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확률' ML서도 통했다! 김혜성 스피드에 감탄 "괜히 혜성 아니다, 너무 빨랐다", LAD의 새로운 옵션이 된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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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 김혜성. /AFPBBNews=뉴스1
"괜히 '혜성(Comet)'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다. 너무 빨랐다."

현지 중계진에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남다른 주루 센스와 이를 실현시켜주는 압도적 스피드는 김혜성(26·LA 다저스)이 다소 아쉬운 타격 성적에도 왜 빅리그의 콜업을 받았는지를 보여줬다.


김혜성은 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서 팀이 3-4로 끌려가던 9회초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앤디 파헤스를 대신해 투입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3+2년 최대 2200만 달러(306억원)에 다저스로 이적한 김혜성은 빅리그의 빠른 공과 변화무쌍한 브레이킹 볼 등에 적응하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 이로 인해 타격에서 적응기를 가져야 했고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에서 28경기에 나서 타율 0.252(115타수 29안타) 5홈런 19타점 22득점 1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98의 성적을 써냈다. 빅리그에 콜업을 받을 만큼 인상적인 활약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4일 김혜성을 불러 올렸다. 토미 에드먼이 오른쪽 발목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날리는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다저스 비트 등에 따르면 로버츠 감독은 "우선 에드먼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트리플A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기에 불렀고, 다재다능함을 갖고 있다. 더블헤더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김혜성의 콜업 이유를 밝혔다.

김혜성의 다재다능함은 다저스가 그를 영입할 때부터 높게 산 부분이다. 스피드는 이미 빅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4년 연속 한국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만큼 안정적인 수비도 호평을 받았다. 트리플A에서는 외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유격수로 12경기(105이닝), 2루수로 9경기(65⅔이닝)를 소화한 김혜성은 중견수로도 9경기(76이닝)를 뛰었다. 주루에선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는데 1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실패는 단 하나도 없었다. 빠른 스피드는 물론이고 뛰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하는 주루 센스 또한 압도적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수치다. 퍼시픽 코스트 리그 도루 2위로 순도만 놓고 보면 팀 동료이자 이 부문 1위인 에스테우리 루이스(16도루 2실패)보다도 더 높았다.

김혜성은 팀이 3-4로 끌려가던 9회말 내야 안타를 날린 파헤스의 대주자로 투입됐다. 김혜성이 대주자로 투입되자 현지 중계진에선 "이날 다저스에 콜업된 '혜성(comet)'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혜성이 1루에 나가 있다"며 "그는 분명히 도루를 노리고 있다. KBO에서 8년 동안 뛰며 7시즌 동안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슈퍼스타"라고 소개했다.

김혜성은 한 차례 견제에 가까스로 생존하더니 볼카운트 1-1에서 3구 째에 과감히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고 생존했다.

김혜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윌 스미스가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로 뛰었고 공을 놓친 상대 포수가 1루로 송구를 했다. 2루에서 큰 폭의 리드를 확보하고 있던 김혜성은 포수가 1루를 향해 송구를 하는 순간 3루로 출발했고 애틀랜타는 타자주자를 잡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뒤늦게 송구한 3루에선 김혜성의 발이 더 빨랐다. 애틀랜타 수비진은 김혜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수비 과정에서 군더더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만큼 김혜성의 센스가 돋보였고 빠른 발이 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3루에 안착한 김혜성은 박수를 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1사에서 내야 땅볼이나 외야 뜬공 타구만 나와도 4-4 동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한 것이기에 다저스엔 매우 천금 같은 플레이였다. 후속 타자들이 연속 삼진으로 돌아서며 3-4로 패배했지만 김혜성의 발이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중계진에선 "'혜성'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 송구를 읽고는 바로 3루로 뛰었다"며 "순수하게 스피드로 이겨낸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그저 너무 빨랐다"고 감탄했다.

다저스에는 부족한 주루 자원이다. 오타니가 9도루(1실패)로 분투하고 있지만 2위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로 4도루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오타니가 59개의 도루를 앞세워 역대 유일 50(홈런)-50(도루)을 기록했으나 2위 무키 베츠의 기록은 단 16개에 불과했다. 올 시즌 다저스의 도루는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1위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유격수와 2루수, 외야를 오갈 수 있는 자원이기에 당분간 기회를 더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결국 타격이다. 대주자 자원으로만 1군 엔트리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에드먼이 복귀하기까지 타격에서도 쓰임새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빅리그 생존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김혜성(오른쪽)이 콜업 후 대수비로 나선 4일 경기를 마친 뒤 무키 베츠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김혜성(오른쪽)이 콜업 후 대수비로 나선 4일 경기를 마친 뒤 무키 베츠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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