍을 완전히 뺏으며 3루 도루에 성공했고, 김한별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NC 천재환.
NC 천재환.
4회말 6점을 헌납하며 경기가 뒤집힌 후에도 천재환은 추격의 점수를 올렸다. 6회 3번째 타석에서 그는 낮은 체인지업을 툭 건드려 2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행운의 안타로 살아나갔다. 이후 2루 도루와 내야 땅볼로 3루로 진루한 그는 대타 박민우의 1루 땅볼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추가했다.

천재환은 이후로도 7회 중견수 앞 안타, 9회 우익수 쪽 안타를 기록하면서 이날 경기를 5타수 4안타 2득점으로 마쳤다. 그가 한 경기 4안타를 터트린 건 2017년 프로 입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 후 천재환은 취재진과 만나 "좋은 기록을 냈을 때 팀이 승리할 수 있어서 그게 가장 기분이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초반에는 감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4회) 2번째 타석에서 운이 따라주면서 오늘 하루가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천재환은 루상에서 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그는 "시즌 초부터 계속 열심히 준비했고, 상대 투수 분석도 많이 했다"며 "오늘 루상에 나가서 그게 조금 빛을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자들이 팀배팅을 하고 희생이 있었기에 내가 홈으로 들어온 것도 빛을 보게 됐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천재환.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천재환.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NC는 지난달 29일 LG전 이후 홈구장인 창원NC파크에서 한 달 넘게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관중 사망사고가 일어나면서 경기장 안전점검과 후속 조치가 이뤄졌는데, 사고의 원인이었던 알루미늄 루버를 모두 탈거했지만 재개장 일정이 나오지 않으면서 향후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선수들은 원정 생활을 이어가면서 심지어 호텔방에서 스윙 연습을 하곤 했다.

"이렇게 해보는 게 처음이다"고 밝힌 천재환은 "확실히 홈구장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어 "타격 사이클이나 컨디션 등에서 지장이 없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고 고백한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경기는 계속돼야 하고, 팬들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떠돌이 생활'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집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천재환은 "일요일이나 월요일에도 못 가는 상황이 많다. 이번에는 어린이날 시리즈도 있고 해서 광주 가기 전에 오랜만에 갔다 왔다"고 전했다.

천재환.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천재환.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화순고-고려대 졸업 후 2017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천재환은 군 입대와 방출, 그리고 재입단을 거쳐 2022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해에는 89경기에서 0.284의 타율을 기록하며 박건우와 손아섭이 없던 후반기 외야진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는 주로 교체선수로 나가며 이날 전까지 타율 0.150에 그쳤다.

천재환은 "변화를 많이 줬다. 장타에 대한 욕심을 냈다"며 "초반부터 좋았으면 자신감을 얻어서 했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와중에 다른 걸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타격코치님도 도와주셔서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아직 장타에 대한 생각은 있다. 그는 "장타를 치는 방향성도 여러 가지인데, 그걸 바꿨다"고 전했다.

끝으로 창원NC파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팬들에게 천재환은 "홈에서 많이 만나 뵙고 좋은 경기도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원정에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선수들은 그걸 많이 느끼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힘들겠지만, 이 위기를 이겨내면 시즌 끝날 때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항상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NC 천재환(오른쪽)이 4일 사직 롯데전 승리 후 이호준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NC 천재환(오른쪽)이 4일 사직 롯데전 승리 후 이호준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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