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구 도전장 '월드컵 우승' 명장, 헤난 대한항공 신임 감독 "V-리그 아직 강하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 충분해"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신임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한국 배구에 첫 도전장을 내민 브라질 출신 명 사령탑이 당찬 각오를 전했다.

지난달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은 헤난 달 조토(65·브라질) 감독은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착수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헤난 감독은 행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브라질 대표팀과 계약이 끝나면서 V-리그는 정말 오고 싶은 리그 중 하나였다"라며 "대한항공의 제안이 너무 기뻤다. 계약 과정은 금방 끝났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헤난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현역 시절 최강 브라질 대표팀의 주축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 브라질 명문 구단인 시메드, 우니술과 이탈리아의 시슬레이 트레비소에서 팀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남자배구 최강팀 브라질 남자대표팀을 이끌며 2019년 월드컵 우승, 2021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우승, 2023년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 확보 등의 성과를 내고 V-리그에 입성했다.

세계 배구에서 정평이 난 헤난 감독은 지난 시즌 V-리그 통합우승에 빛나는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과 절친한 사이다. 이밖에도 파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 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 대표팀 감독 등과도 친분이 있다.


V-리그에 오는 과정에서 라미레스 감독, 블랑 감독에게 정보를 많이 얻었다는 헤난 감독은 "블랑 감독과는 같은 시기에 선수 생활을 했다. 지도자까지 성장 과정이 거의 같다. 대화도 많이 했다. 파에스 감독과도 함께 일을 했다"며 "(아는 사람들이 많아) 한국이 집 같이 느껴진다"며 활짝 웃었다.

아울러 한국 배구 리그에 대해 헤난 감독은 "세계에 배구 리그가 많지만 강한 리그는 얼마 없다. V-리그는 아직 강한 리그라 볼 수 없지만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큰 리그다"라며 "V-리그에는 기본기와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아직 모든 선수를 보지 못했지만 대한항공에도 실력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헤난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특히 베테랑 세터 듀오인 한선수-유광우를 "키 큰 세터와 키 작은 세터"로 표현하면서 "스타일이 서로 다르지만, 경험이 많고 퀄리티가 좋다.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리시브가 좋은 정지석과 정한용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도 높이 샀다.

자신의 배구 스타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헤난 감독은 "당장 이번 시즌 내가 추구하는 배구를 말하기는 어렵다. 선수들의 특징이나 강점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이런 스타일이니까 따라오라는 배구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팀 재건 의지는 확고하다. 대한항공은 2023~2024시즌까지 통합 4연패를 달성했으나,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밀려 무관에 그쳤다. 그는 "우선 훈련을 많이 시킬 것이다. 훈련이 고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훈련)해야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인 드래프트서 1순위로 지명한 장신 세터 김관우에 대해서도 많은 훈련을 통해 성장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테랑이 많은 대한항공의 세대교체 숙제에 대해서는 "팀에 경험이 많은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균형 있게 포진해 있다. V-리그는 일정이 길고 빡빡하다. 베테랑 선수들만으로 시즌을 끌고 갈 수 없다"며 "베테랑들의 경기력을 살려가면서 성장하는 선수들의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을 챔피언에 복귀시키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에 대해 헤난 감독은 "블랑 감독에게는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승부욕이라면 모든 감독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승부욕은 훈련에서 나온다. 훈련을 통해 팀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자신의 첫 업무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는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뛴 카일 러셀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 헤난 감독은 "러셀은 서브, 블로킹 등에서 아주 잘하고 있고, 코트에서 많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많이 성장한 선수"라며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진한 부분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는 처음이니까 잘 보고 배우려는 자세로 왔다"고 말했다.

헤난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